- 한쪽 귀 먹먹하고 이명까지 생겼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아야
- 이어폰 난청, 볼륨만의 문제 아니다…소리 크기와 사용 시간 함께 봐야
- 면봉을 귀 깊숙이 넣어 귀지 파는 습관도 금물…증상 있다면 원인 확인부터

출퇴근길에는 무선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운동할 때는 영상이나 팟캐스트를 틀어놓는다. 온라인 회의부터 게임, 동영상 시청까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매일 몇 시간씩 귀에 소리를 전달하면서도 ‘잘 듣는 것’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능력처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서서히 떨어질 수도 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TV 볼륨을 높이거나 대화 중 상대방 말을 자주 되묻는 식으로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반대로 어느 날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해지고 ‘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봐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기록에 따르면 귀의 날은 1958년 11월 처음 발의됐다. ‘구(九)’와 ‘귀’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9월 9일로 정했다고 알려졌다.
올해는 귀의 날 하루 전인 지난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이과학회가 주관하는 ‘제60회 귀의 날 맞이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이 열렸다. 프로그램에는 난청과 보청기뿐 아니라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치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청각 관리, 어지럼증과 전정기능, 낙상 문제 등이 포함됐다. 귀 건강을 바라보는 범위가 단순히 ‘소리를 잘 듣느냐’를 넘어 노년의 소통과 균형, 삶의 질 문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귀의 이상 신호는 무엇일까. 귀에서 잠깐 ‘삐’ 소리가 나는 것과 진료가 필요한 이명은 어떻게 다르고, 갑자기 귀가 먹먹해졌을 때는 얼마나 서둘러야 할까.
‘삐’ 소리·먹먹함·TV 볼륨 증가…귀가 보내는 신호

조용한 방에 있는데도 ‘삐’, ‘윙’, ‘웅’ 같은 소리가 들린다면 이명을 생각할 수 있다. 이명은 주변에 실제 소리가 없는데도 귀나 머릿속에서 소리를 느끼는 증상이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수도 있고, 피로나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더 두드러지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명이 ‘있느냐’가 아니다. 어느 쪽 귀에서 시작됐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청력 변화나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한쪽 귀에서만 이명이 계속되거나 실제 청력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심장 박동에 맞춰 ‘쿵쿵’ 또는 ‘쉭쉭’ 하는 소리가 반복되는 박동성 이명도 일반적인 이명과 구별해 진료받는 것이 좋다.
난청도 반드시 ‘아무것도 안 들리는 상태’로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먼저 나타난다. 가족이 “TV 소리가 너무 크다”고 말하기 시작하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유독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면 청력 변화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주변 소음이 있는 곳에서 상대방 말을 자꾸 놓치거나 전화할 때 어느 한쪽 귀가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으로 인한 청력 저하가 처음에는 새소리나 벨소리처럼 높은 음역의 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진행되면 식당이나 시장처럼 주변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귀가 ‘꽉 막힌 것 같다’는 먹먹함도 원인은 다양하다. 귀지가 많이 쌓였거나 중이에 문제가 생겨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한쪽 귀에서 갑자기 먹먹함과 함께 청력 변화나 이명,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단순 피로나 귀지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어폰 때문일까?…소음성 난청 위험은 ‘소리 크기×노출 시간’에 달렸다

이어폰으로 인한 청력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볼륨을 몇 %로 맞춰야 하는가’에만 관심을 두지만 실제로는 소리의 크기와 듣는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
WHO가 제시한 성인의 안전 청취 기준을 보면 평균 80데시벨(dB)의 소리는 일주일에 최대 40시간, 90dB에서는 약 4시간이다. 95dB이면 약 1시간 15분, 100dB에서는 약 20분으로 더 짧아진다. 소리가 커질수록 안전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도 빠르게 줄어드는 셈이다.
결국 ‘조금 큰 음악을 오랫동안 듣는 것’과 ‘매우 큰 음악을 짧게 듣는 것’ 모두 청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어폰을 얼마나 크게 듣는지만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도 중요한 이유다.
WHO는 개인용 음향기기를 사용할 때 기기 최대 음량의 60%를 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평균 소리 수준을 80dB 아래로 관리할 것을 권한다. 일부 스마트폰이나 이어폰에는 소음 노출량을 확인하거나 큰 소리를 경고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조심할 곳은 지하철이나 버스, 헬스장처럼 주변 자체가 시끄러운 환경이다. 외부 소음을 이기려고 자신도 모르게 이어폰 볼륨을 높이기 쉽기 때문이다. 귀에 잘 맞는 이어폰이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이용하면 주변 소음을 줄여 불필요하게 볼륨을 높이는 상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켰다는 이유만으로 청력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실제 귀에 전달되는 소리의 크기와 노출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폰을 벗은 뒤 잠시 귀가 먹먹하거나 ‘삐’ 소리가 들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그냥 넘길 신호는 아니다. 큰 소리에 노출된 뒤 일시적으로 청력이 둔해지거나 이명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과도한 소음 노출이 반복되면 영구적인 청력 손상 위험도 커진다. 매우 강한 소음은 한 번의 노출만으로도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귀에 부담을 느꼈다면 볼륨을 조금 낮춘 채 계속 듣기보다는 이어폰을 벗고 조용한 시간을 갖는 편이 낫다. 장시간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중간중간 귀를 쉬게 하고, 공연장이나 클럽처럼 큰 소리에 오랫동안 노출되는 장소에서는 스피커와 거리를 두거나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해졌다…‘좀 지켜보자’가 위험할 때

귀 건강에서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대표적인 상황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한쪽 귀가 꽉 막힌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다. 평소 사용하던 귀로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 목소리가 현저하게 작거나 멀게 들릴 수도 있다. 이명이나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을 한 번에 또는 며칠 사이 빠르게 발생하는 청력 저하로 설명하며, 의학적 응급상황으로 보고 즉시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실제로 환자 중에는 아침에 일어난 뒤 처음 이상을 알아차리거나 전화기를 한쪽 귀에 댔다가 양쪽 청력의 차이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귀 먹먹함과 어지럼증, 이명이 동반될 수도 있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72시간’이다. 하지만 이를 ‘증상이 생겨도 72시간까지 기다려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72시간은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의 대표적인 진단 기준에 들어가는 시간 범위다. 치료를 미뤄도 되는 시간을 뜻하지 않는다.
의료계 임상진료지침은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는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청력검사를 시행하고, 늦어도 증상 발생 14일 안에는 청력검사로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초기 치료 방법 가운데 하나인 스테로이드는 증상 발생 2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로 제시한다.
그렇다고 2주를 기다려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치료 효과와 방법은 환자의 상태와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가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와 함께 심한 어지럼증이나 얼굴 근육 약화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더욱 서둘러야 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역시 이명이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나 얼굴 근육 약화, 회전성 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날 경우 즉시 응급 평가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결국 이명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단순히 ‘삐 소리가 났느냐’가 아니다. 한쪽에서 갑자기 시작됐는지, 실제 청력이 달라졌는지, 어지럼증이나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귀지 많이 파면 깨끗해진다?…면봉 깊숙이 넣는 습관부터 버려야

귀 건강을 위해 귀지를 자주 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귀지는 단순히 제거해야 할 노폐물이 아니다. 외이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대부분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이동한다. 증상이 없고 귀를 막지 않는다면 일부러 제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면봉이나 귀이개를 귓구멍 깊숙이 넣으면 귀지를 밖으로 꺼내기보다 안쪽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미국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 귀지 관리 지침은 면봉이나 작은 물체를 외이도 안으로 집어넣는 행동이 귀지 막힘을 악화시키고 외이도나 고막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나치게 자주 귀를 청소하는 것 역시 외이도를 자극해 염증이나 귀지 막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귀가 먹먹하다고 해서 곧바로 ‘귀지가 막혔다’고 판단해 면봉부터 찾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귀지로 인한 증상과 중이 질환,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는 스스로 구별하기 어렵다. 통증이나 진물, 출혈이 있거나 갑자기 잘 들리지 않는다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hjy@theopiniontimes.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