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2026-09-29 08:21

[건강 SOS] 심장은 꼭 가슴을 움켜쥐며 아플까?…놓치기 쉬운 ‘심혈관질환 경고 신호’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말.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날이 잦아진다. 이런 날씨 변화는 옷차림만 고민하게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심장과 혈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황주영 기자
  • 9월 29일은 ‘세계 심장의 날’…올해도 ‘Don’t Miss a Beat’
  • 기온 떨어지는 9월부터 심근경색 증가 경향…큰 일교차도 주의
  • 가슴 안 아파도 숨참·식은땀·턱·등 불편감…의심되면 지체 말고 119
심혈관질환은 영화처럼 ‘가슴을 움켜쥐는 통증’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숨참, 식은땀, 전신 불편감도 중요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말.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날이 잦아진다. 이런 날씨 변화는 옷차림만 고민하게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심장과 혈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기상청 기온 자료를 이용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 19만2567명을 분석한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연구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생 발생률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하루 최고·최저기온 차이가 8~10℃일 때 발생률이 가장 높았고, 일교차가 커질수록 심근경색 발생도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문제는 심근경색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지는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고, 속이 메스껍거나 턱과 등, 팔이 불편한 증상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서도 국내 성인의 심근경색 조기증상 인지율은 2025년 기준 51.5%에 그쳤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주요 경고 신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마침 오늘은 세계심장연맹(World Heart Federation)이 지정한 ‘세계 심장의 날(World Heart Day)’이다. 올해도 캠페인 문구는 ‘Don’t Miss a Beat’. 세계심장연맹은 심혈관질환의 징후와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을 주요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심장이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까.

가슴만 아픈 게 아니다…심장이 보내는 ‘뜻밖의 신호’

심장 이상은 흉통뿐 아니라 숨참, 식은땀, 턱·어깨·팔·등의 불편감, 메스꺼움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역시 가슴 통증이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근육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때 나타난다.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감각을 반드시 ‘아프다’고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거운 물체에 눌리는 듯하거나 조이고 짓누르는 느낌, 뻐근함이나 답답함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AHA)는 심근경색이 강하고 갑작스럽게 시작되기도 하지만 가벼운 통증이나 불편감으로 서서히 시작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통증 부위도 가슴에만 머물지 않는다. 팔이나 어깨, 목, 턱, 등, 윗배로 불편감이 번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안내하는 심근경색 조기증상에는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압박감뿐 아니라 턱·목·등 통증, 심한 호흡곤란, 팔이나 어깨의 통증·불편감도 포함된다.

식은땀이나 메스꺼움, 어지럼, 갑작스럽게 기운이 빠지는 느낌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가슴이 심하게 아프지 않더라도 갑자기 숨이 차면서 식은땀이 나거나 평소와 다른 상체 불편감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소화불량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의 심근경색을 두고 ‘가슴이 아프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여성 역시 가장 흔한 심근경색 증상은 가슴 통증이나 불편감이다. 다만 숨참, 메스꺼움, 등·어깨·팔의 불편감, 평소와 다른 심한 피로와 쇠약감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결국 핵심은 ‘가슴이 아프지 않으니 심장은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결론 내리지 않는 것이다.

‘좀 쉬면 괜찮겠지’가 위험한 순간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스스로 판단하며 버티기보다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AI로 생성)

가슴이 답답하면 흔히 ‘협심증인가, 심근경색인가’를 먼저 떠올린다. 두 질환 모두 심장근육에 필요한 혈액과 산소가 부족해지는 관상동맥질환과 관련돼 있지만 상태는 다르다.

안정형 협심증은 운동이나 빠른 걸음,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처럼 심장이 평소보다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할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상황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휴식이나 처방받은 약물로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불안정 협심증은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나거나 이전보다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심근경색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어 응급질환으로 다뤄야 한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 혈류가 막히면서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상태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손상되는 심장근육의 범위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 증상만 보고 ‘협심증 정도일 것’이라고 판단하며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평소 없던 증상이 갑자기 생겼거나 기존 협심증 환자에게 이전과 다른 통증이 나타난다면 주의해야 한다. 쉬고 있는데도 가슴이 짓눌리거나 숨이 차고, 턱·목·등이나 팔·어깨에 갑작스러운 불편감이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은 심근경색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권고한다. 환자가 직접 운전하거나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야간이나 주말이라는 이유로 외래 진료 시간까지 버티지 말라는 게 공식 대응 지침이다.

올해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국내 심근경색 발생률은 최근 10여 년 동안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50대 76.6건, 60대 128.5건, 70대 209건, 80대 이상에서는 316.7건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크게 증가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좀 더 지켜보자’보다 응급상황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 안전하다.

  • 갑자기 가슴이 조이거나 짓눌리는 느낌이 생겼다.
  • 가슴 불편감과 함께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난다.
  • 턱·목·등이나 팔·어깨까지 통증이나 불편함이 번진다.
  • 갑작스러운 메스꺼움이나 어지럼, 심한 쇠약감이 동반된다.
  • 이전에 없던 증상이 새로 생겼거나 기존 증상이 더 심해졌다.
  • 휴식 중에도 증상이 나타나거나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 가운데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직접 병원까지 운전하지 말고 119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미 의식을 잃었고 정상적으로 호흡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급하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반응이 없는 환자를 발견하면 119에 신고하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요청한 뒤,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라면 즉시 가슴압박소생술을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멀쩡할 때 확인해야 한다…내 심장의 위험요인

심혈관질환은 응급상황 이전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과 생활습관을 평소 점검해야 한다. (이미지=AI로 생성)

응급증상을 알아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증상이 없을 때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이다. 심혈관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쌓인 위험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WHO)는 심혈관질환의 주요 행동 위험요인으로 흡연,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신체활동 부족, 과도한 음주 등을 꼽는다. 이런 생활습관은 높은 혈압과 혈당, 혈중지질, 과체중·비만 같은 대사적 위험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심근경색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등을 제시한다. 여기에 나이와 가족력처럼 스스로 바꾸기 어려운 요인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험요인을 하나씩 따로 보는 것보다 여러 요인이 겹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아무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당뇨병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혈압·혈당 관리에서 숫자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으로 느끼는 불편감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확인하고 이미 진단받은 질환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심근경색 예방의 출발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환절기에는 날씨도 변수다. 특히 기존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이라면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심장을 지키는 건 거창한 운동이 아니다

심장 건강은 특별한 운동보다 걷기, 계단 이용, 오래 앉아 있지 않기 같은 작은 생활습관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미지=AI로 생성)

심장을 지키기 위해 처음부터 마라톤이나 고강도 운동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움직이지 않던 시간을 조금씩 움직이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활동 75~150분을 권고한다. 동시에 권고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방법은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엘리베이터 대신 한두 층 정도 계단을 이용하거나 점심을 먹은 뒤 짧게 산책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한다면 중간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한 정거장 정도 먼저 내려 걷는 방법도 있다.

다만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을 이미 진단받은 사람, 운동할 때 가슴 통증이나 심한 숨참이 발생하는 사람이라면 무리해서 운동량부터 늘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 강도를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운동 하나만으로 심혈관 위험을 모두 해결할 수도 없다. 금연하고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진 식사를 줄이는 한편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처방받은 약을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임의로 줄이거나 끊는 것도 피해야 한다. WHO는 금연, 소금 섭취 감소, 채소와 과일 섭취, 규칙적인 신체활동, 유해한 음주를 피하는 생활습관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세계 심장의 날이 강조하는 ‘Don’t Miss a Beat’는 거창한 구호만을 뜻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혈압과 혈당, 생활습관을 살피고,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때는 ‘조금 쉬면 낫겠지’라며 지나치지 않는 것이 출발점이다.

심장은 반드시 가슴을 움켜쥘 만큼 아파야 위험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스스로 병명을 판단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근경색에서는 그 시간이 곧 심장근육을 살릴 수 있는 시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hjy@theopinion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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