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혐의 등이 그대로 인정되면서 징역 7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죄목으로 기소돼 하급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의 상고를 기각했다. 계엄 선포로부터 583일이 흐른 시점에 대법원이 처음으로 내놓은 결론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통상적인 소부 사건과 달리 이날 재판부가 법정에서 직접 기각 사유를 풀어 설명하고 선고 장면이 생중계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만 상고심 특성상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윤 전 대통령 본인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여러 갈래다. 공수처의 1·2차 체포영장 집행을 무산시킨 행위,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거치게 해 심의권을 침해한 행위, 계엄 해제 이후 허위로 선포문을 만들었다가 없앤 행위, 해외 언론에 사실과 다른 자료를 뿌리도록 지시한 행위, 비화폰 통신기록 제출을 막으라고 지시한 행위 등이 대부분 원심 그대로 유죄로 인정됐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공수처가 애초에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헌법 84조에 담긴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중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형사 소추가 금지된다고 해서 수사까지 막힌다고 볼 수는 없으며, 대통령의 직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수사가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여기에 더해 내란 혐의가 직권남용 혐의와 사실관계 측면에서 겹치는 만큼 공수처법이 요구하는 관련성 요건도 충족돼, 결국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통령경호처장이 승낙하지 않았음에도 강행된 수색영장 집행 역시, 거부할 만한 구체적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사건의 출발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 시도를 막았다는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이후 심리를 거쳐 올해 1월 1심에서는 징역 5년이 선고됐고, 4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는 형량을 7년으로 늘렸다. 특검이 구형했던 10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확정판결이 비상계엄 관련 사건 중 대법원 차원의 첫 유죄 결론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특검 구형에 못 미친 형량에는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체포를 방해한 행위가 유죄로 최종 인정된 것을 두고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이 사안에 대한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이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론지었다며 유감을 표하고, 헌법재판 절차를 통해 이번 판결의 위헌성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공수처는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도 형사사법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재확인됐다고 자평했다.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 중인 재판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모두 8건에 이르는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엄 사태의 핵심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아직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앞서 1심에서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바 있다.
이번 형 확정과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겹치면서 윤 전 대통령은 경호·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 유죄가 확정된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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