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2026-08-21 07:40

[운동, 하다] 정상 찍고 내려올 때 부상 예방하려면…가을 등산 전 키워야 하는 ‘내리막 근육’

오는 23일은 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인 처서다. 여전히 한낮에는 늦더위가 이어질 수 있지만 아침저녁 야외활동 여건은 점차 좋아지고, 이후 단풍철이 다가오면 산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국립공원공단 역시 탐방로를 경사도와 거리, 노면 상태, 소요시간 등에 따라 등급화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황주영 기자
  • 처서 지나면 본격적인 가을 산행철…오르는 체력만 준비해선 부족
  • 스텝다운·느린 런지로 ‘브레이크 근육’ 준비…하산 땐 보폭부터 줄여야
  • 등산화는 무조건 무거운 것보다 ‘코스에 맞게’…스틱 길이는 팔꿈치 90도가 기준
처서를 지나 가을 산행철이 시작되면 오르는 체력뿐 아니라 안전하게 내려오는 힘도 중요하다. 하산할 때는 보폭을 줄이고 트레킹 폴을 활용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AI로 생성)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을 지나 정상에 도착하면 산행의 가장 힘든 구간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몸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심폐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오르막과 달리 하산길에서는 아래로 내려가는 몸을 다리 근육이 매 걸음마다 붙잡아야 한다. 특히 허벅지 앞쪽 근육은 몸이 앞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계속 ‘브레이크’를 건다.

오는 23일은 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인 처서다. 여전히 한낮에는 늦더위가 이어질 수 있지만 아침저녁 야외활동 여건은 점차 좋아지고, 이후 단풍철이 다가오면 산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국립공원공단 역시 탐방로를 경사도와 거리, 노면 상태, 소요시간 등에 따라 등급화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가을 첫 산행을 준비한다면 ‘얼마나 오래 올라갈 수 있느냐’만 점검해서는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도 몸을 안정적으로 낮추고, 착지 충격을 받아내며, 다음 발을 정확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 능력이다. 흔히 말하는 ‘내리막 근육’은 별개의 근육이 아니라 대퇴사두근과 둔근, 햄스트링, 종아리 등이 몸의 하강을 제어하는 능력을 뜻한다. 가을 산행 준비는 정상에 오르는 체력과 함께 안전하게 내려오는 능력을 만드는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오르막은 밀어 올리고, 내리막은 붙잡는다…허벅지가 ‘브레이크’ 되는 이유

내리막에서는 대퇴사두근을 비롯한 하체 근육이 몸이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산행 후반 피로가 쌓이면 이런 제동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미지=AI로 생성)

계단을 많이 내려간 다음 날 유독 허벅지 앞쪽이 뻐근했던 경험이 있다면 내리막 산행의 특성을 이미 몸으로 경험한 셈이다.

하산할 때 대퇴사두근은 무릎이 갑자기 굽혀지며 몸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낸다. 이 과정에서 근육이 힘을 내면서 길어지는 편심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이 반복된다. 쉽게 말하면 몸을 밀어 올리는 것보다 내려가는 몸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문제는 산행 후반부다. 이미 오르막에서 체력이 소모된 상태에서 허벅지의 제동 능력이 떨어지면 한 걸음씩 부드럽게 내려오기보다 몸이 아래쪽으로 ‘툭’ 떨어지기 쉽다. 돌이나 나무뿌리, 젖은 흙이 섞인 실제 등산로에서는 균형까지 무너지면서 실족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내리막에서는 걸음 자체도 중요하다. 경사로 보행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걷는 속도와 보폭 변화가 하지 관절의 부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내리막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졌다. 이때는 내리막 보행 속도를 낮추는 것이 관절 부하를 조절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을 등산을 준비하며 평지만 오래 걷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평지 걷기가 기본적인 지구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면 실제 산행 전에는 몸을 천천히 낮추고 멈추는 힘을 별도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산 가기 전 계단부터 내려가라…‘내리막 근육’ 만드는 네 가지 동작

실제 하산처럼 체중을 천천히 낮추는 동작을 연습하는 준비 운동. 산행 전에는 빠르게 반복하기보다 내려가는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미지=AI로 생성)

내리막 적응을 위해 반드시 산부터 찾아갈 필요는 없다. 계단 한 칸이나 낮은 발판만 있어도 하강 동작을 연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많이 하는 운동이 아니라 내려가는 순간을 천천히 통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동작이 스텝다운(step-down)​이다. 낮은 계단이나 발판 위에 한쪽 발을 올리고 선 뒤 반대쪽 발의 뒤꿈치를 바닥 방향으로 천천히 내렸다가 올라온다. 이때 지지하는 다리의 무릎이 안쪽으로 과도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한다. 처음에는 2~3초에 걸쳐 몸을 낮추며 좌우 6~10회 정도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

두 번째는 느린 리버스 런지(reverse lunge)​다. 한쪽 발을 뒤로 보내면서 앞쪽 무릎과 엉덩이를 천천히 굽힌다. 내려갈 때 약 3초를 사용하는 식으로 속도를 늦추면 허벅지와 엉덩이가 체중을 제어하는 감각을 익히기 쉽다.

종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카프 레이즈(calf raise)​로 까치발을 한 뒤 뒤꿈치를 천천히 낮추는 동작을 반복하면 발목과 종아리가 몸의 하강을 제어하는 연습이 된다.

마지막은 한 발 균형잡기다. 한쪽 다리로 20~30초 서는 것부터 시작해 익숙해지면 무릎을 약간 굽히거나 고개를 움직여 난도를 높일 수 있다. 산에서는 근력뿐 아니라 돌과 흙 사이에서 한쪽 다리로 체중을 받아내며 다음 발을 놓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짧은 내리막 운동을 미리 경험시키는 방법도 의미가 있다. 비훈련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본격적인 내리막 걷기에 앞서 짧은 내리막 운동을 경험한 그룹에서 이후 근력 저하와 일부 근육 손상 지표가 완화되는 결과가 관찰됐다. 이를 편심성 운동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적응 효과로 볼 수 있다.

산행을 1~2주 앞두고 있다면 이 가운데 2~3개 동작을 골라 주 2~3회 정도부터 가볍게 실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운동 후 심한 통증이나 무릎 부종이 발생한다면 횟수와 강도를 낮춰야 한다. 평소 무릎 질환이나 반복되는 관절 통증이 있다면 산행이나 새로운 근력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이나 운동 전문가에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등산화 선택은 코스에 따라…스틱도 길이가 맞아야 무릎을 도와

내리막에서는 발을 멀리 내딛기보다 보폭을 짧게 하고, 트레킹 폴로 체중 일부를 분산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다. 등산화 역시 코스와 지형에 맞고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AI로 생성)

산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구입하는 장비가 등산화와 스틱이다. 등산화는 산의 높이보다 실제로 걸을 지형과 거리, 배낭 무게​에 맞춰야 한다. 정비된 흙길과 완만한 탐방로를 몇 시간 걷는 초보자라면 지나치게 단단하고 무거운 중등산화보다 비교적 가벼운 하이킹화나 가벼운 미드컷 제품이 편할 수 있다.

반대로 돌이 많고 경사가 가파르거나 장시간 산행하면서 배낭까지 무거워진다면 밑창이 보다 단단하고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신발이 유리하다. 아웃도어 장비 전문가들도 거리·지형·짐의 무게를 신발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이즈다. 발 전체를 안정적으로 잡되 조여서는 안 되고, 발가락을 움직일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신발 깔창 위에 발을 올려 확인했을 때 가장 긴 발가락 앞쪽에 대략 엄지손가락 너비 정도의 공간이 남는지가 한 가지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발은 활동하면서 부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산행 때 신을 양말을 착용하고 오후나 저녁 무렵 신어보는 방법도 권장된다.

‘방수 등산화가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니다. 비가 오거나 젖은 풀과 진흙을 지날 가능성이 높은 산행에서는 방수 기능이 유용하지만, 방수막이 있는 제품은 일반적으로 통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아직 기온이 높은 늦여름과 초가을의 짧고 건조한 산행이라면 통기성과 무게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새 등산화는 구입하자마자 장거리 산행에 투입하기보다 평지나 짧은 산책에서 먼저 신어 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스틱은 특히 내리막에서 활용도가 높다. 25도 경사 내리막에서 스틱 사용 여부를 비교한 소규모 생체역학 연구에서는 스틱을 사용했을 때 지면반력과 무릎 관절 모멘트, 무릎의 압축·전단력 등이 약 12~25% 감소했다. 다만 특정 조건에서 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므로 모든 산행에서 같은 수치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점은 스틱이 하체가 감당할 일부 부하를 상체로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보자가 스틱을 고를 때는 소재나 무게보다 먼저 길이 조절이 쉽고 잠금장치가 단단히 고정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일반적인 길이는 평지에서 스틱 끝을 발 옆 지면에 댔을 때 팔꿈치가 약 90도가 되는 정도가 기준이다. 긴 오르막에서는 이 길이에서 약 5~10㎝ 줄이고, 긴 내리막에서는 반대로 약 5~10㎝ 늘리는 방식이 활용된다.

균형 확보와 하산 시 체중 분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 개의 지팡이형 스틱보다는 양손에 한 개씩 사용하는 트레킹 폴이 보다 활용도가 높다. 다만 스틱에 몸 전체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 스틱을 너무 멀리 앞으로 던지듯 짚거나 매번 강하게 찍으면 오히려 보행 리듬이 깨진다. 먼저 평지에서 반대쪽 발과 스틱을 자연스럽게 번갈아 움직이는 리듬부터 익히는 편이 좋다.

실제 하산에서는 여기에 보폭을 짧게 하는 습관을 더해야 한다. 발을 몸에서 멀리 뻗기보다 몸 아래쪽 가까이에 놓고, 허벅지가 지쳐 계단을 내려설 때마다 몸이 털썩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면 속도를 늦추거나 쉬는 것이 좋다.

배낭도 가볍게 꾸리는 편이 낫다. 오르막에서는 ‘조금 무거운 정도’로 느껴졌던 짐이 하산에서는 매 걸음 다리가 받아내야 할 추가 하중이 된다. 정상 도착 시간을 산행의 종료 시점으로 잡지 말고 내려올 체력까지 남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산행 계획이다.

+Info | 처음 산에 간다면?

지역별로 시작하기 좋은 초보 코스

국립공원공단은 탐방로를 경사도와 노면, 거리 등에 따라 구분하며 ‘보통’ 등급을 본격적인 등산을 위한 가장 쉬운 단계로 설명한다. 처음 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정상 정복을 목표로 삼기보다 비교적 짧거나 평탄한 길에서 오르내리는 감각부터 익히는 방법도 좋다.

지역 초보자 코스 거리·시간 참고 특징
수도권 서울 아차산 정상까지 약 40분 해발 295.7m로 비교적 낮고 산세가 험하지 않다. 아차산성길·정상길 등 여러 선택지가 있어 첫 도심 산행에 적합하다.
강원 오대산 선재길 월정사~상원사 약 9km·3시간 30분 대부분 평지에 가까운 숲길로 이어져 장시간 걷기에 익숙해지는 입문 코스로 활용하기 좋다.
충청 속리산 오리숲길·세조길 약 4.6km·1시간 40분 법주사를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길이다. 일부는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돼 본격 등산 전 숲길 걷기에 적합하다.
호남 내장산 자연관찰로 코스 약 3.9km·1시간 20분 일주문~내장사~원적암~벽련암을 돌아오는 순환형 산책 코스다. 거리와 시간이 짧아 첫 가을 산행으로 부담이 적다.
영남 주왕산 상의주차장~용추폭포 편도 약 2.7km·1시간 15분 주왕계곡 대표 구간으로 용추폭포까지 비교적 완만하다. 초보자는 장거리 전체 코스보다 용추폭포에서 돌아오는 식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편이 좋다.
제주 한라산 어승생악 탐방로 편도 1.3km·약 30분 어리목 탐방안내소 옆에서 출발해 비교적 짧게 정상 풍경을 경험할 수 있어 가벼운 등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초보 코스’라는 말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온 뒤 젖은 돌과 낙엽이 깔리면 같은 길도 난도가 크게 달라지고, 국립공원의 경우 기상과 계절에 따라 탐방로가 통제될 수 있다. 출발 직전에는 반드시 해당 국립공원이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입산시간과 탐방로 통제 정보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국립공원공단도 코스 안내와 함께 입산시간지정제 및 탐방로 통제 현황 확인을 당부하고 있다.

hjy@theopinion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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