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야생 너구리서 감염 확인…실내 생활도 ‘완전한 안전지대’ 아냐
- 개는 폐혈관 손상, 고양이는 진단 더 까다로워…종별 차이도 뚜렷
- 예방약만 먹이면 끝?…투약 간격·정기검사 함께 챙겨야

반려동물 건강관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심장사상충이다. 모기가 옮기는 기생충 질환인 만큼 흔히 장마철이나 한여름에만 조심하면 되는 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감염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고, 몸속에 들어온 유충이 수개월에 걸쳐 성장하면서 폐혈관 등에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증상이 나타난 뒤 대응하기보다는 감염 자체를 막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다.
도심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서울시야생동물센터와 함께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야생 너구리 51마리를 조사한 결과 33.3%에서 개심장사상충(Dirofilaria immitis) 감염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국내 야생 너구리에서 개심장사상충 감염을 분자생물학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로 국제학술지 ‘Parasit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를 야생동물과 모기, 반려동물 사이에서 감염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했다.
물론 조사 대상이 야생 너구리이며 반려동물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공원과 하천 등 반려동물이 자주 이용하는 도심 생활권 주변에도 감염된 야생 숙주와 모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심장사상충은 단순히 ‘야외에서 오래 생활하는 개가 걸리는 병’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심장사상충은 어떻게 몸을 망가뜨리고, 개와 고양이는 어떻게 다를까. 또 예방약을 깜빡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름은 ‘심장사상충’인데…먼저 손상되는 곳은 폐혈관

심장사상충 감염은 이미 감염된 개나 야생 개과동물의 혈액을 흡혈한 모기가 다른 동물을 물면서 시작된다. 모기의 몸속에서 감염 가능한 단계로 발달한 유충은 흡혈 과정에서 새로운 숙주에게 전달되고, 이후 조직과 혈관을 이동하며 성장한다. 반려견에서는 감염 후 약 6~7개월이 지나면 성충과 번식 단계에 이를 수 있으며 성충은 수년간 생존할 수 있다.
이름 때문에 심장 안에만 기생하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병의 중심은 폐혈관이다. 미국 머크 수의학 매뉴얼(Merck Veterinary Manual)에 따르면 심장사상충은 주로 폐동맥에 자리 잡아 혈관 내피 손상과 염증, 혈관 변형을 일으킨다. 질환이 진행되면 폐고혈압이 발생하고 오른쪽 심장에 압력 부담이 증가해 심한 경우 우심부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장사상충을 단순히 ‘심장에 벌레가 생기는 병’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감염됐다고 바로 티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염된 개 가운데 상당수는 초기 또는 감염 정도가 가벼울 때 뚜렷한 임상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질환이 진행하면서 기침이나 쉽게 지치는 모습, 운동능력 저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복부 팽창이나 실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침을 하지 않으니 괜찮다’는 판단만으로 감염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치료 역시 가볍지 않다. 개의 성충 치료에는 멜라소민(melarsomine)을 중심으로 한 치료가 사용되는데, 성충이 죽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폐혈전색전증(Pulmonary Thromboembolism·PTE)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미국심장사상충학회(American Heartworm Society·AHS)는 3회 멜라소민 투여법을 권고하며, 치료 과정과 마지막 주사 후 6~8주 동안 엄격한 운동 제한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감염된 뒤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편이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강아지만 걸리는 병?…고양이는 오히려 발견하기 어렵다

심장사상충을 ‘개과동물 질환’으로 생각하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다. 고양이 역시 감염될 수 있다. 다만 개와 고양이에서는 감염 양상이 상당히 다르다.
개는 심장사상충의 주요 자연 숙주인 반면 고양이는 비정상 숙주에 가깝다. 고양이 몸에 들어온 심장사상충 가운데 상당수는 성충으로 자라기 전에 죽고, 성충이 되더라도 보통 개보다 적은 수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이 곧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성숙 심장사상충이 폐혈관에 도달했다가 죽는 과정만으로도 폐와 기도에 강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심장사상충 연관 호흡기질환(Heartworm-Associated Respiratory Disease·HARD)이라고 한다. 기침이나 숨가쁨, 천명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도 개보다 까다롭다. 개에서는 성충 암컷이 만드는 항원을 찾는 항원검사와 혈액 속 미세사상충 검사를 함께 활용할 수 있지만, 고양이는 성충 숫자가 적고 한쪽 성별의 성충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며 혈액에서 미세사상충이 확인되는 경우도 드물다. 반려동물기생충협의회(Companion Animal Parasite Council·CAPC)는 고양이에서 검사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 만큼 항체·항원 검사와 임상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AHS 역시 2024년 고양이 심장사상충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일상적인 심장사상충 선별검사와 항원·항체 검사를 함께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집 안에서만 사는 고양이는 예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실외 생활을 하는 개와 고양이의 감염 위험이 더 높지만 실내·실외 생활 여부와 관계없이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APC도 생활 형태와 관계없이 고양이의 연중 예방을 권고하고 있다. 모기가 현관이나 창문 등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이상 ‘완전 실내 생활’이 감염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는 치료 측면에서도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개의 성충 제거에 사용하는 멜라소민은 고양이에게 사용할 수 없다. 수의학계에서는 증상이 없는 감염 고양이에 대해 현재 특정한 성충 제거 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 증상이 있다면 염증과 호흡기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 등을 시행한다. 고양이에서는 감염 후 ‘잡아내는 치료’보다 애초에 감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예방약 한 번 빼먹어도 괜찮다?…예방과 정기검사는 따로 봐야

심장사상충 예방에서 또 하나의 오해는 모기가 눈에 많이 보이는 몇 달만 예방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국제 수의학 지침은 이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취한다. 올해 1월 갱신된 CAPC 지침은 모든 개에게 연중 예방을 유지하고, 매년 항원검사와 미세사상충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고양이 역시 연중 예방 대상에 포함한다. 이는 기온과 미세환경에 따라 모기의 활동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예방 공백이 감염 가능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약은 대부분 이미 성충이 된 심장사상충을 정기적으로 없애기 위한 약이 아니다. 모기를 통해 최근 유입된 어린 단계의 유충이 성충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정해진 간격을 벗어나 투약 공백이 길어질수록 예방이 어려운 단계로 성장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렇다면 한두 차례 예방약 투여를 잊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임의로 두 배 용량을 투여하거나 다음 투약일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AHS는 월별 예방 투여에 공백이 생겼다면 수의사와 상의해 예방을 다시 시작하고, 개의 경우 당시 검사와 함께 약 6개월 뒤 재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감염 직후에는 현재 사용되는 항원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을 수 있어 뒤늦게 감염 사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약을 꼬박꼬박 투여하고 있더라도 정기검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보호자가 투약했다고 생각해도 반려견이 경구약을 뱉거나 복용 직후 토할 수 있고 외용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CAPC가 예방 중인 개도 매년 항원검사와 미세사상충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는 이유다.
다만 예방약의 종류와 투여 간격, 검사가 필요한 시점은 반려동물의 나이와 체중, 기존 투약 이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기간 예방을 하지 않았거나 투여 시기를 여러 차례 놓쳤다면 보호자가 임의로 약을 다시 시작하기보다 동물병원에서 감염 가능성과 검사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심장사상충 예방, 보호자 체크리스트*
- 마지막 심장사상충 예방약 투여 날짜를 확인한다.
- 제품별로 정해진 투여 간격을 지킨다.
- 반려견은 예방 중이더라도 정기적인 심장사상충 검사를 받는다.
- ‘실내 생활만 하니까 괜찮다’고 예방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지 않는다.
- 경구약을 먹은 뒤 토하거나 약을 뱉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 외용제를 사용했다면 제품 사용법에 맞게 제대로 적용됐는지 확인한다.
- 예방약을 장기간 중단했거나 투여를 여러 번 놓쳤다면 수의사와 검사·재투약 시점을 상담한다.
- 지속적인 기침이나 운동능력 저하, 호흡 이상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는다.
hjy@theopiniontimes.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