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질문은 어떻게 했는지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여론조사가 돌아다니고 있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며 여러 매체가 그런 결과 보도를 통해 조회수 올리는 데 혈안이다.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11일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그렇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고 있다. ‘여친 성관계’ 질문한 면접관, “농담… 사회생활의 재미로 받아들여야.” 뉴스1 기사에 인용된 응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면접 자리에서 부모님과 집안 형편, 여자친구 유무를 물어보고 그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는지까지 질문했습니다. 면접관들은 이런 농담이 다 사회생활이니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갑질과 말도 안 되는 관행을 바꾸자는 취지로 모인 단체다. 변호사와 노무사, 노동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사람들이 약자의 편에서 일하는 사람들 편을 들고 있다고 한다.
매우 바람직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뉴스1 기사에 따르면,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가 “절실한 마음으로 좋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노동자를 기망하는 채용 광고를 내지 않고, 올바르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채용절차법을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조사개요와 질문지 등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연락할 길이 없다.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gabjil119)만 있을 뿐 홈페이지나 따로 연락처가 없기 때문이다. 조사를 수행한 엠브레인퍼블릭 역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테니 그저 조사방법을 추론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을 테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엠브레인퍼블릭은 평소 패널 이용 조사를 가장 많이 수행하는 조사기관 중 하나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받는 재미로 열심히 응답하는 ‘알바’ 혹은 응답 ‘선수’들을 활용해서. 샘플링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응답을 제공하는 직장인 중 일부가 참여했을 것이고, 주관식 질문에 대한 응답 중 흥미 끌 만한 특이한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겠지만, 직장생활 갑질이 여전하다고 본다. 시정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와 같은 조사를 통해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순 없다. 평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장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사에 응했을까. 그들을 대표할 만한 표본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조사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