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2026년 4월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브랜드 판매 1위에 오르며 기아를 끌어내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결과,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Y·모델3 두 개 전기차 모델만으로 국내에서 1만3190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브랜드가 단일 월에 이 같은 실적을 낸 것은 역대 처음이다.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1위를 지켜온 기아의 판매량은 1만1673대(PV5 제외)에 그쳐, 테슬라에 1500대 이상 뒤처졌다.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가 정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의 선전은 이달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2월 수입차 브랜드 월별 판매 1위에 처음 오른 뒤 4월까지 3개월 연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읽고 있다.
이번 실적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가격 경쟁력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모델Y 주니퍼와 모델3 하이랜드는 출시 당시 이전 세대 대비 최대 8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 모델3·모델Y 전 트림 생산 기지를 중국 상하이 공장으로 일원화한 것이 원가 절감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맞물렸다.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고, 테슬라가 그 수혜를 집중적으로 흡수했다.
결정적인 변수는 20~30대 소비층의 이동이었다. 자동차를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컴퓨터’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대명사로 테슬라가 자리 잡은 결과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0대의 신차 등록 대수 증가율은 36.3%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2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던 것과 대비되는 반전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상하이 공장발 후륜구동 모델Y의 가격이 대폭 낮아진 데다, 젊은 층이 테슬라를 드림카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성장세 이면의 우려도 작지 않다.
국내 판매 테슬라 차량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점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계 대상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FSD(완전 자율주행) 기능은 미국에서 생산한 모델S·X와 사이버트럭에서만 국내 사용이 허용되며, 중국산 모델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를 불법으로 작동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FSD 불법 활성화 시도 건수는 총 85건으로 파악됐다.
폐배터리 처리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중국산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가격이 낮은 대신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해, 판매량 증가에 비례해 환경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LFP 배터리의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 등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전략을 앞세운 테슬라의 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