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청소년 소셜미디어 계정 차단 정책을 시행한 호주가 반년 만에 실효성 논란에 부딪히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차단 조치를 도입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여전히 소셜미디어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25일 의회에서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공영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법률이 가능한 한 강력하고,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법적 이의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온라인 안전을 담당하는 규제 기관인 ‘e세이프티 커미셔너’의 권한을 넓히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온라인 안전 개정법’을 발효시키며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아예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스냅챗·X(옛 트위터)·레딧·트위치·스레드·킥 등 10개 이상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어린이와 보호자가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24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영국 권위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호주 12~15세 청소년 408명을 조사한 결과, 차단 조치 시행 3개월 뒤에도 85%가 소셜미디어를 계속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의 약 3분의 2는 플랫폼 나이 확인 단계에서 거짓 정보를 입력하거나 화장을 해 나이 들어 보이게 찍은 사진을 올려 16세 이상으로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청소년은 나이 확인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았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e세이프티는 1월 중순을 기준으로 플랫폼들이 미성년자 계정 470만 개 이상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으나, 이 조치가 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부모 조사에서도 호주 16세 미만 청소년의 약 70%가 차단 조치 이후에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e세이프티는 지난 3월 31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틱톡·유튜브를 운영하는 메타·스냅·바이트댄스·구글에 대해 법 위반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e세이프티 위원장은 4월 들어 이들 플랫폼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멜버른 로열멜버른공대 리사 기븐 정보과학 교수는 “e세이프티 위원장에게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되거나, 아니면 법 집행 방식 자체를 달리 가져가야 한다”고 AP에 전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디지털 돌봄 의무(Digital Duty of Care)’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콘텐츠나 알고리즘 때문에 생기는 피해에 대해 플랫폼이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이다. 호주 정부는 이 법에 대한 법적 도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디지털자유프로젝트(Digital Freedom Project)가 이 법이 위헌이라며 고등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이며, 레딧도 별도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입법은 현재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15일 16세 미만의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스냅챗·X 사용을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조치는 2027년 봄 시행 예정이며, 총리는 플랫폼이 따르지 않으면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캐나다·브라질·인도네시아도 비슷한 법을 도입했거나 연령 제한 정책을 발표했으며, 프랑스·스페인·덴마크·태국 등은 관련 법안을 검토하거나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3월 말 호주와 비슷한 조치를 시행한 뒤 메우탸 하피드 통신디지털부 장관은 16세 미만 계정 약 470만 개가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틱톡이 410만 개, 유튜브가 60만 개를 각각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정 접근을 차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법 제정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국회에는 현재 관련 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각 법안은 14세 또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가입 제한, 중독 유발 알고리즘 및 야간 알림 기능 제한, 이용 시간 제한 등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호주의 연령제한 소셜미디어플랫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며, 해당 결과는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에게 보고돼 정부 차원의 입법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효성 논란은 국내에서도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연령 확인에 필요한 개인정보 수집과 빅테크의 데이터 활용 우려,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주 사례는 입법 자체보다 법을 얼마나 잘 집행하느냐가 규제 성패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