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다시 합류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라는 단체가 낯설다. 우리에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란 예전 명칭이 더 익숙하다. 이들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활동 중 하나가 여론조사인 거 같다. 일전엔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최근엔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대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8.9~16, 1005명, 온라인패널). 연합뉴스 등 대다수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 5명 중 3명(58.3%)이 대기업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비호감 8.6%, 나머지 33.1%는 중립적이라고 답했다. 10년 전과 비교한 질문에선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41.0%, ‘낮아졌다’ 9.6%, ‘변화 없다’ 49.4%였다.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 질문으로 인해 실제보다 더 호의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호감의 크기(Intensity)가 어느 정도인지, 즉 긍정 평가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다.
둘째, 응답 항목에도 문제가 있다. 전체는 물론 수출, 투자, 일자리 창출(고용), 국민소득 증대, 혁신, 사회적 책임 수행 등 분야별 기여도 질문 응답 항목은 5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즉 ‘매우 기여’, ‘약간 기여’, ‘보통’, ‘별로 기여하지 않음’, ‘전혀 기여하는 바 없음’.
5개 응답 항목 각각의 상호배타성이 미약하다. 특히 ‘약간 기여’, ‘보통’, ‘별로 기여하지 않음’은 기여 정도를 측정하는데 있어서 차별성이 거의 없다. ‘보통’과 ‘약간 기여’는 순서를 바꾸더라도 문제가 없을 거 같다. 응답 항목을 줄이거나 통합해야 한다. 게다가 강한 부정에 해당하는 ‘전혀 기여하는 바 없음’은 강한 긍정에 해당하는 ‘매우 기여’와 비교해 표현의 상대적 강도가 세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를 묻는 건 금기까진 아니더라도 흔히 사용하는 질문방식이 아니다. 조사자 입장에서야 수월하지만 응답자 입장을 덜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타당성이 떨어진다. 2013년 즈음에 대기업이 당시 국가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기억하고 있는 응답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와 현재를 비교 평가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10년 전 당시의 통계적 수치와 현재를 비교해야 한다. 실제로 전경련 보고서가 존재한다. 2012년 12월에 발표된 Issue Paper, 즉 ‘주요 지표를 통해 본 국내외 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가 그것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수치를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비교가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여론조사를 통해 호의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모르고 있는 건지, 알면서도 이런 방식을 취한 건지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