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기 전 냉장고 재고·식사 인원부터 확인
- 전·잡채는 한꺼번에 만들지 말고 먹을 만큼만 소분 조리
- 상온 방치 음식은 무조건 냉장 금물…보관·분리배출 기준도 확인

어느덧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을 앞두면 평소보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진다. 전은 여러 종류를 부치고 잡채와 나물을 넉넉하게 만들고, 고기와 과일도 혹시 모자랄까 평소보다 많이 산다. 명절상을 풍성하게 차리려는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연휴가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먹고 남은 전과 잡채가 밀폐용기에 겹겹이 쌓이고, 언제 샀는지 모를 식재료까지 냉장고 한쪽을 차지한다. 끝내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도 생긴다.
하지만 명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고 해서 상에 올라온 음식을 억지로 다 먹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버릴 음식을 잘 처리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남을 만큼 사거나 만들지 않는 것이다. 냉장고를 확인하고 실제 먹을 사람과 끼니 수를 세는 것부터 장보기와 조리, 보관까지 순서를 조금만 바꾸면 추석 뒤 냉장고 풍경도 달라질 수 있다.
‘혹시 부족할까 봐’가 문제…몇 명 오나보다 ‘몇 끼 먹나’ 따져야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 가장 흔한 계산법은 ‘몇 명이 오느냐’다. 가족 8명이 모인다면 자연스럽게 8명분 이상을 준비한다. 하지만 실제 식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도착 시간과 귀가 시간이 제각각이고 성묘나 외식 일정이 끼어들 수 있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도 있고 전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 잡채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방문 인원이 아니라 ‘몇 명이 집에서 몇 끼를 먹는가’다. 가족별 도착·귀가 시간을 확인한 뒤 아침·점심·저녁마다 실제 식사 인원을 적어보면 필요한 양이 한결 명확해진다.
메뉴도 같은 방식으로 줄일 수 있다. 전을 다섯 종류 준비해 각각 넉넉하게 부치기보다 가족들이 실제 좋아하는 종류를 중심으로 추리고, 나물이나 반찬도 ‘명절이면 있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종류를 늘리지 않는 것이다. 차례나 한 끼 식사용인지, 연휴 동안 계속 먹을 음식인지, 귀가하는 가족에게 나눠줄 것인지도 미리 구분하면 양을 정하기 쉽다.
가족 단체 대화방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잡채 먹을 사람?’ ‘전은 어떤 종류가 좋나?’ ‘집에 가져갈 음식이 필요한가?’ 정도만 미리 확인해도 막연한 예상보다 실제 수요에 가까워진다.
명절상은 음식 가짓수가 많을수록 풍성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날 때까지 먹지 못한다면 처음의 넉넉함은 곧 음식물 쓰레기로 바뀐다. 몇 명이 오느냐보다 몇 명이 몇 끼를 먹을지를 먼저 세는 것이 남기지 않는 명절 준비의 출발점이다.
장보기 전에 냉장고부터…‘재고→메뉴→인원→목록’ 순서로

명절 장보기는 마트에 도착한 뒤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집에서 냉장고와 냉동고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남은 식재료를 확인한다. 냉동실 고기와 생선, 이전에 사둔 만두뿐 아니라 당면과 부침가루, 식용유, 간장 같은 상온 식재료도 살펴봐야 한다. 이미 있는데 다시 사는 ‘중복 구매’가 의외로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냉장고 내부를 휴대전화로 찍어 두는 것도 간단한 방법이다.
다음은 메뉴를 확정하고 끼니별 식사 인원에 맞춰 필요한 양을 계산하는 단계다. 그 뒤에야 살 물건과 수량을 적은 구매목록을 만든다. 재고 확인→메뉴 확정→식사 인원 계산→구매목록 작성 순서다.
마트에서는 구매 순서도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명절 장보기 때 실온 보관 제품→과일·채소 등 농산물→냉장·냉동 가공식품→육류→어패류 순으로 구입하도록 안내한다. 냉장·냉동이 필요한 식품이나 상하기 쉬운 식재료가 장바구니 안에서 상온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꺼번에 많이 사두는 것이 꼭 경제적인 것도 아니다. 대용량 제품의 단가가 싸더라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리면 절약 효과는 사라진다. 명절 장보기에서는 ‘얼마나 싸게 샀느냐’보다 ‘연휴 동안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보는 편이 낫다.
전 재료 있다고 전부 부칠 필요 없다…‘한 번에 한 상’ 대신 소분

장을 적게 봤다고 음식물 쓰레기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 온 재료를 한꺼번에 모두 조리하면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대표적인 음식이 전이다. 준비한 동태나 고기, 채소를 처음부터 전부 부치기보다 첫 상에 필요한 양부터 조리하고 부족하면 추가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재료를 미리 회차별로 나눠두면 양을 조절하기도 쉽다.
잡채 역시 큰 냄비 하나를 가득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 식사에 먹을 양을 중심으로 만들고, 추가로 사용할 식재료는 위생적으로 나눠 냉장 보관한다. 고기나 생선도 한꺼번에 모두 조리하기보다 먹을 분량에 맞춰 나눠 두는 편이 낫다. 특히 육류와 생선처럼 부패하기 쉬운 식재료는 구입 후 적절한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나물은 양보다 종류를 먼저 줄여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족들이 잘 먹지 않는 나물까지 관습적으로 여러 종류 준비해 각각 많이 만드는 것보다 실제 손이 가는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조리 전에 냉장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명절 음식이 모두 완성된 뒤 보관할 곳을 찾기 시작하면 큰 용기에 여러 음식을 몰아넣거나 냉장고를 지나치게 채우기 쉽다. 추석 준비 전 오래된 식품을 먼저 정리하고, 밀폐용기와 냉동 가능한 용기를 준비해 한 번 먹을 양을 기준으로 나눌 자리를 확보하는 편이 좋다. 소분은 남은 음식을 처리할 때만 필요한 기술이 아니다. 처음부터 남는 양을 줄이는 조리법이 될 수 있다.
냉장고에 넣는다고 시간 되돌아가지 않는다…남은 음식도 안전하게

문제는 음식을 만든 뒤다. 명절에는 전과 고기, 잡채 등 여러 음식이 오랫동안 상 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남았으니 일단 냉장고에 넣자”고 생각하기 쉽지만 냉장은 이미 상온에 오래 있었던 음식의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이 아니다.
식약처는 조리된 음식을 바로 먹지 않을 경우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하고, 상온에서 보관할 때는 가급적 2시간 이내에 섭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냉장식품은 5℃ 이하, 냉동식품은 -18℃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보관했던 조리 음식은 다시 먹을 때 충분히 재가열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명절상을 치운 뒤에는 음식의 냄새나 색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상온에 있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계속 먹을 음식은 필요한 만큼 나눠 냉장하거나 냉동하고, 식탁에 내놓을 때도 큰 용기 전체를 반복해서 꺼냈다 넣기보다 먹을 양만 덜어내는 편이 안전하다.
끝내 먹지 못한 음식은 배출 기준도 확인해야 한다. 음식이라고 해서 모두 음식물류 폐기물은 아니다. 서울시 기준으로 생선 가시와 조개·견과류 껍데기, 딱딱한 뼈와 씨앗, 양파껍질, 채소 뿌리 등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한다. 음식물류 폐기물은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 뒤 지정된 방법으로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음식물류 폐기물의 세부 분리배출 기준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서울시도 자치구 조례에 따라 기준이 정해질 수 있어 거주 지역의 구청이나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누리집’, ‘내손안의 분리배출’ 등을 통해 확인할 것을 안내한다.
추석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거창한 실천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장을 보기 전 냉장고를 한 번 열어보고, 실제 함께 먹을 끼니를 세어보고, 준비한 재료를 한꺼번에 모두 조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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