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재테크2026-11-05 17:05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공식화…네 번째 연기로 2029년 시행 목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가 공식화됐다. 이형일 부총리는 5일 2029년 시행을 목표로 손실 이월공제 도입과 해외 거래정보 확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업계는 환영했지만 네 번째 유예를 둘러싼 조세 형평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도윤 기자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가 공식화됐다. 내년 1월 시행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정부가 네 번째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는 과세 체계를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며 반기고 있지만, 조세 형평성과 정책 신뢰도를 둘러싼 비판도 거세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세 차례 연기에 이어 또다시 유예를 언급하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9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차익 가운데 연 250만원 기본공제를 넘는 금액에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돼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으로 1년 미뤄진 뒤 다시 2년씩 두 차례 연기되면서 2027년 1월로 늦춰진 상태였다.

정부가 내세운 핵심 근거는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하는 시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한 미국과의 정보교환은 2029년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그 전에 과세를 시작하면 해외에 비해 국내 시장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업계·국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제도 기반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정부는 유예 기간 동안 과세 체계를 손본다. 우선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을 감안해 3년간의 손익을 통산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국회와 협의한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이 이미 인정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외 과세자료를 연계·분석하는 인프라도 확충해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전문가·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팀은 내년 상반기 제도 개선안을 도출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관련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정치권 기류와도 맞닿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앞선 4일 김민석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우선하고 과세는 유예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국민의힘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간사인 박수영 의원도 환영 성명을 냈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부·여당이 오락가락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에는 박민규 민주당 의원의 시행 연기안,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과세 조항 삭제안 등 관련 법안 여러 건이 계류 중이다.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옛 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는 미흡한 과세 체계를 보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세부 과세 기준이 전달되지 않아 대부분 자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만큼, 남은 기간 국세청 시스템과 연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납세를 피해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거래 기반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단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일 국회 토론회에서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2021년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전된 가상자산 규모를 누적 약 700조원으로 추산했다.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업계는 거래소마다 다른 거래정보 수집·제출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제출 항목과 형식, 기준 시점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어떻게 확인·증빙할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스테이킹·대여·에어드롭·하드포크 등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나라마다 CARF 정보교환 범위가 달라 실무상 확보할 수 있는 정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점검할 대목이다.

반복되는 유예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진보당·정의당 등은 잇따른 유예가 과세 공백을 고착화한다며 반발했다. 진보당은 고액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당국의 과세 준비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과세 행정 인프라를 준비·점검하는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ress@theopinion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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