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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공식화…네 번째 연기로 2029년 시행 목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가 공식화됐다. 내년 1월 시행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정부가 네 번째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는 과세 체계를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며 반기고 있지만, 조세 형평성과 정책 신뢰도를 둘러싼 비판도 거세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세 차례 연기에 이어 또다시 유예를 언급하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9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차익 가운데 연 250만원 기본공제를 넘는 금액에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돼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으로 1년 미뤄진 뒤 다시 2년씩 두 차례 연기되면서 2027년 1월로 늦춰진 상태였다.

정부가 내세운 핵심 근거는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하는 시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한 미국과의 정보교환은 2029년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그 전에 과세를 시작하면 해외에 비해 국내 시장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업계·국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제도 기반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정부는 유예 기간 동안 과세 체계를 손본다. 우선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을 감안해 3년간의 손익을 통산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국회와 협의한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이 이미 인정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외 과세자료를 연계·분석하는 인프라도 확충해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전문가·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팀은 내년 상반기 제도 개선안을 도출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관련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정치권 기류와도 맞닿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앞선 4일 김민석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우선하고 과세는 유예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국민의힘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간사인 박수영 의원도 환영 성명을 냈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부·여당이 오락가락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에는 박민규 민주당 의원의 시행 연기안,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과세 조항 삭제안 등 관련 법안 여러 건이 계류 중이다.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옛 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는 미흡한 과세 체계를 보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세부 과세 기준이 전달되지 않아 대부분 자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만큼, 남은 기간 국세청 시스템과 연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납세를 피해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거래 기반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단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일 국회 토론회에서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2021년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전된 가상자산 규모를 누적 약 700조원으로 추산했다.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업계는 거래소마다 다른 거래정보 수집·제출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제출 항목과 형식, 기준 시점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어떻게 확인·증빙할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스테이킹·대여·에어드롭·하드포크 등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나라마다 CARF 정보교환 범위가 달라 실무상 확보할 수 있는 정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점검할 대목이다.

반복되는 유예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진보당·정의당 등은 잇따른 유예가 과세 공백을 고착화한다며 반발했다. 진보당은 고액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당국의 과세 준비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과세 행정 인프라를 준비·점검하는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도윤 기자
시행 두 달 앞둔 코인 과세 또 멈추나…거래소 반색, 시민단체 “예측 가능성 훼손”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네 번째 수순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과세를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거래소 업계는 반색했고, 학계와 시민단체는 비판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가상자산 과세 문제가 당정 협의에서 유예 방향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배경으로 “청년 자산 사다리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다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검토 단계일 뿐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이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세 차례 연기됐다.

유예론의 핵심 근거로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자동으로 주고받는 국제 제도가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든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다. 이 제도가 작동해야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올린 수익도 우리 세무당국이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거래 규모가 큰 미국은 2029년에야 이 체계에 참여한다. 그 전에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논리다. 2026년 상반기 금융당국 실태조사에서 20대 이하와 30대가 전체 이용자의 44.1%를 차지한 점도 고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4명이 시행 시점을 사실상 2029년으로 늦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과세 폐지안과 2~3년 유예안을 잇따라 내놨다.

업계는 이번 기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는 과세 자료를 자동으로 제출하는 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국세청과 연결된 전용망이 없는 데다 자료 제출 범위와 기준 시점도 명확하지 않아서다. 원화 입출금 내역, 지갑 주소, 하드포크·에어드롭·스테이킹 등 다양한 거래 자료를 표준화할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세청이 다음 달 과세 기준을 고시할 예정이지만, 업계는 내년 1월까지 인프라를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해 왔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인프라에 손을 못 대고 있었다”며 유예 기간에 산정 기준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로의 자금 이탈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체 대표는 파생상품 거래가 막힌 국내 거래소에서는 이미 자금이 빠져나가던 상황이었다며, 유예로 한시적이나마 이탈 확대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세청 고시가 나오면 세금 계산 방식이 명확해지고 과세 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인 만큼 추가 유예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비한 부분은 시행하면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26일 성명을 내고 정치권이 여론과 선거를 의식해 시행을 거듭 미루는 것은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과세 유예가 청년에게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없다고 꼬집었다.

여권이 유예로 의견을 모으면 관련 법 개정은 11월 국회 세법 심사 과정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 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