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6-06-23 09:55

미·이란, 18시간 밤샘 협상 끝 ’60일 로드맵’ 합의…핵사찰 해석 놓고 엇박자

미국과 이란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18시간 밤샘 협상 끝에 60일 종전 로드맵과 IAEA 사찰 복귀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이 즉각 “새로운 약속 없다”고 반박하고 레바논 교전도 지속되는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김희빈 기자

미국과 이란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첫 고위급 후속 협상을 18시간에 걸친 밤샘 회의 끝에 마무리하고, 향후 60일 내 최종 종전 협정 체결을 목표로 한 단계별 로드맵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6월 17일 미·이란 양국이 14개 항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긴장 완화 틀을 마련한 데 이은 첫 고위급 후속 협상으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리조트에서 양국 고위 당국자들이 마라톤 협상을 벌여 돌파구를 찾아냈다.

미-이란 1차 고위급 회담 열린 스위스 루체른의 리조트
미-이란 1차 고위급 회담 열린 스위스 루체른의 리조트(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측에서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수석 대표로 참석했으며,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대통령 사위가 사전 실무 협의를 담당했다.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수석 대표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외무부 대변인, 은행 및 석유 분야 고위 관리들이 참여해 제재 해제와 경제 회복이 테헤란의 핵심 관심사임을 드러냈다.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다. 협상 진행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레바논 내 대리 세력의 분쟁 야기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주보다 더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글을 올려 협상장 분위기를 긴장시켰다.

이란 협상단은 이란 반공식 통신 타스님을 통해 트럼프의 위협 발언에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은 계속됐고 결과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중재국 파키스탄과 카타르는 공동성명에서 60일 내 최종 합의 도달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사고와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 채널 구축과 레바논 내 군사 충돌 재발 방지를 위한 ‘분쟁완화 셀(deconfliction cell)’ 설치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상의 최대 성과로 미국이 내세운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문제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IAEA 사찰단의 자국 복귀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미국인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이자,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즉각 선을 그었다. 이란 외무부는 “IAEA와의 협력은 현재 절차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며, 에스마일 바가에이 대변인은 “이란은 핵안전조치협정에 따른 의무와 의회 결의, 최고국가안보회의 결정에 따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약속을 한 게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란 국영통신 IRNA도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18시간 협상에서 핵 문제는 의제가 아니었으며 이란은 어떠한 새로운 의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협상 도중 취재진에게 “핵 합의의 모든 요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번 논의를 출발점으로 기술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분쟁 완화 메커니즘 구축에도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조치에서는 가시적 진전이 나왔다. 미국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 관련 제품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일반면허를 발급했으며, 이란은 오는 8월 21일까지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지난 4월 이란 항만과 원유 수출망을 봉쇄한 이후 처음 이뤄진 대규모 제재 완화 조치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 해협 통과 선박 수는 증가세를 보여 21일 35척까지 늘었으나, 이란의 추가 폐쇄 발언으로 혼선이 빚어지며 22일에는 17척으로 급감했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레바논 문제도 변수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레바논 종전 문제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합의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실질적 시험대는 ‘레바논 분쟁완화 셀’의 실효성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계속 교전을 이어가며 서로를 휴전 위반자로 지목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은 낙관을 경계했다. 자유유럽방송(RFE/RL)과 인터뷰한 한 전문가는 “핵 프로그램을 신뢰성 있게 종식하려면 실질적인 사찰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양해각서는 “간결한 헤드라인 문서에 불과하며, 실제 합의와는 매우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재 해제는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한 사안들이 포함돼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고위급 협상단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를 떠났으며, 실무 협상은 이번 주 내내 뷔르겐슈토크에서 이어진다.

honggas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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