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IT2026-10-27 10:42

앤트로픽 ‘사상 최대 IPO’ 나스닥 출격…美·韓 반도체주 급등

앤트로픽 나스닥 상장 신청이 26일 SEC 증권신고서 제출로 공식화됐다. 상반기 매출 162억 달러와 첫 조정 영업흑자를 공개했고,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장 초반 급등했다.

정도윤 기자

앤트로픽이 나스닥 상장을 신청하며 오픈AI를 앞질러 대형언어모델(LLM)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앤트로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 나스닥에 티커 ‘ANT’로 A형(클래스 A) 보통주를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래 개시 시점을 다음 달 16일이 속한 주로 예상했다.

신고서에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공모가 범위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최대 2조 달러(약 2,7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00억 달러(약 133조원)를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목표대로라면 지난 6월 스페이스X가 세운 상장 기업가치 1조7,700억 달러, 조달액 750억 달러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된다.

처음 공개된 재무 실적에서는 가파른 성장세가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 달러(약 21조6,000억원)로 1년 전보다 14배 넘게 불어났다. 2분기에만 116억 달러(약 1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 9억7,4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내며 신고서에 담긴 6개 분기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4,800만 달러(약 107조2,000억원)에 달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와 파생상품의 가치 상승에 따른 약 724억 달러의 비현금성 평가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회계 기준 상반기 영업손익은 6억9,300만 달러 적자였지만, 일회성 평가손실 등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16억1,8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로 반기 기준 첫 흑자를 기록했다.

자금 여력도 탄탄하다. 6월 30일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124억 달러, 단기 투자자산은 약 193억 달러에 이른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은 1년 새 약 950곳에서 1만1,900곳 이상으로 늘었다. 다만 9월 말까지 9개월간 상위 5개 고객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해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앤트로픽은 앞으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 최소 5,420억 달러(약 720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 맺은 컴퓨팅 계약도 최소 2,694억 달러(약 358조원) 규모다.

약 400쪽 분량의 신고서 가운데 ‘위험 요인’ 항목은 94쪽으로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앤트로픽은 고도화된 AI가 “오용되거나 복제되거나 무기화하거나 높은 수준의 자율성으로 운영될 경우 인류에게 재앙적이거나 존재에 위협이 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자사 도구를 악용한 해킹 시도 사례도 제시했다. 미 국방부와의 법적 분쟁도 핵심 위험으로 꼽았다. 앤트로픽은 국방부의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에 맞서 소송을 냈으나 지난달 25일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서 2대1로 패소했고, 현재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한 상태다. 회사는 이 분쟁 탓에 미 정부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자사 AI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지배구조도 처음 공개됐다. 공동창업자 7인이 세운 ‘파운더 LLC’는 주주총회 일반 안건 의결권의 50.1%가 부여된 F형 주식 단 1주를 보유한다. 창업자들이 실제 지분율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안건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정원 5인의 독립 수탁자로 이뤄진 ‘장기이익신탁(LTBT)’이 T형 주식을 통해 이사 과반의 선임·해임권을 쥐고 있어 이사회 구성까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아마존·구글 등 전략적 투자자에게는 의결권 없는 N형 주식이 배정됐으며, 이 주식은 제3자에게 매각되면 A형으로 바뀐다. 공동창업자들은 개인 재산의 80%를 기부하기로 약정했고, 회사도 전체 주식의 5%를 공익 기금에 출연했다. 창업자들은 신고서에 첨부한 서한에서 회사의 설립 목적을 “인류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첨단 AI의 책임 있는 개발과 유지”라고 밝혔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맷 케네디 수석전략가는 “올여름 가장 주목받던 AI 기업 IPO 일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앤트로픽조차 백지수표를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사 오픈AI는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앤트로픽은 상장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AI 안전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IPO는 생성형 AI 산업을 향한 글로벌 투자 수요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도 즉각 반응했다. 상장 신청 소식에 간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가 오르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82% 상승하자,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대형주가 장 초반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 기준 삼성전자는 4.23%, SK하이닉스는 5.88% 올랐고, 이후 오름폭은 각각 5%대와 7%대로 커졌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는 8.58% 뛰었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심텍(11.09%)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press@theopinion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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