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의 인프라 경쟁이 지구 밖으로 번지고 있다. 구글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알파벳 산하 구글이 지구 궤도 데이터센터 시제품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와 로켓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스페이스X 외에도 다른 로켓 발사 기업들과 병행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이미 자본 관계로 얽혀 있다. 구글은 2015년 스페이스X에 9억 달러(약 1조 2,600억 원)를 투자했으며, 현재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돈 해리슨 구글 글로벌파트너십 부문 사장은 스페이스X 이사회에도 참여 중이다.
구글은 이미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라는 이름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위성에 자체 개발 AI 반도체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탑재해 궤도 AI 클라우드망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주 데이터 기업 플래닛랩스와 협력해 2027년까지 시제품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0여 년 뒤에는 이 방식이 데이터센터 구축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합병해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약 1,750조 원)의 합병법인을 출범시켰으며, 이후 우주 데이터센터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 7,500억 달러(약 2,450조 원)로 평가되고 있으며,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은 투자자 유치의 핵심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구글과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IPO를 앞두고 이 사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AI 개발사인 앤트로픽도 이미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6일 스페이스X의 테네시주 멤피스 소재 ‘콜로서스1(Colossus 1)’ 데이터센터 전체 연산 자원을 활용하는 협약을 발표하면서, 향후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 개발에도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시설에는 엔비디아 GPU 22만 개 이상이 탑재돼 있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의 상용화가 가시적 현실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 강력한 우주 방사선에 의한 반도체 손상, 진공 환경에서의 발열 관리,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위험, 지상과의 데이터 전송 지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저궤도에 안전하게 배치 가능한 위성 수에도 한계가 있어 스페이스X의 위성 100만 기 발사 계획에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상 데이터센터 대비 경제성 확보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빅테크들이 AI 연산 수요 급증, 지상 전력망 부담, 입지 규제 등의 제약을 돌파할 대안으로 우주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글과 스페이스X의 협상이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우주 데이터센터가 AI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이제 기술과 자본이 함께 증명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