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이슈2026-06-30
데이터센터 터지는데…트럼프 규제에 160조 전력 투자 증발 위기
  • AI 열풍으로 전력 수요 폭증세…인허가 규제에 묶인 92GW 청정에너지
  • 심사 문턱 높아지자 전력난 심화…테크 기업들 자체 발전소 건설 나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 전역에서 전력 부족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까다로운 인허가 규제가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전면 마비시킬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 전역에서 전력 부족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까다로운 인허가 규제가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전면 마비시킬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현 행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무려 92기가와트(GW)에 달하는 신규 청정 전력 공급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급증하는 인공지능 생태계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려던 고성장 에너지 산업 전반에 막대한 차질을 예방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실제로 행정부의 규제 중심 기조와 연방 기금 회수 조치 등은 이미 시장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지난해인 2025년 한 해에만 연방 토지 내에서 추진되던 7GW 규모의 발전 설비 계획이 전격 취소되었으며, 앞으로 심사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짐에 따라 공공 부지에서 12GW, 민간 부지에서 80GW의 추가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규제 지연 사태가 자본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심각하여,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만 무려 1,210억 달러(약 160조 원) 규모의 대규모 청정 인프라 투자가 증발할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공급 정체 현상은 지난 20년간 제로 성장에 머물던 미국의 전력 수요가 최근 급격한 상승 곡선으로 돌아선 시점과 맞물려 더 큰 경제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연산 처리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수와 규모를 전례 없는 속도로 확장하면서 전력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데이터센터의 가동 확대로 인해 오는 2035년까지 이들의 전력 사용량이 현재보다 거의 3배 가까이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전력망 운영사들을 대상으로 신규 전력망 연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도록 강제하고 나섰으나, 실제 발전 용량 자체의 절대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내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해 있고 규모가 큰 주요 전력망 지역의 경우, 운영사들이 지난 4년간 신규 발전원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수요가 치솟는 시기에 전력 공급이 완전히 동결되는 최악의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전력 수급 불안정이 심화되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은 중앙 전력망에 의존하는 대신 데이터센터 부지 내에 자체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는 등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실정이다.

미국이 전력난 돌파구로 삼았던 신규 발전원 중 절대다수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규제의 타격은 더욱 뼈아프다. 지난 2025년 미국 전역에 신규 도입된 발전 설비는 역대 최대치인 53GW를 기록했는데, 이 중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0%에 육박했을 만큼 청정에너지는 전력 공급의 핵심 축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처럼 청정에너지 시장의 발목을 잡은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8월 더그 버검(Doug Burgum) 미국 내무부 장관이 내린 행정 명령이다. 당시 버검 장관은 환경에 유해한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를 전면 통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 조치로 인해 주 타깃이 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물론, 전력망 안정화의 핵심인 배터리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까지 대거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인허가 분쟁과 지연 피해는 주로 오레곤, 앨라배마, 메인, 미네소타, 몬태나 주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 습지 인근에 위치한 태양광 프로젝트들이 가장 큰 허가 취소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풍력 발전소의 경우 고공 비행 구역 및 영공 규제라는 복잡한 법적 잣대에 가로막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전체 습지의 80%에 달하는 지역에 대한 환경 보호 조치를 공식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민간 부지 내 태양광 프로젝트들이 향후 규제 지형 변화에 따라 얼마나 더 큰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지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규제를 주도한 더그 버검 장관은 과거 노스다코타 주지사 시절 주 내의 풍력 발전을 전폭적으로 확장하고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초당적 목표를 세웠던 인물이다. 불과 2024년까지만 해도 그는 노스다코타의 풍부한 풍력 자원이 주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으나, 연방 정부의 장관직에 오른 이후 재생에너지 산업의 확장을 정면으로 가로막는 규제 중심의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도현 기자
테크/IT2026-05-13
구글·스페이스X, 우주 데이터센터 협상 착수…앤트로픽 가세

AI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의 인프라 경쟁이 지구 밖으로 번지고 있다. 구글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알파벳 산하 구글이 지구 궤도 데이터센터 시제품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와 로켓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스페이스X 외에도 다른 로켓 발사 기업들과 병행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이미 자본 관계로 얽혀 있다. 구글은 2015년 스페이스X에 9억 달러(약 1조 2,600억 원)를 투자했으며, 현재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돈 해리슨 구글 글로벌파트너십 부문 사장은 스페이스X 이사회에도 참여 중이다.

구글은 이미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라는 이름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위성에 자체 개발 AI 반도체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탑재해 궤도 AI 클라우드망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주 데이터 기업 플래닛랩스와 협력해 2027년까지 시제품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0여 년 뒤에는 이 방식이 데이터센터 구축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합병해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약 1,750조 원)의 합병법인을 출범시켰으며, 이후 우주 데이터센터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 7,500억 달러(약 2,450조 원)로 평가되고 있으며,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은 투자자 유치의 핵심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구글과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IPO를 앞두고 이 사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AI 개발사인 앤트로픽도 이미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6일 스페이스X의 테네시주 멤피스 소재 ‘콜로서스1(Colossus 1)’ 데이터센터 전체 연산 자원을 활용하는 협약을 발표하면서, 향후 수 기가와트(GW) 규모의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 개발에도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시설에는 엔비디아 GPU 22만 개 이상이 탑재돼 있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의 상용화가 가시적 현실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 강력한 우주 방사선에 의한 반도체 손상, 진공 환경에서의 발열 관리,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위험, 지상과의 데이터 전송 지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저궤도에 안전하게 배치 가능한 위성 수에도 한계가 있어 스페이스X의 위성 100만 기 발사 계획에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상 데이터센터 대비 경제성 확보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빅테크들이 AI 연산 수요 급증, 지상 전력망 부담, 입지 규제 등의 제약을 돌파할 대안으로 우주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글과 스페이스X의 협상이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우주 데이터센터가 AI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이제 기술과 자본이 함께 증명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정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