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비핵화 협상의 틀을 담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을 마쳤으며,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서명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 측 대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인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현지시간 15일 CNN 인터뷰 및 미 정부 고위 당국자 브리핑을 통해 양측이 MOU 타결을 발표한 14일 전자 방식으로 서명이 이미 완료됐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이란 측에서는 대미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서명에 참여했다.
19일 제네바 서명식에는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서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 고위 당국자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 당시에도 최고지도자가 서명하지 않은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합의문 공개 시점과 관련해서도 설명이 나왔다. 미 고위 당국자는 합의문이 24~48시간 내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서명식 이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MOU에 대해 “1페이지 반 분량의 매우 대략적인 문서”라고 설명하며, 비핵화 조치와 상응 혜택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향후 기술적 협상 단계에서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MOU는 이란의 비핵화 이행 수준에 따라 제재 완화 등의 혜택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성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의 연계 방식은 향후 기술적 협상에 맡겨질 전망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검증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획득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합의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대 쟁점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60일간 통행료 없이 개방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나, 60일 이후 영구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구 면제를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60일 협상 이후 해상 서비스 제공 명목의 수수료를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장기적으로 통행료 없이 개방되길 바란다”면서도 “향후 기술적 협상에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미완의 과제임을 인정했다.
동결자금 해제와 제재 완화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은 MOU 서명 대가로 즉각적인 동결자금 해제나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밴스 부통령은 “돈이 지급되지 않았고, 이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도, 이란이 농축 우라늄 폐기나 검증체제 허용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경우 제재 완화로 호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도 “이란이 약속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몇몇 작은 제스처를 취하면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이란은 동결자금 일부 해제가 선행돼야 60일간의 핵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초기 신뢰 구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문제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가 이번 MOU 합의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에 반발하는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되나, 호르무즈 통행료·동결자금 해제·이스라엘-레바논 문제가 모두 향후 MOU 이행을 위협할 잠재적 변수로 지목된다.
한편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중동 지역 병력을 유지하다가,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단계적으로 병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