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양해각서(MOU) 서명을 목전에 두고 막판 고비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전격 취소하고 협상 타결을 공언했지만, 이란 측이 즉각 온도차를 드러내면서 최종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최종 문서 조율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라며 이번 MOU 체결을 “매우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서명식은 “아마도 이번 주말 유럽에서 열릴 것”이며 자신 대신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오전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흘 연속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예고하고, 이란 최대 석유터미널인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이란 최고지도부까지 합의안 승인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근거해 오늘 저녁 예정됐던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를 애초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직전에 공개로 전환했는데, 이는 이란 협상 진전 상황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 CBS 뉴스는 이날 협상 상황에 정통한 익명의 취재원 2명을 인용해 내주 초 MOU 또는 의향서(LOI) 서명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서명 이후에는 지속적 효력을 갖는 최종 종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60일간의 본협상이 진행되며, 필요에 따라 협상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MOU에 담길 핵심 내용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불추구 원칙 선언,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 개방,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하는 즉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방식, 핵시설 해체, 농축 프로그램 유지 여부 등 구체적 쟁점은 MOU에 선언적 원칙 수준으로만 반영되고 세부 논의는 후속 협상으로 넘겨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이번 MOU가 “약간 개념적(conceptual)”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합의 승인 여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스라엘,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주변국 정상들과 협상 관련 대화를 나눴으며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접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 반응은 달랐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통해 “서명에 관해 아무것도 마무리된 것이 없으며, 서명 시간과 장소에 관한 보도는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합의안의 큰 부분이 마무리됐다고 하면서도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뚜렷한 온도차가 확인된 셈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MOU 체결 이후 최종 합의까지의 데드라인에 대해 “일이 꽤 빨리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시한은 제시하지 않았다. 하르그섬 점령 구상에 대해서는 종전 합의 가능성에 따라 “현재로선 보류(off the table)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