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카 계곡 등 레바논 전역으로 폭격 전선 확대… 양측 사망자 급증하며 45일 휴전 연장 합의 무색
- 이스라엘 극우 장관들 베이루트 침공 압박 속… 다음 주 워싱턴서 운명의 평화 협상 개최 예정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체결했던 휴전 연장 합의가 무색하게 중동 전역이 다시 한번 통제 불능의 전면전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를 향해 파멸적인 타격을 가하라는 군사 명령을 전격 하달함에 따라, 이스라엘군(IDF)은 레바논 전역으로 폭격 범위를 확장하며 고강도 공세를 재개했다. 이번 전선 확산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거대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 및 이스라엘 내부 극우 세력의 군사적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피란민 수백만 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스라엘 국방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네타냐후 총리의 공격 강화 선언 직후 레바논 동부 시리아 접경지대인 베카 계곡을 비롯한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거점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 공세를 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영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현재 헤즈볼라와 전면적인 전쟁 상태에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고, 군 지휘부에 가공할 만한 압도적 타격을 가하라고 지시했음을 밝혔다. 그는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래 이미 600명이 넘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해 무력화했으나,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에 요구되는 것은 공격의 빈도와 강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강력한 군사적 의지를 피력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이러한 움직임을 명백한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보복 작전에 착수했다. 헤즈볼라 측은 이스라엘 군사 기지와 주둔군, 탱크, 작전 지휘소 및 보안 건물을 표적으로 삼아 총 22차례에 걸친 고강도 드론 공격과 로켓 포격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 4월 16일 최초 휴전 협정이 체결된 이후 레바논 남부 전선에만 국한되던 군사 작전의 경계선이 동부 베카 계곡 등 레바논 심장부 전역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된 배경에는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강경 극우파 인사들의 강력한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구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성향의 핵심 각료들은 군사 작전 범위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내부까지 완전히 확대해야 한다며 연일 강경론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게 철수해야 한다고 맞서며 영토 주권 수호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내부적으로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려는 행정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나, 이 복잡한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휴전 체제 정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현지의 인명 피해와 피란민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초 휴전 합의 이후에만 이스라엘 군인 10명이 교전 중 사망했으며, 같은 기간 이스라엘의 가파른 폭격으로 인해 레바논 측에서는 민간 구급대원과 응급 의료진을 포함해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누적 사망자는 이미 3,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의 매일 격리 및 대피 명령을 하달함에 따라 현지에서 고향을 잃은 실질적 유랑 피란민의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중동의 대리전 양상은 미·이스라엘 연합전선과 이란 간의 거대한 군사적 충돌 패러다임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격적인 전쟁을 개시한 이후, 이란의 핵심 동맹 세력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카메네이 사살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로켓을 발사하면서 레바논 전체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였다. 현재 이란 정부는 미국과의 평화 협상 조건으로 중동 전쟁의 모든 전선에서 완전한 종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으나, 이스라엘 경영진은 헤즈볼라 소탕 전에는 싸움을 멈출 수 없다며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양국 공식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대표단은 중동의 운명을 가를 차기 평화 협상을 도출하기 위해 다음 주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