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

라이프2026-08-10
[라이프 포커스] 더위 꺾이니 모기가 온다…지금 없애야 할 집 주변 번식처
  • 38도 폭염 지나자 낮아진 기온…‘더울수록 모기 많다’ 단순 공식은 틀렸다
  • 화분 받침만 볼 게 아니다…정화조·배수구·작은 용기가 숨은 번식처
  • 고인 물 버렸다고 끝?…일주일에 한 번 ‘비우고 씻고 뒤집고 막기’
폭염이 한풀 꺾이자 집 주변 고인 물의 환경에서 모기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몇 주째 이어지던 폭염이 한풀 꺾였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지난 7일 38.0도까지 치솟았지만 8일 36.8도, 9일에는 31.6도로 내려왔다. 밤낮없이 에어컨을 틀어야 했던 때와 비교하면 아침저녁 공기부터 달라졌다고 느낄 만하다.

더위가 누그러졌다고 함께 관심에서 지워서는 안 될 불청객이 있다. 모기다. 올여름 폭염 속에서 모기가 예년보다 눈에 덜 띈다고 느꼈다면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기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무조건 늘어나는 곤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일정 수준을 넘어선 극단적인 고온에서는 일부 모기의 개체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그렇다고 폭염이 끝나면 곧바로 모기가 급증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기온과 함께 ‘물’이다. 기온이 낮아지고 비나 생활용수로 집 주변에 고인 물이 생긴 뒤 며칠씩 사라지지 않는다면 모기가 번식할 공간도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시 모기예보도 모기가 사라진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시 평균 모기활동지수는 지난 6일 45.8로 2단계 ‘관심’을 기록했고, 7일에는 50.1로 3단계 ‘주의’까지 올라갔다. 8일 40.5, 9일 46.0으로 다시 ‘관심’ 단계가 됐지만 여전히 생활 주변의 고인 물을 점검해야 하는 수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날아다니는 모기 한두 마리를 잡는 데만 집중하는 일이 아니다. 다음 모기가 태어날 장소부터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는 의외로 집 가까이에 있다.

더우면 모기 많다?…38도 폭염은 모기에게도 버겁다

모기는 더울수록 무조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온과 주변 물 환경에 따라 활동과 번식 조건이 달라진다. (이미지=AI로 생성)

여름이면 흔히 ‘날씨가 더울수록 모기도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기온은 모기의 성장과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고 모기 개체수도 끝없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 도시지역과 강화지역에서 기온과 모기 개체수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빨간집모기(Culex pipiens)의 개체수가 연구 모델상 평균기온 약 23.5도에서 가장 많았고, 극단적으로 높은 온도에서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 종류와 서식 지역에 따라 영향을 받는 온도도 달랐다.

핵심은 ‘모기는 무조건 더울수록 많다’는 단순한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이 모기에게도 불리한 환경이 될 수 있지만, 더위가 꺾였다고 모기의 계절까지 끝났다는 뜻도 아니다.

모기의 유충과 번데기는 물속에서 자란다. 극심한 폭염에는 작은 용기에 고인 물이 빠르게 증발할 수 있지만,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내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물이 새로 고이고 쉽게 마르지 않는 공간이 늘어나면 그곳이 다시 번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커다란 웅덩이만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도심에서 흔히 발견되는 빨간집모기는 정화조나 인공용기처럼 유기물이 있는 작은 고인 물에서도 서식한다. 3월부터 발생해 11월까지 관찰되는 만큼 한여름 폭염이 끝났다고 방제를 멈추기에도 이르다.

서울시 역시 모기 발생 ‘관심’ 단계에서 생활 주변에 방치된 용기의 물을 비우도록 안내한다. 지수가 높아지면 주택 옥상의 빗물통에 뚜껑을 설치하고 단독주택 정화조 환기구에는 모기망을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결국 늦여름 모기를 줄이고 싶다면 살충제를 찾기에 앞서 집 주변에서 ‘물이 며칠씩 머무는 곳’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화분보다 놓치기 쉬운 곳…‘작고 어둡고 잘 마르지 않는 곳’을 찾아라

화분 받침뿐 아니라 우산꽂이, 배수구 주변, 물뿌리개, 작은 용기처럼 작고 잘 마르지 않는 곳도 모기 번식처가 될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집 주변 모기 번식처를 점검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화분 받침을 떠올린다. 물을 준 뒤 받침에 물이 남았다면 당연히 비워야 한다. 하지만 점검이 화분에서 끝나면 의외의 번식처를 놓칠 수 있다.

먼저 베란다와 다용도실의 배수구 주변을 살펴보자. 배수구로 물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머리카락이나 먼지, 낙엽 등으로 물길이 막혀 주변 홈에 물이 며칠씩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청소용 대야나 물통을 배수구 위에 두면서 물이 빠지는 길을 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

모기에게 중요한 것은 물의 양보다 ‘물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느냐’다. 비가 온 뒤 우산을 세워두는 우산꽂이도 확인할 만하다. 젖은 장우산을 그대로 꽂아놓으면 바닥에 생각보다 많은 물이 모일 수 있다. 야외에 둔 물뿌리개와 양동이, 빈 화분, 장난감, 물놀이 용품처럼 입구가 위를 향한 물건도 마찬가지다. 작은 그릇이나 컵 정도의 공간이라도 물이 계속 남아 있다면 일부 모기에게는 충분한 산란 장소가 될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 주변도 ‘실외기’보다 그 주위를 보자. 실외기 자체가 모기의 번식처라는 의미는 아니다. 주변에 버려둔 용기나 빗물이 빠지지 않는 홈, 물이 들어간 통이 있다면 별도의 번식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옥상에 빗물통이 있다면 물을 매번 버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는 모기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뚜껑을 제대로 닫는 것이 중요하다.

단독주택이나 저층 주택에서는 정화조도 점검 대상이다. 빨간집모기는 정화조처럼 유기물이 풍부한 고인 물에서도 서식한다. 그렇다고 정화조 내부를 개인이 직접 청소하거나 약품을 넣을 필요는 없다. 뚜껑과 구조물에 틈이 없는지 살피고, 외부와 연결된 환기구나 배관 입구를 모기가 통과하기 어려운 촘촘한 망으로 막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아파트 고층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모기가 반드시 우리 집에서 태어나야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베란다와 다용도실의 고인 물을 치우는 동시에 찢어진 방충망, 방충망과 창틀 사이의 틈, 외부와 이어지는 배수관 주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물만 버리고 끝냈다면 절반만 한 것…‘용기 벽’을 씻어라

고인 물은 버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용기 안쪽 벽까지 씻고 뒤집어 보관해야 모기 알과 유충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미지=AI로 생성)

모기 관리에서 의외로 자주 놓치는 순간은 고인 물을 발견한 다음이다. 물을 쏟아버렸으니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기 종류에 따라서는 물만 버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숲모기류(Aedes)의 일부 종은 물 위에 알을 띄우는 대신 물이 담긴 용기 안쪽 벽, 수면 바로 위쪽에 알을 붙인다. 알은 벽면에 단단하게 붙어 물이 사라진 뒤에도 상당 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 같은 용기에 비나 생활용수가 다시 차면서 알이 물에 잠기면 부화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고인 물 관리는 ‘버리기’보다 ‘비우고 씻기’가 한 세트다. 화분 받침이나 물통에서 물을 버렸다면 안쪽 벽과 바닥까지 솔이나 수세미로 한 번 문질러 씻은 뒤 말리는 것이 좋다. 사용하지 않는 통은 입구가 위로 향한 채 세워두지 말고 거꾸로 뒤집어 다시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물을 저장해야 해 매번 비울 수 없는 용기도 있다. 빗물통이나 생활용수 저장 용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곳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약품을 임의로 붓기보다 뚜껑을 빈틈없이 닫거나 성충 모기가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촘촘한 망으로 입구를 차단하는 것이 먼저다.

관리 주기는 ‘일주일에 한 번’을 기억하면 쉽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물을 담을 수 있는 양동이와 화분, 장난감 등의 용기를 일주일에 한 번 비우고 문질러 씻은 뒤 뒤집거나 덮도록 안내한다. 고인 물을 한 번 치웠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물이 생겼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이런 관리가 단순히 잠을 방해하는 모기 몇 마리를 줄이는 문제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17일 대구지역에서 채집된 빨간집모기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자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올해는 기존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뿐 아니라 도심에서 흔히 발견되는 빨간집모기까지 병원체 감시 대상에 포함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 안 곳곳에 살충제를 무조건 많이 뿌릴 필요는 없다. 생활공간에서 할 수 있는 관리의 출발점은 성충 한 마리를 계속 뒤쫓는 것보다 알과 유충이 자랄 수 있는 물을 없애는 것이다. 물을 없앨 수 없다면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그다음이다.

폭염이 한풀 꺾였다고 여름이 끝난 것은 아니다. 모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조금씩 선선해져 베란다와 집 주변을 정리하기 좋은 지금이 다음 모기가 태어날 장소를 먼저 없애기 좋은 때다.

이번 주말 살충제를 꺼내기 전에 집 안팎을 한 바퀴 돌아보자. 찾아야 할 것은 거창한 웅덩이가 아니다. ‘작고, 물을 담을 수 있고, 며칠 지나도 잘 마르지 않는 곳’이다.

*우리 집 모기 번식처, 이것만은 확인하자*

☐ 화분 받침은 물만 버리지 말고 안쪽 벽과 바닥까지 씻는다.

☐ 비 온 뒤 우산꽂이 바닥에 물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 베란다·다용도실 배수구 주변 홈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은지 살핀다.

☐ 물뿌리개·양동이·빈 화분 등 사용하지 않는 야외 용기는 뒤집어 둔다.

☐ 장난감·물놀이 용품처럼 빗물을 담을 수 있는 물건도 확인한다.

☐ 옥상·마당의 빗물통은 뚜껑을 닫거나 촘촘한 망으로 막는다.

☐ 단독주택은 정화조 뚜껑·환기구·배관의 틈을 살핀다.

☐ 방충망의 찢어진 곳뿐 아니라 창틀과 만나는 틈도 확인한다.

☐ 일주일에 한 번 ‘비우기→씻기→뒤집기→막기’를 반복한다.

황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