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ICT 수출이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751억 5,0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인 537억 1,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기존 최장 기록인 지난달 실적을 한 달 만에 대폭 경신한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9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ICT 출하 실적은 751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수입액 214억 3000만 달러를 차감한 무역수지는 537억 1000만 달러 흑자를 올리며 단일 달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 중에서 IC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62%를 웃돌았다.
폭발적인 신장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가열되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및 SSD 주문이 폭주했고, 이에 따라 반도체 단일 품목으로만 603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ICT 전체 출하량의 80%가 넘는 비중이다. 차세대 저장장치(SSD) 중심의 컴퓨터·주변기기 출하 역시 전년 대비 약 5배가량 치솟으며 실적을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밀집한 미국향 출하량이 4배 이상 급증했으며, 중국과 대만 등 주요 거래선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디스플레이와 통신장비 등 일부 품목은 전방 산업의 신제품 출시 일정 조율 및 수요 감소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2일 보고서에서 S&P500 기업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짚으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AI 인프라 관련 기업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지만, 그 동력이 소수 업종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AI 생성 이미지)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58% 오른 7,818.93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나스닥종합지수도 0.45% 상승한 27,599.79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음 주 막을 올리는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골드만삭스 벤 스나이더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의 분석에서는 이익 증가의 집중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여도 상위 10개 기업이 지수 전체 이익 증가분의 68%를 책임지고, 이 가운데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두 곳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업종별로는 IT와 에너지 두 업종이 분기 이익 증가분의 약 80%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개별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온도 차가 크다. S&P500 구성 종목의 EPS 증가율 중간값은 9%로, 2분기 14%보다 둔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중간값 기업의 순이익률 역시 14.7%로 직전 분기 15.1%에서 낮아질 전망이다. 지수 평균 27%와 중간값 9% 사이의 간극이 이번 실적 장세의 쏠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쏠림의 배경에는 빅테크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하이퍼스케일러의 3분기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6% 급증하고, 2027년에도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4개사의 합산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도 2분기 48%에서 3분기 55%로 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는 AI 설비투자가 둔화하면 이익 증가분의 절반가량도 함께 꺾일 수 있다며, 소수 구매자에 대한 의존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발 AI 인프라 랠리는 국내 코스닥 반도체 장비·소재주로 번졌다. 코스닥지수는 6일 2.98% 오른 919.92에 마감해, 9월 30일 종가 855.91 대비 일주일 새 약 7.5% 상승했다. 대표주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장중 16%대까지 치솟으며 최근 한 달 상승률이 48.8%에 달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등 반도체 장비주가 제약·바이오주를 밀어내고 코스닥 상위권을 채우는 흐름도 나타났다.
국내 증권가는 대체로 두 시장의 연결고리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기대와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장비주 강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메모리 업체의 설비투자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메모리 업체의 신공장 투자도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전공정·후공정 소부장 업체 전반으로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코스닥 지수 전반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며, 반도체 소부장으로의 자금 이동과 달리 이익 추정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고평가 성장주까지 상승세가 확산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지수는 최고치 부근에 머물러 있지만 중간값 종목은 고점을 밑돌고 있어, 상승을 이끄는 종목의 폭이 좁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음 주 실적 시즌의 점검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시즌은 13일(현지시간) JP모건체이스의 실적 발표로 본격 개막한다. 우선 빅테크가 내놓을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첫 번째 관문이다. 이어 클라우드 매출이 예상대로 가속하는지,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AI 밖 기업들이 이익률을 지켜낼 수 있는지가 차례로 시험대에 오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이 분수령으로 꼽힌다. 증권가는 이를 계기로 반도체 업종 전반의 이익 추정치가 다시 상향될지, 최근 반도체주를 팔아 온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금융권 AI 해킹 공격이 시중은행에서 제2금융권까지 번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12개국에 걸친 공격자 인터넷주소(IP) 19개를 특정해 전 금융권에 차단과 점검을 요청했다.
첫 피해는 신한은행에서 나왔다. 비인가자는 대출모집인용 간편조회 서비스를 통해 고객 약 2만5000명의 이름·전화번호·연소득·대출 산출 한도 등을 빼냈고, 신한은행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피해 전액 보상을 약속했다. 이어 KB국민은행에서 119명, 하나은행에서 89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BNK부산은행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외부 웹서버 공격으로 외주 개발직원 11명의 정보가 유출됐으며, 은행 측은 고객정보 유출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공격 시도를 차단했다.
제2금융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가람저축은행 고객 약 4만 명과 현대캐피탈 주택대출 모집인 146명의 정보가 유출됐고, 웰컴저축은행에서도 법인 고객 정보가 빠져나갔다. 정보 유출이 확인된 금융사는 현재까지 7곳이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온투업)인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와 모우다도 피해 사실을 공지했다.
금융권 AI 해킹 피해 (사진=연합뉴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디지털리스크분석팀은 신한은행 등에 비정상 경로로 접근해 개인정보를 빼낸 IP를 토대로 공격자 IP 19개를 추려낸 것으로 전해졌다. 소재지는 국내를 포함해 12개 국가·지역에 달했다. 미국이 5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스웨덴·독일이 각 2개였으며, 홍콩·싱가포르·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스페인·라트비아와 국내 IP도 포함됐다. 공격자가 추적을 피하려 여러 나라의 IP를 거쳐 우회 침투한 뒤, 금융사 시스템의 여러 서비스를 탐색하다 취약점을 찾아 집중 공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격은 핵심 전산망이 아닌 직원·대출모집인용 업무 시스템처럼 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주변부를 파고들었다. 보안업계 일각에서는 공격에 쓰인 웹서버에서 중국어 기반 AI 자율 침투테스트 도구 ‘ARTEX AI’ 관련 문자열이 발견된 점을 들어 중국발 공격으로 추정한다. 다만 당국은 IP 소재국을 공유했을 뿐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도 당국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배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위원장은 AI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I 공격은 AI로 막는 보안 체계를 서둘러 갖추라고 주문했다. 금융위는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으며, 이 위원장은 공유된 공격 정보가 있음에도 대응을 소홀히 해 유사 사고가 나면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공격자 IP 목록과 함께 12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배포하고 8일까지 자체 점검과 미흡 사항 조치를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체크리스트에는 공격자 IP 차단 여부, 해당 IP를 통한 침해 시도나 피해 여부, 실시간 보안관제 체계 운영 여부 등이 담겼다. 당국은 부정결제에 직접 쓰일 수 있는 민감 정보의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경찰도 6일 이번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금융사들은 점검 기간과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올해 7~8월뿐 아니라 1월에도 당국이 지목한 일부 공격자 IP를 통한 비정상 접근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글로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따른 핵심 소재 수요 급증에 발맞춰 대규모 설비 투자가 단행된다. 두산은 인쇄회로기판의 핵심 부품인 하이엔드 동박적층판 생산기지 확장을 위해 총 9,70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식 공시했다.
이번 투자는 오는 2028년까지 3년 동안 순차적으로 집행될 계획이다. 신설 및 증설되는 생산시설은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거점은 제품별 고유 특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원화된다. 국내 거점에는 기술 유출 방지와 고품질 유지가 필수적인 광모듈용 생산라인 구축에 4,200억 원이 투입된다. 글로벌 주요 기판 제조사들이 집결해 있어 즉각적인 시장 대응이 용이한 중국 거점에는 5,500억 원을 들여 인공지능 가속기 및 네트워크 스위치용 생산 공장을 신축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형 발주가 잇따르면서 두산의 기존 국내 생산기지 가동률은 이미 100%를 초과한 상태다. 회사는 앞서 발표한 태국 신규 공장 건설에 이어 이번 한·중 대형 투자를 통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조 단위 물량 요구에 차질 없이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고난도 기술이 집약된 인공지능 가속기용 동박적층판 소재 시장에서 두산 전자사업 부문은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해당 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2024년 처음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전년 대비 86% 급증한 약 1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강력한 주주환원책도 동시에 실시된다. 두산은 보유 중인 자기주식 가운데 임직원 주식보상제도 재원 63만여 주를 제외한 256만 8,528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시가 기준 약 3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도현 기자
FILE - Jensen Huang, president and CEO of Nvidia, waits for a groundbreaking ceremony for an expansion of Coherent's manufacturing facility to begin on June 16, 2026, in Sherman, Texas. (AP Photo/Jeffrey McWhorter, File) FILE PHOTO/2026-08-27 06:07:03/
인공지능(AI)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962억2천만달러(약 133조2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전망치 921억7천만달러를 40억달러 이상 웃돈 수치다. 엔비디아는 이로써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부문별로 보면 AI 칩 매출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부문이 두각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117%, 직전 분기 대비 18% 늘어난 890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판매처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인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242억달러에서 487억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를 제외한 클라우드사·기업 대상 매출은 169억달러에서 403억달러로 약 2.4배 증가했다.
PC·게임기·차량용 칩 등을 포괄하는 에지 컴퓨팅 부문도 전년 대비 27% 늘어난 72억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213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8.7% 늘었다. AI 인프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다른 거대 기술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줄거나 적자로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AP 연합뉴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AI가 변곡점에 도달했으며, 토큰 생산이 곧 높은 수익성과 직결되면서 연산이 곧 매출이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황 CEO는 1년 전만 해도 인프라 확충을 주도하는 AI 연구소가 하나에 불과했다고 돌아봤다. 지금은 새로운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잇따라 등장하는 성장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본격 양산 단계에 접어든 차세대 AI 시스템 ‘베라 루빈’이 바로 이 시점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고도 강조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실적 호조가 3분기에도 이어져 매출이 1천80억달러(약 149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시장분석가 예측치인 1천4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3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는 74%(±0.5%포인트)로, 2분기 75%보다 낮아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을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가격 급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엔비디아는 4분기(11월~내년1월)엔 마진율이 71~72%까지 낮아져 저점을 찍은 뒤, 2028회계연도부터 72~73%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눈에 띄는 전망을 내놨다. 2028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보다 약 70%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날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력 확대 소식도 나왔다. 2027~2028년에 걸쳐 아마존의 글로벌 인프라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00만개를 추가 배치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아마존이 밝힌 100만개 이상 도입 계획에 더해지는 물량이다.
우려 요인도 없지 않다. 제품을 공급하고도 아직 받지 못한 매출채권 금액이 630억달러(약 87조원)로, 6개월 전 385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크레스 CFO는 우량 고객과의 다분기 계약에서 지급 조건이 연장되며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45일에서 60일로 늘어난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크레스 CFO는 2분기 중국에 판매된 이전 세대 AI칩 ‘호퍼’ 매출이 발생했지만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3분기 가이던스에도 중국 매출은 일절 반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1.59% 하락한 209.66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4% 이상 급등해 218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으로 반도체 일자리 8천 명 급증…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로 조선업도 온기
글로벌 통상 규제와 중국발 저가 공세에 섬유 고용 3.5% 축소… 6개 주력 제조업은 보합세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26년 하반기 주요 업종의 일자리 전망*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2026년 하반기 국내 9대 주력 제조업의 일자리 지형이 업종별 호악재에 따라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잔량에 힘입은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반면, 통상 압박과 저가 공세가 겹친 섬유 업종은 고용 한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고용 증가세를 보이는 분야는 반도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첨단공정 및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충에 맞춘 시설투자가 전년 대비 17% 늘어난 2,375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전체 시장 규모는 1조 6,173억 달러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6년 하반기 반도체 업종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8천 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제조업 일자리 증가를 견인할 예정이다.
조선업 역시 고선가 선박의 본격적인 인도와 안정적인 일감 확보를 바탕으로 고용 증가세를 이어간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38.50백만 CGT에 달하는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2026년 선박류 수출액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339.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됨에 따라 하반기 조선 업종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하며 약 3천 명의 인력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섬유 업종은 대외 리스크 악화로 인해 주요 제조업 중 가장 큰 고용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에서 첨단소재 신증설과 기저효과로 인한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중동발 공급망 불안과 미국발 통상 규제,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겹악재를 맞닥뜨렸다. 이로 인해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2026년 하반기 섬유 업종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들어 약 5천 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전망이다.
기계, 전자·디스플레이, 철강, 자동차, 금속가공, 석유·화학 등 나머지 6개 주력 업종은 전년과 비슷한 고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 업종은 북유럽과 신흥 시장의 자원 개발 수요로 완성차 생산이 늘어나며 0.8%(+4천 명)의 소폭 증가가 기대된다. 전자·디스플레이 업종은 OLED 및 데이터센터용 정보통신기기 수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LCD 경쟁 심화와 가전 생산기반 약화가 상쇄되어 0.1%(-1천 명) 수준의 미미한 감소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와 철강, 금속가공, 석유·화학 업종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통상 환경 악화로 인해 소폭의 고용 감소세를 보이나 전반적으로는 보합권을 형성할 전망이다. 자동차는 친환경차 수출 및 소비심리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0.5%(-2천 명) 감소가 예상된다. 철강(-0.3%, -4백 명)과 금속가공(-0.3%, -1천 명)은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와 대미 관세 확대 가능성에 영향을 받는다. 석유·화학(-0.6%, -3천 명)은 원유 수급 불안 속에서 여수·대산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사업재편이 진행되며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2026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5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긴 냉각기를 깨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강력한 반등에 성공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동향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한 8조 8,676억 원을 집계되어, 벤처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기록을 넘어섰다.
투자금의 원천이 되는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 역시 8조 4,3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해 역대 상반기 기준 2위를 기록했다. 이번 펀드 결성 급증에는 정책금융의 확대와 더불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민간 자금 유입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금융기관 출자는 위험가중치 하향 조치 등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전년 대비 54.9% 늘어난 2조 6,061억 원에 달했다.
투자 흐름을 주도한 핵심 동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로보틱스 등 차세대 핵심 기술 분야였다. 업종별로는 ICT 서비스(1조 8,600억 원), 전기·기계·장비(1조 5,359억 원), 바이오·의료(1조 5,041억 원)가 전체 투자의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ICT 제조 분야 투자는 전년 대비 143.3% 급증하는 등 대형 자금이 기술 집약형 딥테크 기업으로 집중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AI 및 IT 업종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며 시장을 견인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번 성장세는 기술력을 보유한 초기 스타트업에게도 온기가 전달되었다. 업력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1조 8,2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4% 늘었다. 10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자를 유치한 초기 기업 16곳 중 9곳이 AI와 로보틱스 분야에 집중되어, 창업 초기 단계부터 높은 성장성과 기술 가치를 인정받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역별 투자 불균형도 일부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투자액은 1조 64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4.7% 증가하며 수도권 증가율(49.9%)을 크게 웃돌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보유한 대전이 4,359억 원을 유치하며 지방 성장을 이끌었고, 충북 역시 오송 생명과학단지를 중심으로 300%가 넘는 높은 투자 성장세를 보였다. 수도권의 경우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AI 혁신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투자 확대를 이어갔다.
벤처투자 시장의 확대는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 유치 기업의 고용률은 평균 11% 이상 증가했으며, 늘어난 일자리 중 약 60%가 청년층에 집중되어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승세를 장기적인 성장판으로 이어가기 위해 세제 지원책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딥테크 스타트업 세제 혜택 대상 기준을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주식 양도소득 비과세 조항의 일몰 기한을 삭제해 상시화한다. 아울러 지방 인구감소지역 소재 벤처기업 출자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율을 올리는 등 지속 가능한 투자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뉴욕 증시에서 장중 시가총액 5조 달러(약 6900조 원)를 돌파하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엔비디아에 이어 전 세계 기업 역사상 두 번째로 ‘시총 5조 달러’ 고지에 이름을 올린 쾌거다.
애플 주가는 장중 최고 342.89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5조 3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종가 기준 4조 9800억 달러선으로 마감했으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25%에 달해 엔비디아, 메타, 알라뱃,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성과가 글로벌 빅테크 간에 불붙은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전략적 선택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재무 부담을 키우는 경쟁사들과 달리, 애플은 구글의 AI 기술을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 및 ‘시리’ 고도화에 적극 활용하며 비용을 극적으로 절감했다.
소비자 구매 부담을 낮춘 유연한 가격 정책도 실적 상승에 한몫했다. 맥북과 아이패드의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핵심 제품인 아이폰 가격을 동결해 수요 폭발을 이끌어냈으며, 결제 서비스 플랫폼 클라르나와 협력하여 월 17.99달러부터 아이폰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 리스 프로그램을 전격 선보이며 구매 장벽을 허물었다.
자체 생태계의 경험적 가치에 집중해 강력한 현금 흐름을 유지한 애플은 대대적인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시가총액 왕좌를 둘러싼 엔비디아와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기술 패권 경쟁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차세대 원자로, 방산 반도체, 스마트 해양 물류, 자율형 인공지능 등 6개 핵심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연결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공유됐다.
핵심 안건으로 다뤄진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육성안은 비경수형 노형을 중심으로 민간 중심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특수목적법인(SPC) 육성 및 기술 전주기 공급망 완비를 통해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부지를 활용한 실증 데이터 확보에 나선다. 오는 2026년 9월 시행되는 SMR 특별법을 토대로 전담 수립 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방침이다.
자립기반이 취약했던 국방반도체 분야는 안정적인 정부 수요를 바탕으로 자체 생산 역량을 높인다. 민관 합작 파운드리 구축 및 전용 패키징 인프라 확보를 추진하며, 개발된 반도체의 무기체계 적용을 의무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춘다. 이와 함께 진해신항 1단계를 자율 제어 기반의 피지컬 AI 항만 선도 모델로 설정하고, 광양항 일대에 관련 기술 지원 기관을 신설해 해양 물류 혁신을 지원한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분야는 기술 안전성과 산업 적용 역량을 동시에 키운다. 정부는 신원 확인 및 권한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동시에 ICT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한편, 공공기관의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해 업무 위험도에 따른 차등화된 프라이버시 보호 기준도 마련했다.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첨단 GPU 자원 인프라 공급도 대폭 늘어난다. 연내 출시 예정인 대국민 AI 서비스 프로젝트에 차세대 고성능 GPU인 B200 512장을 할당하고, 지능형 법령 정보 검색 서비스 시스템 고도화에도 연계 컴퓨팅 자원을 신규 배치할 계획이다.
전에 없던 미래를 이해하려면 가장 새로운 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과 국가가 왜 비슷한 선택을 되풀이하는지 알고 싶다면, 오히려 오래된 책을 다시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지=AI로 생성)
2026년도 어느새 절반을 넘어 본격적인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몇 달 만에도 우리가 그려온 미래의 풍경은 여러 차례 달라졌다. 인공지능(AI)은 질문에 답하고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단계를 지나, 스스로 추론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여러 도구를 다뤄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쪽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6’ 역시 AI의 능력은 빠르게 향상되는 반면, 이를 평가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체계는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미래가 이미 우리 앞에 도착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선을 기술 바깥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보인다. AI와 데이터는 국경을 가볍게 넘나들지만, 세계 경제는 공급망과 자원,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다시 국가와 동맹의 경계를 뚜렷이 의식하기 시작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6년 세계무역을 재편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정학적 분절, 공급망 변화, 강화되는 국가 규제 등을 꼽았다. 자유무역 시대가 빛을 잃어가는 대신 가격과 효율만을 앞세우던 세계화에 경제안보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더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기술은 전에 없던 속도로 변하는 와중에 인간과 국가는 왜 자꾸만 익숙한 선택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약 2500년 전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쓰면서, 과거에 벌어진 일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인간사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되풀이될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인간의 본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권력과 두려움과 욕망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패턴 역시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에 없던 미래를 이해하려면 가장 새로운 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과 국가가 왜 비슷한 선택을 되풀이하는지 알고 싶다면, 오히려 오래된 책을 다시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특이점을 말하는 미래학자의 전망에서 시작해 AI 산업의 권력 구조를 추적한 르포,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을 지나 2500년 전 전쟁사와 19세기 경제 고전에 이르기까지. 2026년 하반기, 빠르게 변하는 것과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을 나란히 놓고 볼 다섯 권의 책을 골랐다.
인간은 정말 ‘특이점’을 향해 가고 있을까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레이 커즈와일, 비즈니스북스, 2025)
AI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특이점(Singularity)’이다. 인간이 만든 기술의 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기술 발전 자체의 속도마저 급격히 빨라지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시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개념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대표적 인물이 미래학자이자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이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커즈와일이 2005년 ‘특이점이 온다’를 내놓은 지 약 20년 만에, 그사이 현실에서 일어난 기술 변화를 되짚으며 자신의 전망을 다시 점검한 책이다. AI와 컴퓨팅, 생명공학, 나노기술이 어떻게 결합해 인간의 능력과 삶을 바꿔놓을지에 대한 그의 장기 전망이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2025년 비즈니스북스를 통해 출간됐다.
커즈와일이 바라보는 기술의 역사는 직선이라기보다 가속하는 곡선에 가깝다. 컴퓨팅 능력과 정보기술이 서로를 밀어 올리면서 변화의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어느 순간에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와 기계 지능의 경계마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에는 AI뿐 아니라 인간의 수명 연장, 뇌와 컴퓨터의 연결,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의 결합까지 포함된다.
물론 그의 예측을 이미 정해진 미래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특이점이 언제 올지, 인간과 기계가 얼마나 결합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는 여전히 과학적·철학적 논쟁이 이어진다. 오히려 이 책을 흥미롭게 읽는 방법은 20여 년 전 그가 그렸던 미래와 지금의 현실을 나란히 놓아보는 것이다. 무엇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됐고, 무엇은 여전히 전망에 머물러 있는가.
2026년,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AI를 지켜보는 독자에게 이 책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의 수준일까, 아니면 변화와 변화 사이의 간격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일까.
AI를 움직이는 것은 알고리즘만이 아니다
‘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 (카렌 하오, 생각의힘, 2026)
레이 커즈와일의 시선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향한다면, 저널리스트 카렌 하오는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본다. 그 기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과 데이터,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 노동은 대체 어디서 오며, 결국 그것을 통제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2026년 국내에 출간된 ‘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은 오랜 기간 AI 산업을 취재해온 카렌 하오가 오픈AI를 중심축 삼아 오늘날 생성형 AI 산업이 성장해온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한국어판은 생각의힘에서 2026년 2월 출간됐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제국’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하오는 첨단 AI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뿐 아니라 토지와 전력, 물, 데이터 가공 노동 등 현실 세계의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AI는 화면 속에서 작동하는 무형의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계 곳곳의 데이터센터와 공급망, 노동시장 위에 세워진 산업이라는 것이다. 원서 출판사 역시 이 책이 AI 경쟁 뒤에 놓인 토지·물·노동 등 자원 문제와 권력 집중을 다룬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은 AI의 성능 경쟁보다 그 성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들여다보게 한다. 더 강력한 AI를 만들려면 더 많은 연산 자원과 전력이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려면 그만큼 더 큰 자본이 필요하다. 결국 자본과 컴퓨팅 능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에 기술 개발의 주도권이 집중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다만 저자의 문제의식이 AI 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책에 담긴 개별 사례를 산업 전체와 곧장 동일시하기보다는, 기술의 발전 뒤에서 누가 비용을 치르고 누가 결정권을 쥐는지를 묻는 관점으로 읽는 편이 좋다.
AI의 미래가 궁금할 때 우리는 흔히 새로운 모델의 성능부터 먼저 살핀다. ‘AI 제국’은 거기서 한 걸음 물러나 다시 묻는다.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일까, 아니면 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운용할 자원을 가진 쪽일까.
기술 경쟁은 어떻게 ‘패권 경쟁’이 됐을까
‘패권’ (파미 올슨, 문학동네, 2025)
AI 경쟁이 연구실을 벗어나 거대한 산업 경쟁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다면, 파미 올슨의 ‘패권’을 펼쳐볼 만하다.
2025년 국내 출간된 이 책은 샘 올트먼과 데미스 허사비스를 중심축으로, 오픈AI와 딥마인드가 성장해온 과정과 생성형 AI 시대의 경쟁 구도를 추적한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개발하는 인물과 조직, 투자자와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 얽히면서 AI 경쟁이 어떻게 거대한 산업의 권력 경쟁으로 번져갔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연구자의 순수한 질문에서 출발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자본이 필요해지면서, AI 연구는 점차 기업의 사업전략과 투자자의 자금, 국가의 산업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원서 출판사도 이 책을 생성형 AI의 미래를 통제하려는 이들의 경쟁을 담은 기록으로 소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앞선 두 권이 한 줄로 연결된다. 커즈와일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이야기한다면, 하오는 그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과 권력을 묻는다. 그리고 올슨은 그 자원과 권력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질문의 범위는 자연스럽게 기업을 넘어 국가로 넓어진다. AI 기술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에너지와 인재 역시 전략적 자원이 된다.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는가’의 문제는 어느 순간 ‘누가 미래 산업의 규칙과 표준, 핵심 인프라를 먼저 선점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뀐다.
그렇다면 이런 경쟁은 정말 AI 시대에 처음 나타난 현상일까. 새롭게 힘을 얻은 세력과 기존의 강자, 그들을 둘러싼 동맹과 불안이 부딪히는 모습은 놀랍게도 2500년 전 기록 속에서도 고스란히 발견된다.
강자가 커질수록 상대는 왜 두려워하는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키디데스, 현대지성, 2026)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에는 오늘날의 국가 체제와는 다르지만,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수많은 폴리스가 존재했다. 그 중심에는 해상 세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아테네와 육상 강국 스파르타가 있었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대립은 결국 오랜 전쟁으로 번졌다.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였던 투키디데스는 이 전쟁을 직접 겪고 기록했다. 그가 남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단순한 전쟁 연대기가 아니다. 국가는 왜 전쟁을 선택하는지, 힘의 변화는 왜 두려움을 낳는지, 동맹은 어떻게 움직이며 위기 속에서 인간의 판단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투키디데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지금 다시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과거의 사건을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기록이 쓸모 있기를 바랐다. 인간사의 미래 역시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과거와 닮은 모습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책을 한때의 박수를 얻기 위한 글이 아니라, 후세가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영원한 소유물’로 남기고자 했다.
물론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오늘날 특정 국가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시대도, 정치체제도, 경제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안에서 되풀이되는 구조만큼은 눈여겨볼 수 있다.
새로운 강자의 부상은 기존 강자에게 불안을 안기고, 그 불안은 다시 군사력과 경제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세력이 커질수록 주변 국가들은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동맹은 그만큼 더 단단해진다. 상대의 행동을 방어가 아닌 위협으로 읽기 시작하면, 불신은 또 다른 큰 경쟁을 부른다.
AI와 첨단기술을 둘러싼 오늘날의 경쟁이 역사와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술의 얼굴은 달라져도, 힘과 두려움과 국익과 동맹이 작동하는 방식에는 과거를 통해 곱씹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AI 시대에 2500년 전 책을 다시 펼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최신 보고서가 알려줄 수 있지만, 그 기술을 손에 쥔 인간과 국가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오히려 오래된 역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자유무역을 외치던 세계는 왜 다시 ‘우리 산업’을 말할까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프리드리히 리스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투키디데스가 국가 사이의 힘과 두려움을 들여다봤다면, 19세기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자유무역은 정말 언제나 모든 국가에 똑같이 유리한가.
1841년 출간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에서 리스트는 경제를 단순히 지금 당장 어떤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산업과 기술, 인력과 제도를 축적해 미래의 ‘생산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리스트를 단순히 ‘보호무역을 주장한 경제학자’로만 읽으면 그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제조업과 농업을 포함한 국가의 생산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고, 발전 단계가 다른 국가들 사이에 무조건 동일한 조건의 자유무역을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를 고민했다. 그의 논의 한가운데에는 지금 소비할 상품의 가격뿐 아니라, 미래에 한 국가가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인가라는 물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18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은 다시 낯설지 않게 들린다. 반도체와 AI 컴퓨팅 인프라, 에너지, 배터리, 핵심광물처럼 산업 전체를 좌우하는 분야에서는 가장 싼 곳에서 만들어 수입하는 것만이 더 이상 유일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 공급이 끊겼을 때의 위험과 국가안보, 미래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 세계무역에서도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변화, 국가 규제 강화가 교역과 투자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세계가 다시 완전한 자급자족이나 폐쇄경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다. 오늘날의 변화는 세계화의 단순한 종말이라기보다, 무엇을 세계에 맡기고 무엇을 자국이나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안에 남겨둘지를 다시 계산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리스트를 읽는 것은 보호무역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유로운 교역이 만들어내는 효율과, 국가가 지키려는 생산 능력 사이에 어떤 긴장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AI 모델은 몇 초 만에 국경을 넘나들지만, 그것을 작동시키는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와 핵심자원은 결국 현실 세계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기술이 디지털화될수록 오히려 그것을 떠받치는 물리적 자원과 국가의 산업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역설인 셈이다.
2026년의 미래를 읽는 데 필요한 책이 반드시 2026년에 나온 책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얼마나 빨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카렌 하오는 그 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누가 자원과 권력을 쥐는지를 추적하고, 파미 올슨은 AI를 둘러싼 경쟁이 어떻게 거대한 패권 경쟁으로 번져갔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투키디데스가 등장한다. 새로운 힘의 등장과 기존 강자의 두려움, 동맹과 국익의 충돌을 그는 이미 2500년 전에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19세기에 국가가 자유로운 교역과 자국의 산업 역량 사이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기술은 언제나 전에 없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국가 간의 경쟁까지 매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미래를 읽는 방법은 두 가지인지도 모른다. 무엇이 너무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는 일,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일. 이미 절반이 넘게 훌쩍 지나간 2026년, 최신 AI 책과 2500년 전 고전을 한 책상 위에 나란히 펼쳐볼 이유다.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미국과 중국의 최첨단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에 정면 도전하는 차세대 초거대 AI 모델을 기습적으로 선보였다.
알리바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사의 인공지능 라인업인 ‘큐원(Qwen)’의 최신 플래그십 모델인 ‘큐원 3.8 맥스(Qwen 3.8 Max)’ 프리뷰 버전을 전격 공개했다. 이는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인공지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내 주요 기술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쏟아붓고 있는 와중에 나온 조치다.
알리바바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차세대 모델은 무려 2조 4천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추고 있어 현존하는 인공지능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연산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앤트로픽의 최상위 인공지능인 ‘클로드 페이블 5’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종합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알리바바 측의 주장이다. 다만 모델의 전체 매개변수 크기 외에 실제 데이터 추론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매개변수의 규모나 모델의 세부적인 내부 아키텍처는 아직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불과 며칠 전 중국의 신생 인공지능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매개변수 2조 8천억 개 규모의 초강력 모델인 ‘키미(Kimi) K3’를 출시해 글로벌 학계와 산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직후에 이뤄졌다. 현지 언론 등 외신들은 알리바바가 시장의 화제를 모은 키미 K3의 독주를 견제하고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주기를 대폭 앞당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향후 해당 모델을 개발자들이 맞춤형으로 변형해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웨이트’ 방식으로 전 세계에 배포할 계획이다.
국내 인터넷 시장의 디지털 영토를 상징하는 대한민국 국가도메인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뚜렷한 부활의 날개를 폈다. 인공지능과 정보기술 등 첨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발맞춘 맞춤형 주소 체계 도입과 도메인 등록 시장의 고질적인 민원 문제를 해결한 이용자 보호 정책이 시장 확대를 견인한 결과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 최상위도메인인 ‘닷케이알(.kr)’과 ‘닷한국’의 총 등록 건수가 110만 1,492건을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가도메인은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웹사이트가 대한민국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공공 성격의 디지털 주소창이다.
이번 반등은 수년간 이어진 감소세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2007년 영문 2단계 도메인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국내 국가도메인 등록은 이듬해인 2008년 100만 건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후 2018년 대대적인 한글도메인 할인 프로모션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인 160만 2,000건까지 치솟았으나, 전 세계적인 다국적 일반 최상위도메인의 공세와 유행 변화로 인해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약 1만 5,000건이 순증하며 상승 반전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약 1만 8천 건이 추가로 늘어나며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도메인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일등 공신은 디지털 대전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신규 주소의 출시다. 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의 수요가 집중되는 청년·기술 트렌드를 반영해 ‘ai.kr(인공지능)’, ‘io.kr(인풋·아웃풋)’, ‘it.kr(정보기술)’, ‘me.kr(개인 브랜딩)’ 등 3단계 영문 구조의 특화 도메인 4종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신설 도메인들은 출시 이후 기업과 개발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1만 4,000건의 등록 실적을 올렸고, 전체 국가도메인 시장의 우상향 곡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인터넷 주소 자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칼을 빼 든 강도 높은 청소 작업도 힘을 보탰다. 인터넷진흥원은 자체적인 고객 만족도 데이터와 118 민원 상담 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역을 정밀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던 부실 등록대행업체들을 솎아냈다. 특히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소유권 이전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반복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대행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시정 요구와 함께 업무정지 조치를 단행하는 등 시장 정화에 주력했다.
인터넷진흥원 측은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를 나타내는 인터넷 주소가 온라인상에서 한국의 주권과 정체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디지털 표지판인 만큼, 앞으로도 철저한 보안 관리와 수요자 중심의 제도 개편을 지속해 공공적 가치를 높이고 국민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