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이슈2026-05-08
“트럼프표 보편 관세, 법적 근거 없다”… 美 법원, ‘글로벌 10% 관세’ 위법 판정하며 철퇴
  • 연방국제통상법원, 무역법 122조 남용 방지 판결… “무역적자와 국제수지 혼동은 행정부의 중대 과오”
  • 80억 달러 징수금 환급 명령에도 ‘보편적 효력’은 부인… 7월 시진핑 회담 앞둔 트럼프 압박 카드 차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정책인 ‘글로벌 보편 관세’가 미국 사법부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CIT) 재판부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에 대해 무역법 제122조 위반을 근거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이은 연이은 사법적 제동으로,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압박해온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 행보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행정부가 관세 부과의 근거로 내세운 법령 해석의 오류였다. 재판부 다수 의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상 관세 부과 요건인 ‘국제수지 문제’를 단순히 ‘무역적자’와 동일시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경제학적으로 본질이 다른 두 개념을 혼동해 법 집행의 근거로 삼은 것은 명백한 법적 요건 미비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수입업체들에 대한 관세 적용을 영구 금지하고, 이미 징수한 관세액에 이자를 더해 환급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곧바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의 관세 폐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의 효력을 소송에 참여한 2개 기업과 워싱턴주로 한정하는 ‘제한적 구제’를 선택했다. 오리건주를 비롯한 20여 개 주 정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수입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처분을 내렸으며, 전 국민에게 효력이 발생하는 보편적 금지 명령 역시 거부했다. 이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법적 절차의 정당성만을 엄격히 따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무적 타격은 여전히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미국 정부가 글로벌 10% 관세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만 약 80억 달러(약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항소심 과정에서 패소가 확정되거나 소송 참여 기업이 늘어날 경우, 미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 수입을 반환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 특히 오는 7월 무역법 122조에 따른 관세 기한 만료를 앞두고 다른 관세 체계로의 전환을 꾀하던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공백기를 메울 핵심 수단을 잃게 된 셈이다.

대외적인 협상력 약화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관세 압박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내 사법부가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 권한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의 통상 압박이 법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명분을 쥐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을 빌미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서두르고 있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도입될 새로운 관세 정책들 역시 거센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