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충돌

이슈2026-06-27
미군, 이란 드론 공격에 맞불…MOU 체결 이후 첫 군사 충돌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9일 만인 2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으로 충돌했다.

발단은 전날인 25일 이란의 상선 공격이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드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이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를 타격했으며, 미국 측은 이란이 드론 최소 4기를 선박을 향해 발사했고 그중 1기가 화물선 상갑판에 직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 중부사령부는 항공기 6대를 동원해 이란 해안선 일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레이더 기지 등 4개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이란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고 규정했다. 중부사령부는 또 이란의 상선 공격이 명백한 휴전 위반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국제 상업 물동량의 항행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란도 반격했다. IRGC는 미군 공습에 맞서 역내 미군이 주둔한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IRGC는 이번 미국의 행동이 이슬라마바드 MOU 5조에 규정된 호르무즈 해협 통항 통제 권한을 이란이 갖는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향후 침략이 반복될 경우 더 광범위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을 MOU 위반으로 규정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MOU 이행 방식에 이견이 있다면 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국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휴전 위반에 이어 미국도 협약을 저버렸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 하에 지난 6월 14일 MOU에 합의하고,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테헤란에서 각각 원격 서명하는 방식으로 이를 발효시켰다. MOU는 60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이후 이란 핵 프로그램 및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후속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번 충돌은 MOU 서명 이후 양측 간 첫 군사적 직접 교전으로, 합의 체제에 첫 번째 균열이 생겼다. 미군의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화라는 핵심 목표를 수호하는 동시에, 합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지 않는 ‘제한적 경고’의 성격으로 설계됐다는 게 미국 당국자의 설명이다.

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MOU 이후에도 지속돼 왔다. 미국은 선박들에게 오만 루트를 권장한 반면, 이란은 모든 선박이 이란의 허가를 받아 이란 해안에 가까운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협상단 일원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60일 유예 기간이 끝나면 통행료 징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또한 향후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변수도 불안 요인이다.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며 MOU 발효 직후부터 후속 협상이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MOU에는 핵 프로그램 사찰, 고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 최대 25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 여부 등 핵심 현안이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다.

확전 가능성을 두고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전면전 재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고, 이란 역시 MOU를 자국에 유리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어 합의 파기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상호 불신이 깊은 양측이 국내 여론을 의식한 채 군사 대응을 반복하다 예기치 못한 인명 피해 등 통제 불가 상황에 직면할 경우, 이제 막 출범한 MOU 체제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김희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