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기준금리 연 2.5% 동결… 신현송 체제 첫 발
- 유가·환율 불안에 8회 연속 금리 동결 결정
- 금통위원 2인 인상 의견… 하반기 긴축 깜빡이

한국은행이 수장을 교체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현재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동 발 이란 전쟁의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최근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가 동시에 요동치면서 경기 흐름을 관망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신현송 신임 총재의 주재로 열린 정례회의에서 현행 연 2.5%인 기준금리를 변경 없이 동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8회 연속으로 금리를 묶어두게 됐다.
이번 동결 결정은 신임 총재의 매파적 성향과 최근 한은 내부에서 흘러나온 인상 시그널로 인해 긴축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을 일단 비껴간 결과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하반기 긴축 페달을 밟기 위한 사전 정비 작업에 가까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중 5명은 동결을 지지했으나, 나머지 2명의 위원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강력한 소수의견을 개진하며 인상 압박을 가했다. 통화당국 역시 향후 정책 방향문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추이와 경기 개선의 강도,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조율해 금리 인상 시기를 구체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하반기 인상 가속화 전망은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경로 예측치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향후 6개월 뒤의 기준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한은 자체 점도표 매트릭스 분석 결과, 참여 위원 대다수가 현재의 연 2.5%보다 0.5%포인트 높은 연 3.0%를 가장 유력한 지점으로 지목했다. 이는 중동 리스크라는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체력적 확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파격 상향 조정했다. 지정학적 참화가 전체 성장률을 0.4%포인트가량 갉아먹는 유효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전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오히려 0.7%포인트 끌어올리는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편성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효과와 자본시장 증시 호황이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의 추가 성장 기여도를 보탤 것으로 정량화됐다.
문제는 성장의 가속도만큼 물가 지표 역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대폭 올려 잡으며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공식화했다. 원유 수입 단가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내수 전반의 비용 상승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세와 이번 달부터 본격 집행되는 26조 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 자금이 시중 유동성을 자극해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 등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달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한은이 올해 하반기 중 최소 한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 3.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