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라이프2026-09-28
[반려생활 리포트] 우리 개는 집에만 있는데 꼭 맞아야 할까?…‘세계 광견병의 날’ 다시 보는 예방접종
  • 국내 동물 광견병 2013년 이후 발생 없어…예방접종·방역으로 차단 유지
  • 산책 중 야생동물에 물렸다면 접종 여부 확인하고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 해외여행 땐 마이크로칩·광견병 항체가 등 목적지 검역조건 먼저 확인
9월 28일은 세계 광견병의 날이다. 국내 동물 광견병은 2013년 이후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반려동물 예방접종과 야생동물 방역·감시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산책할 때도 목줄을 매는 반려견이라면 광견병은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주변에서 광견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봤다는 이야기도 좀처럼 듣기 어렵다. 그렇다면 매년 예방접종 기록까지 확인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오늘인(9월 28일) ‘세계 광견병의 날(World Rabies Day)’을 맞아 한번쯤 확인해 볼 문제다.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동물에서 발생하면 광견병, 사람에게 감염되면 공수병이라고 부른다. 감염된 동물의 침에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물리거나 할퀸 상처, 손상된 피부나 점막 등이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발생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국내 사람 공수병은 2004년 마지막 환자가 발생한 이후 추가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다. 동물 광견병 역시 2013년 마지막 발생 이후 추가 발생 보고가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예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려동물 예방접종과 야생동물 방역 등으로 바이러스가 사람과 생활권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관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반려동물 예방접종과 함께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광견병 미끼예방약을 매년 봄과 가을 살포하고 있다. 올해 봄에도 3개월령 이상 개·고양이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지원했다. 그렇다면 평소 집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국내에선 2013년 이후 ‘0건’…왜 예방접종을 계속할까

광견병 예방접종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예방접종 수첩이나 동물병원 진료기록에서 마지막 접종일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AI로 생성)

광견병을 이해하려면 먼저 감염 경로를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경로는 광견병에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할퀴는 경우다.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침이 상처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면서 감염될 수 있다. 감염 동물의 침이나 조직이 사람의 눈·코·입 같은 점막이나 상처에 닿는 것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개는 실내에서 생활한다’는 것만으로 위험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평소에는 아파트에 살더라도 산책을 하고, 주말이면 공원이나 산·하천 주변을 찾는 반려견이라면 야생동물과 마주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야생동물 방역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너구리 등을 통한 광견병 유입을 막기 위해 매년 봄과 가을 서울 경계를 따라 미끼예방약을 살포하고 있다. 북한산·도봉산·수락산·관악산 등 산지와 안양천·우이천·청계천 같은 하천, 너구리 출몰 민원이 많은 공원 등이 대상이다.

반려동물 예방접종도 같은 맥락이다. 광견병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지자체들도 3개월령 이상 개·고양이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매년 봄과 가을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4월에도 백신 5만 마리분을 지원했으며 반려견은 동물등록이 돼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었다.

보호자가 할 일은 어렵지 않다. 예방접종 수첩이나 동물병원 진료기록에서 마지막 광견병 접종일을 먼저 확인하면 된다. 접종 시점을 정확히 모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임의로 판단하기보다 동물병원에서 접종 이력과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다음 접종 시기를 결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산책 중 너구리에게 물렸다면…‘접촉을 끊는 것’부터

산책 중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반려견이 접근하거나 뒤쫓지 못하도록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물리거나 접촉했다면 접종 이력을 확인해 동물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지=AI로 생성)

예방접종만큼 중요한 것이 야생동물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막는 일이다. 산이나 하천, 공원에서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을 발견했다면 반려견이 가까이 접근하거나 뒤쫓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야생동물이라고 해서 직접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을철 산책로 주변에서 작은 사각형 모양의 물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용 광견병 미끼예방약이다. 먹이 안에 백신을 넣어 너구리 등이 먹으면 구강 점막을 통해 백신이 작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서울시는 사람이 만지면 체취가 묻어 야생동물이 먹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발견하더라도 손대지 말 것을 안내하고 있다.

만약 산책 중 반려견이 야생동물에게 실제로 물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야생동물과 반려견을 우선 분리하고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때 마지막 광견병 예방접종 시기와 물린 시간·장소, 어떤 동물과 접촉했는지를 수의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보호자까지 물리거나 할퀴었다면 사람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공수병은 일단 임상 증상이 나타나면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노출 직후 대응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광견병 위험 동물에 물렸을 경우 상처를 즉시 비눗물로 씻고 적어도 15분간 물로 충분히 세척한 뒤 의료기관을 방문해 노출 후 예방조치가 필요한지 평가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동물에게 물렸다고 해서 곧바로 광견병에 감염됐다고 단정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예방접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치 없이 넘겨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떤 동물과 어디에서 접촉했는지, 반려견의 접종 상태가 어떤지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해외여행 계획한다면…‘광견병 항체가 검사’도 확인해야

반려동물과 해외로 출국할 때는 목적지에 따라 마이크로칩, 광견병 예방접종, 중화항체가 검사, 검역증명서 등이 요구될 수 있어 국가별 검역조건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미지=AI로 생성)

광견병 예방접종 기록이 특히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해외 여행을 계획할 때다. 반려동물의 해외 이동에는 사람의 여권과 비슷하게 개체를 확인하고 감염병 위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국가에 따라 마이크로칩, 광견병 예방접종, 광견병 중화항체가 검사, 검역증명서 등을 요구한다. 일본·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전 신고나 수입허가 등 추가 절차도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출국을 결정했다면 항공권부터 구입하기보다 목적지 국가의 검역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 낯선 용어가 ‘광견병 중화항체가 검사’다. 쉽게 말하면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은 뒤 실제로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혈액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광견병 항체가 검사를 동물의 국가 간 이동 전에 백신 접종에 대한 면역반응이 제대로 형성됐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설명돼 있다.

검사는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채혈한 뒤 검사기관으로 혈액 시료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반려동물 검역에서 널리 쓰이는 광견병 중화항체가 기준은 0.5IU/㎖ 이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광견병 항체검사 증명서에도 이 기준이 사용된다.

다만 숫자 하나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실제 입국 인정 여부와 인정 검사기관, 채혈 시점, 검사 결과의 유효기간, 입국 전 대기기간 등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채혈할 수 있고, 검사 이후에도 일정 기간을 기다린 뒤 입국하도록 요구한다. 마이크로칩 삽입과 예방접종의 선후 관계를 정해 놓은 국가도 있다. 따라서 목적지 국가의 최신 검역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반려견과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가장 먼저 목적지 국가의 검역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해당 국가가 정한 순서에 따라 마이크로칩 확인·등록, 광견병 예방접종, 항체가 검사, 검역증명서 발급 등을 준비하고 항공사의 반려동물 탑승규정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국가에 따라 출국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예방접종 수첩에서 ‘마지막 날짜’부터 확인하자

광견병 예방을 위해 보호자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반려동물의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다. 마지막 접종 시점을 모른다면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수의사와 다음 접종 시기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AI로 생성)

국내에서 광견병과 공수병이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예방의 필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방접종과 야생동물 방역, 감시를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도달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광견병 관리의 핵심이다.

보호자가 일상에서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단순하다. 먼저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마지막 광견병 예방접종 날짜를 확인한다. 산이나 하천, 공원에서는 야생동물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야생동물에게 물리거나 할퀴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예방접종 여부만 믿고 넘기지 말고 반려동물은 동물병원, 사람은 의료기관에서 각각 필요한 조치를 확인한다.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준비는 더 일찍 시작해야 한다. 광견병 예방접종만으로 모든 국가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항체가 검사와 마이크로칩, 검역증명서, 사전허가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광견병의 날. 거창한 준비부터 할 필요는 없다. 반려견 예방접종 수첩을 펼쳐 ‘마지막 광견병 접종일’이 언제인지 확인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황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