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 정리] 국민연금 국내주식 리밸런싱 재개, 삼성전자 등 대형주 팔았다
1/9 무슨 일이 있었나?
국민연금이 지난 1일부터 국내주식 정상 리밸런싱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한시적 유예조치가 지난달 말 종료되면서다. 코스피 급등으로 불어난 국내주식 비중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절차가 시작됐다. 이번 조치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대형주 매도 규모와 대상 종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증시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자들은 매도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 리밸런싱이란 무엇인가?
리밸런싱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해외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로 정해둔 목표 비중에 맞춰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려 목표 비중을 벗어날 경우 일부를 매도하거나 추가 매수해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절차를 말한다. 이는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쏠린 위험을 분산하고 장기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운용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가치가 수시로 변동하는 만큼, 정기적인 리밸런싱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핵심 절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3/9 왜 그동안 미뤄왔나?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유예한 바 있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는 국면에서 대규모 매도를 단행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였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 상승이 이어지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평가액이 별도 매수 없이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초과분을 줄이는 절차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4/9 어느 정도 벗어나야 조정이 이뤄지나?
목표 비중을 다소 벗어나더라도 일정 범위 안에서는 조정 없이 유지가 허용된다. 이때 활용되는 개념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자산군별 목표 비중과 허용범위)과 전술적 자산배분(TAA,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해 그 안에서 일시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이다. 실제 목표 비중을 넘어서더라도 이 허용범위 안에 머무르면 곧바로 매도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5/9 구체적인 목표비중과 허용범위는?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0.8%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이번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주식 SAA 허용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확대된 SAA와 TAA를 모두 반영할 경우 국내주식 비중의 실질 허용 상단이 약 28.8%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목표 비중보다 8%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국민연금이 당장 대규모 매도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여지를 마련해둔 셈이다.
6/9 예상 매도 규모는 얼마나 되나?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코스피 9000선을 기준으로 SAA와 TAA를 모두 적용한 최대 허용범위, 즉 28.8%를 가정해도 약 37조원의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허용범위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매도 규모는 70조원을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도 물량은 시나리오별 추정치일 뿐, 실제 규모는 향후 코스피 수준과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코스피가 더 오르거나 내릴 경우 추정치 자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7/9 첫날 실제 매매는 어땠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리밸런싱 재개 첫날인 지난 1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쳐 21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매도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됐다.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981억원어치 순매도한 데 이어 SK스퀘어(958억원), 삼성전기(442억원), 삼성물산(239억원), 삼성생명(151억원), LG이노텍(148억원), 삼성화재(132억원) 등을 주로 매도했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아모레퍼시픽, 크래프톤 등은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매도 상위 종목 다수가 삼성 계열사에 몰려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8/9 하루 거래만으로 방향을 단정할 수 있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연기금 거래의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차지하고 있지만, 리밸런싱은 개별 종목 판단이 아니라 자산군과 업종, 종목별 비중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와 패시브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경우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 상당 부분을 시장이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외국인까지 동시에 매도로 전환할 경우 수급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결국 매도 첫날의 수치만으로 전체 흐름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9/9 투자자는 무엇을 살펴봐야 하나?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하루 만에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기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거래를 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수십조원 매도’라는 숫자 자체보다 실제 집행 속도와 종목별 매매 흐름, 외국인 수급 동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리밸런싱 국면을 판단하는 데 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 주간 연기금의 매매 패턴이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이번 리밸런싱의 실제 파급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