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슈2026-06-04
승자 없는 잔치로 끝난 지방선거…민주당 압승 속 서울 뺏기고 국민의힘 텃밭만 사수
  • 전국 광역단체장 12대 4로 여당 대승 거뒀으나 수도 서울 역전패로 빛바랜 성적표
  • 대선 1주년 이재명 정부 평가 무대서 부동산 심판론 직격탄 및 재보선 여권 이탈 속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강북구 우이초등학교에 설치된 인수동5·6·7·8투표소 입구에서 유권자가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어느 한쪽도 온전한 승리를 선언하지 못하는 미묘한 성적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휩쓸며 수치상 압승을 거두었으나, 상징성이 가장 큰 수도 서울을 개표 막판 역전패로 내주며 화룡점정에 실패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단 4곳을 건지는 데 그치며 참패했으나, 서울과 경남이라는 핵심 요충지를 사수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뻔한 최악의 파국은 면했다. 양당 모두 외형적 성과와 치명적인 상처를 동시에 안아 들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졌다.

4일 발표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핵심지를 비롯해 부산·울산과 충남, 강원, 제주 및 호남 전역에서 깃발을 꽂았다. 특히 예측 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였던 부산과 충남, 강원에서의 승리는 정부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임기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안팎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 온 점이 전국적인 표심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 행정 지휘봉을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에게 내주는 등 수도권 요충지 곳곳에서 균열이 포착됐다.

이 같은 심장부 패배의 이면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도권 유권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깊게 작용했다. 대선 1주년 시점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광진·강동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 그리고 성남 분당 등 집값 민감 지역의 표심은 야당으로 무겁게 쏠렸다. 더욱이 강경파 지도부가 주도한 국회 내 무리한 법안 처리 방식이 중도층의 이탈을 부추겨, 대구의 김부겸이나 경남의 김경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막판 동력을 잃고 분패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벼랑 끝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개 지역을 확보하며 생존 발판을 마련했다. 장동혁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대해 나름의 선전을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 기류는 복잡하다. 대역전극을 쓴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중앙당 지도부와 철저히 동선을 분리하는 ‘독자 행정가’ 전략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당 구도와 이슈의 불리함을 개인의 브랜드 가치로 돌파한 오 시장은 강력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한 반면, 당 지도부는 여전히 참패에 따른 책임론의 사정권에 머물러 있다.

여야의 명암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더욱 확연하게 갈렸다. 총 14개 선거구 중 민주당은 9곳을 얻는 데 그쳤고,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1곳을 가져갔다. 기존 민주당 의석이 13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안방 4석을 보수 진영에 강탈당한 격이다. 격전지였던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을 모두 야권에 내준 대목은 민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부산 북구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 한동훈 전 대표는 복당을 예고하며 여당 내 권력 지형을 뒤흔들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번 선거는 결과의 승패를 떠나 대한민국 정치권 전반에 극단적 양극화라는 깊은 숙제를 던졌다. 선거 기간 내내 여성, 안전, 민생을 위한 생산적인 정책 공방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각 진영의 결집만을 겨냥한 거친 혐오 표현과 음모론이 공론장을 가득 채웠다. 선거 당일 서울 시내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한 행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향후 선거 결과 불복과 부정선거 논란을 확산시킬 위험한 불씨를 남기게 됐다.

김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