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대학원대학교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라이프2026-04-28
한국문학 전문 번역 석사 키운다…번역대학원대학교 2027년 개교 추진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를 석사 학위 과정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가 2027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 절차에 돌입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8일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날 행사는 이 숙원 사업이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추진 체계를 갖췄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업은 2024년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은 측면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 이후 국내외 출판사로부터 번역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번역출판 지원 사업 수요는 연간 30% 이상 증가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번역원 지원을 받아 28개 언어, 76종으로 출간됐으며, 전문 번역 인력이 이 성과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립추진위원회는 총 9인으로 구성됐다. 시인이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시인 문정희·나태주, 소설가 황석영·은희경, 문학평론가 권영민·유성호가 참여했다. 영화 ‘기생충’의 번역가 달시 파켓, 한국문학 후원에 꾸준히 나서온 시몬느 박은관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위원들은 설립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황석영 위원은 “한국문학이 세계인에게 깊이 있게 전달되려면 우리 말을 전문적으로 습득한 외국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종환 위원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한국문학을 통해 스며드는 한류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의 정점에 대학원대학이 있다”고 말했다.

번역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기존 번역아카데미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2026년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은 신규 수강생을 모집하지 않고, 현재 재학 중인 제18기의 수료를 끝으로 2027년 6월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다. 2008년부터 운영해 온 이 과정은 지금까지 1천6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나, 2년을 이수해도 학위가 없다 보니 전문 경력을 쌓는 데 한계가 있었다. 비학위 과정이라는 특성은 우수 교수진 및 학생 유치,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에도 제약으로 작용했다.

새로 설립될 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 7개 언어 전공의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향후 박사후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연간 입학 정원은 내국인 30명, 외국인 30명으로 총 60명 규모이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번역원 본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캠퍼스로 활용하고, 전임교수 1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존 통번역대학원과의 차별화도 명확히 했다. 통번역대학원이 실용 분야 특화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둔다면, 번역대학원대학교는 문학과 문화 콘텐츠 번역에 집중한다. 번역 방향도 ‘외국어→한국어’가 아닌 ‘한국어→외국어’다. 커리큘럼에는 AI 윤리, 디지털 역량, 다문화 이해 등이 포함될 예정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번역가 육성을 목표로 삼는다.

정향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번역대학원 출신 인재들은 단순 번역가를 넘어 K-컬처와 세계를 잇는 문화 기획자이자 친한 네트워크의 핵심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번역원은 올해 교육부 설립 인가 신청을 거쳐 2027년 상반기에 학생을 선발하고, 같은 해 9월 개교한다는 일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희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