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라이프2026-07-15
[건강 SOS] 몸보신하려다 탈 난다…초복 보양식, ‘음식 궁합’ 보다 더 따져야 할 것은?
  • 삼계탕 국물에 소금·김치 더하면 나트륨 부담 가중
  • 장어 먹은 날 간 요리·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 중복 주의
  • 음식의 고정된 ‘상극’보다 건강 상태와 한 끼 전체 살펴야
초복 보양식은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함께 먹느냐’도 중요하다. (이미지=AI로 생성)

‘삼복더위’라는 말이 실감 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다. 삼계탕과 백숙, 장어구이 등 보양식을 찾는 발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양식을 둘러싸고는 특정 음식끼리 함께 먹으면 설사하거나 영양소의 효능이 사라진다는 식의 ‘음식 상극’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반적인 식사 수준에서 서로 다른 음식 두 가지가 만나 독성 물질을 만든다는 주장은 의학적·영양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살펴야 할 음식 궁합은 따로 있다. 삼계탕 국물과 김치·소금에서 나트륨이 겹치거나, 장어와 간 요리·고함량 영양제를 통해 동물성 비타민 A를 중복 섭취하는 경우다. 삼계탕을 먹은 직후 홍삼 농축액을 추가하거나 고단백 보양식에 술과 탄수화물 중심의 후식을 곁들이는 식사도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음식 궁합은 특정 식재료의 상극을 찾는 문제가 아니다. 한 끼에 어떤 영양소와 위험 요인이 얼마나 겹치는지, 현재 자신의 몸이 해당 음식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삼계탕에 소금·김치까지? 먼저 살펴야 할 ‘나트륨 중복’

삼계탕 한 그릇보다 더 문제일 수 있는 것은 국물과 짠 반찬의 중복이다. (이미지=AI로 생성)

삼계탕은 닭고기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닭 한 마리와 찹쌀, 국물까지 모두 먹으면 한 끼의 열량과 단백질 섭취량이 상당해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가정식 삼계탕’ 표준 분석값을 보면 총 내용량 900g을 기준으로 100g당 열량은 101㎉, 단백질 10.68g, 지방 4.8g, 나트륨 82㎎이다. 이를 전체 중량으로 환산하면 약 909㎉, 단백질 96.1g, 지방 43.2g, 나트륨 738㎎이다. 음식점 삼계탕은 닭의 크기와 국물 양, 간을 맞추는 방식에 따라 영양성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삼계탕을 먹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궁합은 닭고기와 특정 채소가 아니라 국물과 짠 반찬의 조합이다. 이미 간이 된 국물에 소금을 추가하고 김치와 깍두기, 장아찌·젓갈까지 곁들이면 나트륨 섭취량이 빠르게 늘어난다. 국물을 끝까지 마시는 습관도 나트륨 부담을 키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라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 소금으로는 약 5g 이하로 줄이도록 안내한다. 김치와 장아찌, 젓갈처럼 염분이 많은 반찬을 줄이고 국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나트륨을 줄이는 방법이다.

고혈압이나 심부전, 만성콩팥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국물과 짠 반찬의 중복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과 치료 단계에 따라 단백질과 나트륨, 칼륨, 인 섭취량을 개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식사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주치의나 임상영양사와 상의하는 것이 적절하다.

싱겁게 먹기 위해 사용하는 ‘저나트륨 소금’도 성분표를 살펴야 한다. 일부 제품은 염화나트륨의 일부를 염화칼륨으로 대체한다. 일반 성인에게는 소금 섭취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지거나 칼륨 배설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오히려 고칼륨혈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찹쌀이 들어간 삼계탕에 공깃밥이나 국수를 추가하고 식사 뒤 달콤한 음료나 빙수를 먹는 조합도 주의해야 한다. 음식끼리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탄수화물과 총열량이 한 끼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은 삼계탕 속 찹쌀과 추가로 먹는 밥·면·후식을 하나의 식사로 계산해야 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특정 음식 두 가지의 고정된 상극보다는 음식의 성질과 먹는 사람의 체질, 당시의 소화 상태를 함께 살핀다. 사상의학에서는 삼계탕처럼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얼굴이 붉거나 갈증이 난다는 몇 가지 증상만으로 체질을 자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평소 열감이나 소화 불편이 심하다면 매운 양념과 마늘·생강을 지나치게 더하거나 삼계탕을 연이어 과식하지 않는 정도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장어에 간 요리·영양제까지? 비타민 A 중복 섭취 주의

장어는 보양식이지만, 간 요리나 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와의 중복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고추장 장어구이 100g에는 열량 259㎉, 지방 17.21g, 단백질 19.82g, 나트륨 322㎎이 들어 있다. 비타민 A는 686㎍ RAE로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98%에 해당한다.

다만 1일 영양성분 기준치가 곧 과잉 섭취 위험을 나타내는 상한섭취량은 아니다. 장어 100g을 먹었다고 곧바로 비타민 A 과잉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음식점마다 장어의 종류와 양념 배합, 1인분 중량도 달라 실제 섭취량에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장어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실제 조합은 복숭아와 같은 특정 과일이 아니라 소·돼지 간 요리와 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다. 장어를 넉넉히 먹은 날 간 요리를 추가하거나 레티놀·레티닐 팔미테이트 등 동물성 비타민 A가 든 영양제를 함께 섭취하면 비타민 A 섭취량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성인의 동물성 비타민 A 상한섭취량을 하루 3000㎍ RAE로 제시한다. 음식과 보충제를 통해 섭취한 레티놀과 레티놀 에스터 형태의 비타민 A를 합산한 값이다. 한 끼의 장어가 곧바로 비타민 A 중독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간 요리나 고함량 보충제를 반복적으로 겹쳐 먹는 습관은 피하는 편이 좋다.

또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고함량 동물성 비타민 A 보충제를 임의로 추가하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동물성 비타민 A 섭취는 태아의 선천성 결함 위험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드름이나 건선 치료 등에 사용하는 일부 레티노이드 계열 약물도 비타민 A 보충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과잉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해당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를 임의로 추가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확인해야 한다.

양념 장어구이에 밥과 냉면, 달콤한 음료까지 더하면 총열량과 탄수화물·나트륨 섭취량이 커질 수 있다. 장어를 먹을 때는 양념을 지나치게 덧바르거나 밥과 면을 함께 먹는 것을 줄이고, 짜지 않은 채소 반찬을 곁들이는 편이 낫다.

통풍이나 고요산혈증이 있다면 장어 한 가지보다 보양식 식탁 전체를 살펴야 한다. 내장류와 육류·일부 어패류를 많이 먹고 술까지 곁들이는 식사 패턴은 요산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많은 양의 음주는 통풍 발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삼계탕 먹고 홍삼액까지? 복용 약과 조리 위생 확인해야

보양식의 효과를 더하려는 추가 섭취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약물 복용 여부와 조리 위생이다. (이미지=AI로 생성)

삼계탕과 백숙에는 인삼이나 황기, 대추, 마늘 등이 들어간다. 음식에 들어가는 소량의 인삼과 인삼 추출물을 농축한 건강기능식품을 같은 수준으로 볼 필요는 없다.

주의할 상황은 보양 효과를 높이겠다며 삼계탕을 먹은 직후 홍삼 농축액이나 인삼 추출물, 여러 한방 원료가 든 보충제를 추가로 섭취하는 경우다. 특히 약을 매일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천연 원료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인삼은 혈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당뇨병 환자가 농축 제품을 섭취할 때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일부 혈압약과 스타틴 계열 지질저하제, 항우울제와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근거는 일관되지 않다.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임의로 홍삼·인삼 농축 제품을 추가하기보다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삼계탕에 든 인삼 한 조각을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음식 속 소량의 재료가 아니라 농축 제품을 여러 종류 추가하거나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을 확인하지 않는 식습관이다.

영양 궁합만큼 중요한 것이 조리 위생이다. 생닭에는 캠필로박터균 등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균이 존재할 수 있다. 생닭을 씻는 과정에서 튄 물이나 생닭을 만진 손과 칼·도마를 통해 균이 채소와 다른 음식으로 옮겨갈 수 있다.

생닭은 가급적 물에 씻지 않고 바로 조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씻는 과정에서 물방울을 통해 균이 싱크대와 조리도구, 주변 식재료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닭을 만진 손과 조리도구는 즉시 깨끗이 씻고, 채소와 생닭에는 서로 다른 칼과 도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닭고기는 중심부 온도가 75℃ 이상이 되도록 충분히 익혀야 한다. 많은 양의 삼계탕이나 백숙을 미리 조리한 뒤 여름철 실온에 오래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먹을 만큼만 덜어내고 남은 음식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식혀 냉장 보관해야 한다. 다시 먹을 때는 일부만 미지근하게 데우지 말고 음식 전체가 충분히 뜨거워지도록 재가열해야 한다.

초복에 따져야 할 음식 궁합은 함께 먹으면 독이 되는 재료를 찾는 일이 아니다. 국물과 짠 반찬, 장어와 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 인삼 농축 제품과 복용 약처럼 한 끼에 같은 영양소와 위험 요인이 얼마나 겹치는지 살펴야 한다. 보양식의 이름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식탁 전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복 보양식 먹기 전 ‘건강 궁합’ 체크리스트

□ 삼계탕 국물에 소금을 추가하지 않았는가

□ 김치·장아찌·젓갈 등 짠 반찬을 여러 가지 곁들이지 않았는가

□ 콩팥병이 있다면 저나트륨 소금의 염화칼륨 함량을 확인했는가

□ 찹쌀이 든 삼계탕에 밥·면·달콤한 후식을 추가하지 않았는가

□ 열감이나 소화 불편이 있는데 매운 양념과 마늘·생강을 지나치게 더하지 않았는가

□ 장어를 먹는 날 간 요리와 고함량 비타민 A 보충제를 겹치지 않았는가

□ 통풍이나 고요산혈증이 있는데 육류·내장류·일부 어패류와 술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았는가

□ 약을 복용하면서 홍삼·인삼 농축 제품을 임의로 추가하지 않았는가

□ 생닭을 물에 씻어 주변 조리도구와 식재료에 물이 튀게 하지 않았는가

□ 생닭과 채소에 서로 다른 칼·도마를 사용했는가

□ 닭고기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혔는가

□ 조리한 보양식을 여름철 실온에 오래 두지 않았는가

황주영 기자
라이프2026-07-14
[지금, 다시 읽는 책] 복날에 다시 읽는 음식의 책들…보양식보다 오래 남는 식탁의 기억
  • 복죽·천렵·탁족에 담긴 한여름의 쉼과 나눔
  • 삼계탕에서 치킨·간편식까지 달라진 복날 풍경
  • 음식의 역사와 계절, 돌봄과 회복을 읽는 다섯 권
(이미지=AI로 생성)

한 해 중 볕이 가장 사납게 내리쬐는 계절, 삼복이 다시 문턱을 넘어온다. 올해 초복은 15일, 중복은 25일, 말복은 다음달 14일로 예고되어 있다. 흔히 스물네 절기 가운데 하나로 오해받곤 하지만, 복날은 하지를 지나고 입추를 넘긴 뒤의 경일을 헤아려 정해지는, 훨씬 오래된 세시의 풍속이다.

농경의 시간 속에서 복날은 그저 기름진 음식을 먹어치우는 하루가 아니었다. 한여름 농사일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잠시 낫과 호미를 내려놓고 지친 몸을 쉬게 하던 날에 가까웠다. 마을은 머슴과 일꾼들에게 상을 차려 대접했고, 사람들은 냇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 국을 끓이는 천렵으로 더위를 씻어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과, 숲이나 정자나무 그늘 아래 음식을 나누는 복놀이 역시 무더위를 건너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복날의 상 또한 어느 하나로 굳어 있지 않았다. 개장국과 닭백숙은 물론, 붉은 팥이 나쁜 기운과 병을 막아준다는 믿음으로 끓여 먹던 복죽, 민어탕과 육개장, 계곡에서 건진 물고기로 끓인 어죽까지, 지역과 형편에 따라 저마다 다른 그릇이 상 위에 놓였다. 오늘날에는 삼계탕이 복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닭에 인삼과 찹쌀을 채워 끓이는 지금의 삼계탕 문화는 근현대의 양계업과 냉장 유통, 외식업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대중의 것이 되었다.

요즘의 복날 풍경은 한결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가족이나 동료와 삼계탕집을 찾는 걸음은 여전하지만, 젊은 세대는 복날을 하나의 계절 행사처럼 받아들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나간다. 평소에는 삼계탕을 즐기지 않던 이들도 복날만큼은 한 번쯤 관련 메뉴를 찾고, 배달 주문에는 삼계탕뿐 아니라 치킨 주문 또한 함께 늘어난다. 편의점 진열대에는 혼자서도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반계탕과 보양 도시락, 장어·오리 간편식은 물론, 삼계탕을 햄버거나 간식으로 새롭게 풀어낸 상품까지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한 솥의 음식을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나누던 복날은, 이제 자취방에서 간편식을 데우고 친구들과 치킨을 시키며, 제철 과일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한 끼로 여름을 기념하는 날로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복날의 음식은 시대마다 얼굴을 바꾸어 왔지만, 더위를 함께 건너려는 마음과 누군가를 먹이는 일의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달라져 온 복날의 식탁과, 그럼에도 오래도록 남는 먹는 기억을 다섯 편의 작품 속에서 다시 찾아본다.

삼계탕도 처음부터 복날 음식은 아니었다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휴머니스트, 2013년)

오래도록 먹어온 음식에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러나 우리가 전통 음식이라 부르는 메뉴들 역시 특정한 시대의 산업과 유통, 도시의 문화와 소비의 방식을 따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어 왔다.

음식인류학자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는 지난 백여 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에 오른 음식들을 실마리 삼아 20세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좇는다. 설렁탕과 냉면, 육개장, 잡채, 김밥, 삼계탕과 치킨처럼 익숙한 메뉴들이 언제부터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으며, 그 시절의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이 음식 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삼계탕은 오래된 조선시대 궁중 음식이라기보다 근대 이후에 빚어진 음식 문화의 한 사례로 다뤄진다. 닭백숙을 먹는 관습 자체는 오래되었으나, 인삼과 찹쌀을 넣은 어린 닭 한 마리를 한 그릇에 담아내는 지금의 방식은 양계 산업과 냉장 유통, 외식업의 성장과 촘촘히 맞물려 있다. 삼계탕이 복날의 상징으로 자리잡기까지, 그 안에는 음식 자체의 내력뿐 아니라 닭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팔 수 있게 된 사회의 변화가 함께 스며 있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요즘 복날에 치킨이나 편의점 간편식을 고르는 풍경도 전통의 단절로만 읽을 수는 없다. 예전 사람들이 저마다의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형편에 맞추어 복죽이나 민어탕, 닭백숙을 골랐듯, 오늘의 소비자 역시 비용과 취향, 생활 방식을 저울질하며 자신만의 복달임을 정한다.

음식의 역사는 원형을 고스란히 지켜내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따라 끝없이 변형되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 ‘식탁 위의 한국사’가 건네는 것은 어느 음식이 진짜 전통인가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한 시대의 식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소비하며 관계를 맺어왔는지가 비쳐 보인다는 사실이다.

몸에 좋은 음식보다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맛

-‘먹는 기쁨에 대하여’ (한은형, 인플루엔셜, 2026년)

복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으레 몸에 좋은 음식부터 떠올린다. 단백질과 열량은 충분한지, 어떤 약재가 들어갔는지, 지친 기력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따진다. 그러나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음식이 반드시 가장 값비싸거나 영양가 높은 음식만은 아니다.

소설가 한은형이 2026년에 펴낸 ‘먹는 기쁨에 대하여’는 제철 음식과 소울푸드, 천천히 빚어지는 음식과 그로부터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엮은 에세이다. 책은 계절의 음식과 마음속에 오래 남은 맛, 시간과 수고를 들여 완성되는 음식, 그리고 음식에 얽힌 문학과 예술의 이야기를 차례로 따라간다.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지 그 시기에 영양 성분이 가장 풍부한 재료를 섭취한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여름날의 콩국수와 풋고추, 장마가 걷힐 무렵의 옥수수, 우물물에 담가 서늘하게 식힌 수박처럼, 음식에는 그것을 먹던 날의 기온과 냄새, 곁에 있던 사람의 모습까지 함께 저장된다.

누군가에게 복날은 삼계탕의 뜨거운 국물로 남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할머니가 마루에 내놓던 수박이나 어머니가 삶아주던 국수, 아버지가 냇가에서 끓이던 어죽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음식의 가치는 정해진 조리법 위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먹어온 한 사람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먹는 기쁨에 대하여’는 정답처럼 제시되는 보양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나는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기쁜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복날이라고 모두가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철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바쁜 하루 속에서도 한 끼를 제대로 챙기는 일 역시 오늘의 복달임이 될 수 있다.

한 숟가락을 기다리는 일이 돌봄이 될 때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문학동네, 2018년)

보양식이라는 말에는 흔히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풍성한 한 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아픈 사람에게 정작 필요한 음식은 재료가 귀하거나 양이 많은 음식이 아닐 때가 많다. 지금 그 사람이 삼킬 수 있고, 먹은 뒤에도 견딜 수 있으며, 다시 한 숟가락을 들게 만드는 음식이어야 한다.

얼마 전 한석규·김서형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작품, 강창래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요리를 시작한 남편의 부엌 기록이다. 할 줄 아는 요리가 거의 없던 저자는 아내가 삼킬 수 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며 콩나물국과 볶음밥 같은 일상의 메뉴에서부터 아귀찜과 해삼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지어낸다. 책의 무게중심은 화려한 조리 기술이 아니라, 아내의 몸 상태를 살피고 다음 한 끼를 준비하는 그 시간에 놓여 있다.

아픈 사람을 위한 밥상 앞에서는 요리하는 이의 만족보다 먹는 이의 상태가 먼저 놓인다. 간을 줄이고 재료를 잘게 다듬으며, 어제는 잘 먹었던 음식도 오늘은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성을 들였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더 먹으라 재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책에서 요리는 병을 낫게 하는 만능의 치료법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아내의 고통과 다가오는 이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오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고 한 끼를 차려내는 일은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든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그 평범한 노동이, 말로는 다 건네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한다.

복날의 본래 풍경에도 이와 닮은 돌봄이 있었다. 한여름 농사일에 지친 이에게 음식을 내고 잠시 쉬게 하는 것이 복달임의 본뜻이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고 나면, 보양이란 무엇을 먹이는가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는가에 더 가까운 말처럼 다가온다.

평범한 한 끼가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운다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1999년)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식사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슬픔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도 배는 고프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냉장고 문은 열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먹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면서, 동시에 다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작은 첫걸음이기도 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표작 ‘키친’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뒤에 남겨진 젊은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일상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미카게에게 부엌은 그저 음식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조리도구가 놓인 풍경 속에서 잠들 수 있는 곳이며, 삶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에도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공간이다.

작품 속 음식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함께 장을 보고 소박한 음식을 짓고,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한 끼를 들고 먼 길을 찾아가는 순간들이 잔잔히 이어진다. 이 평범한 식사들은 상실을 지워주지는 못하지만, 혼자 남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다시 타인의 곁으로 이끈다.

복날의 오랜 식탁은 공동체가 함께 음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저마다의 생활 시간이 어긋난 지금, 모든 식사가 넓은 상 위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 ‘키친’은 혼자 먹는 한 끼 또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나지막이 말하는 듯하다. 자신의 몫을 위해 쌀을 씻고 국을 데우는 일도 결국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사람을 단번에 구원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의 한 끼를 먹고 내일의 식사를 준비하는 되풀이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일상의 리듬을 되찾아간다. 뜨거운 보양식 한 그릇보다 더 오래 몸을 지탱하는 것은, 어쩌면 계속해서 먹고 살아가려는 그 마음일지 모른다.

가족의 전통을 끓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민음사, 2004년)

전통 음식에는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이 배어 있다. 하지만 오래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전통이 따뜻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유산인 관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굴레가 될 수도 있다.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열두 달의 요리법을 따라가며 사랑과 가족, 억압과 해방을 풀어낸 소설이다. 주인공 티타는 집안의 막내딸이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가족의 전통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끝내 결혼하지 못한다. 부엌에서 자라난 티타가 품은 슬픔과 분노, 욕망은 그가 지어낸 음식을 타고 다른 사람들에게로 흘러간다.

작품 속 부엌은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지닌다. 티타에게 요리는 가족이 물려준 솜씨이자 삶을 짓누르는 의무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말로는 꺼내지 못한 마음이 음식의 맛과 향,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비로소 세상 밖으로 새어 나온다.

복날의 음식 역시 가족과 지역의 관습을 따라 이어져 왔다. 어른이 정해준 음식을 함께 먹고, 같은 날 같은 음식을 지으며 계절이 바뀜을 확인했다. 그러나 전통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사람이 과거와 똑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헤아리고 지금의 삶과 가치에 맞게 다시 풀어낼 때, 새로운 세대도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삼계탕 대신 치킨을 고르거나, 육류 대신 버섯탕과 콩국수를 택하는 선택, 가족의 식탁 대신 편의점에서 혼자만의 끼니를 사는 풍경도 다르지 않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정해진 규칙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일이 아니라, 기억할 것은 남기고 바꿔야 할 것은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을 먹었는가보다 누구의 마음이 놓였는가

복날의 음식은 시대를 따라 얼굴을 바꾸어 왔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일에 지친 이들에게 음식을 내고 냇가와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숨을 돌리는 날이었다. 복죽과 개장국, 민어탕과 닭백숙을 지나 삼계탕이 복날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고, 이제는 치킨과 간편식, 도시락과 채식 메뉴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한층 넓어졌다.

다섯 권의 책 역시 저마다 다른 식탁을 비춘다. ‘식탁 위의 한국사’는 전통 음식조차 사회의 변화 속에서 빚어졌음을 짚어주고, ‘먹는 기쁨에 대하여’는 제철의 맛에 쌓인 한 사람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돌봄의 언어가 되고, ‘키친’에서는 평범한 한 끼가 상실 이후의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부엌에서는 가족의 전통을 물려받은 이가 마침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올여름 복날의 식탁에는 삼계탕이 오를 수도, 치킨이나 콩국수, 편의점 도시락 하나가 놓일 수도 있다. 무엇을 먹느냐는 저마다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음식의 가격이나 열량보다 오래 남는 것이 있다. 무더운 하루를 함께 견디자며 누군가 건넨 한 그릇, 먹을 사람의 상태를 헤아리며 재료를 다듬던 시간, 혼자서도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 차린 작은 밥상. 복날의 진짜 보양은 특별한 음식을 먹는 데에만 있지 않다. 나와 곁에 있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잠시 돌아보는 것, 그 마음이 깃든 식탁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데에 있다.

황주영 기자
“삼계탕·소시지 1억 베트남 시장 뚫었다”… 한-베 정상회담서 가금육 검역 협상 극적 타결
  • 9년 끈 검역 장벽 허물고 110억 달러 육류 시장 공습 개시… 하림·CJ제일제당 우선 수출
  • 송미령 장관, ‘동물 위생·검역 MOU’ 체결로 한우 및 돼지고기 추가 진출 교두보 확보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 열처리 가금육의 베트남 수출을 위한 검역·위생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K-푸드인 삼계탕과 너겟, 소시지 등 열처리 가금육 제품이 1억 인구의 거대 소비 시장인 베트남으로 향하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2일 개최된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가금육 수출을 위한 검역·위생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17년부터 9년간 이어온 끈질긴 협상이 결실을 보며, 우리 축산 가공품의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베트남 육류 시장은 2025년 인구 1억 명 돌파와 함께 연평균 9.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약 110억 달러(한화 약 15조 원)에 달하는 ‘포스트 차이나’의 핵심 요충지다. 특히 베트남 현지에서는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 성장으로 인해 식생활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육가공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여기에 한류 열풍으로 인한 한국 식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선호도가 맞물려 수출 전망이 매우 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협상 타결로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선 승인을 받은 국내 수출 작업장은 하림과 CJ제일제당 등 총 2개소다. 이들 업체는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현지 심사와 위생 기준을 모두 통과했으며, 향후 정부는 베트남 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수출 가능한 가공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정상회담 전날인 21일, 베트남 농업환경부 장관을 직접 만나 검역 절차를 조기에 매듭짓는 등 이번 타결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는 이번 가금육 수출 타결을 시작으로 품목 다변화에도 속도를 낸다. 양국 정부는 ‘동물 위생 및 검역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보 공유와 전문가 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현재 논의 중인 한우와 열처리 돼지고기 등 다른 축산물의 수출 협상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 또한 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아프라스) 의장국으로서 베트남 당국에 ‘K-푸드는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규제 외교’를 펼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특히 이번 수출 제품에는 고도화된 위생 관리 시스템인 ‘글로벌 해썹(HACCP)’이 적용되어 국제적인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는 단순히 물량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한국 식품의 프리미엄 안전 이미지를 구축해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불확실한 국제 통상 환경 속에서 우리 축산물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이번 성과가 농가 소득 증대와 식품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희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