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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토스뱅크 모두 멈췄다…애플페이 ‘2호’ 탄생 언제쯤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경쟁 카드사는 단 한 곳도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도입 준비를 가장 앞서 진행해 온 신한카드와 인터넷은행 최초 도입 기대를 모았던 토스뱅크까지 출시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기술적 준비는 이미 완료됐다. 발목을 잡는 것은 수수료 구조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초부터 애플페이 도입 작업을 본격화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아이페이(iPay)’ 상표권을 출원하고, 자사 앱 ‘신한 SOL페이’에서 애플페이 등록 화면이 외부에 유출됐다. 내부 테스트를 마쳤고 금융감독원 약관 승인도 받았다. 3월에는 신한카드 홈페이지에 ‘애플페이 이용 약관’이 잠시 게시됐다가 삭제되는 일까지 벌어지며 출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3월 출시는 결국 무산됐다. 신한카드는 애플과 재계약을 체결해 사업 권한을 유지하면서 출시 시점을 뒤로 미뤘다. 현재 업계에서는 5월 전후를 새로운 출시 목표 시점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나, 추가 지연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토스뱅크의 이탈은 업계에 더 큰 충격을 줬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약관 심사를 신청해 약 3개월 만에 통과했고, 실제 출시 날짜까지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카드 이후 처음으로 애플페이를 서비스할 금융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팽배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막판 제동을 걸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애플 등 파트너사와 관련된 사안이라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며 “아직 완결된 사안이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두 곳이 공통적으로 멈춰선 배경에는 삼성페이 수수료 문제가 자리한다.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약 0.15%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하는 반면,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무료로 운영돼 왔다. 핵심은 애플페이 도입이 삼성페이 수수료 정책 변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카드사들 간 기존 계약은 지난해 8월 만료됐으나 수수료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있다. 애플페이를 들이면 애플 수수료가 발생하고, 이것이 삼성페이 유료화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셈법이 카드사들을 옭아매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류도 관망 분위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페이는 이제 공공재에 가깝다”고 발언하면서,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수수료 유료화에 당국 수장이 제동을 거는 신호를 보낸 셈으로, 카드사들은 서둘러 움직일 명분이 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악화도 발목을 잡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의 90% 이상이 이미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인 상황”이라며 “여기에 삼성페이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고객 포인트나 할인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카드론 규제 강화로 주요 수익원이 이미 위축된 시점에 비용 구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사이 현대카드의 독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18.74%로, 애플페이 도입 이전인 2023년 2월의 17.51%에서 높아진 반면 신한카드는 21.16%에서 20.58%로 내려앉았다. 두 회사 간 격차는 3.65%포인트에서 1.84%포인트로 좁혀졌다. 관망을 택한 카드사들이 치르는 기회비용이 숫자로 드러나는 셈이다.

신한카드 외에 국민·우리·비씨·농협카드도 연동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한카드 보류 이후 공식 절차에 착수한 곳은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신한카드의 다음 행보가 전체 판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이 아닌 수수료 협상이 국내 애플페이 확산의 속도를 좌우하는 국면에서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길어지고 있다.

정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