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항로 합의 초읽기…이란 “미 봉쇄 계속되면 안전 보장 못 해”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 통항로에 대해 지리적 좌표 합의를 이뤘다고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바가이 대변인은 두 연안국이 지난 두 달간 협상을 이어왔으며, 기술·법률·안보·환경 등 여러 측면을 검토한 끝에 항로 좌표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합의 내용을 담은 양국 공동성명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다만 그는 이번 합의가 곧 해협의 전면적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이란을 겨냥한 위협적 행동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한 만큼, 양국 합의만으로 통항 선박의 안전을 완벽히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갈리바프 의회 의장의 이번 주말 파키스탄·카타르 방문 계획은 없다면서도, 두 나라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도 입장을 내놨다. 그는 새 합의가 이행되면 기존 임시 항로는 폐쇄되고 해협 통항의 상당 부분이 이란 영해를 지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는 해협의 전면 개방을 뜻하지 않으며 관련 합의는 오직 이란과 오만 양국 간에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세력의 개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조율 중인 항로는 1~3개월 운영되는 임시 성격이며, 오만과의 협상에서 기간 연장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분쟁 발발 4~5일 뒤 미국 측이 협상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이란은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항로 협상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무력 충돌의 연장선에 있다. 이란은 당시 대응으로 호르무즈 통항을 사실상 제한했고, 4월 7~8일 파키스탄 중재로 2주간 정전이 성사됐다. 6월 14일에는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지만, 7월 이란이 사전 승인 항로를 벗어난 상선 3척을 공격하면서 정전이 흔들렸고 미국은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 봉쇄로 상선 44척의 항로를 변경시키고 2척을 무력화, 2척을 승선 조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군사적 대응 태세를 경고했지만, 이달 들어 협상 재개 가능성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해협 통제권을 부여하는 형태의 양보는 이미 이뤄졌으나, 구체적 범위 규정은 아직 논의 중이다. 이란 고위 소식통은 합의안에 걸프 해역으로 들어오는 선박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이 명시돼 있다며, 최대 쟁점은 반대로 걸프 해역을 빠져나가는 선박에 대한 이란의 역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