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이 여름 휴가철에 따른 조업 차질과 일부 완성차 업체의 노조 파업 여파가 겹치며 생산과 수출, 내수 판매 전 부문에서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줄어든 38억 5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최대 수출 시장인 북미와 유럽연합을 비롯해 아시아, 중동 등 주요 지역 전반에서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다. 물량 기준 수출량 역시 14만 6천 대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26.9% 감소했다.
생산량과 내수 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8월 생산량은 20만 6천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 급감했으며, 내수 판매량도 20.8% 줄어든 11만 대를 기록했다. 업계의 완성차 생산 하계 휴가 시점이 지난해 7월 말에서 올해 8월 초로 이동함에 따라 평일 기준 조업일수가 나흘이나 줄어든 데다,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시장 침체 속에서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내수 판매 차량 11만 대 중 친환경차는 6만 9천 대가 팔려 전체 내수의 62.6%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연속으로 최고 비중을 경신한 수치다. 완성차 업계의 주요 임금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하반기 남은 기간 생산 물량이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부품 공급 정상화와 글로벌 친환경차 수요 폭발에 힘입어 생산, 내수, 수출이 일제히 우상향하는 ‘트리플 성장’을 기록했다. 그동안 공급망 차질로 차량 출고 대기에 시달리던 완성차 업계가 부품 조달처 다변화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생산 라인에 탄력이 붙은 결과다. 특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앞세운 고부가가치 친환경 차량이 해외 영토를 빠르게 넓히며 역대 6월 기준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한 67억 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역대 6월 수출액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은 9.5% 늘어난 16만 대를 기록했으며, 완성차 생산량 역시 11.6% 대폭 증가한 39만 4,000대까지 치솟으며 질주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국산차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핵심 부품 수급난이 대체 부품 공급선 확보로 해소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정상 궤도에 올라선 것이 생산량 급증의 핵심 동력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역별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차종별 맞춤형 공략이 빛을 발했다. 최대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 수출액이 36억 1,000만 달러로 12.3% 늘어났고, 유럽연합(EU) 역시 8.7억 달러를 기록해 13.7%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연비와 상품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차량이 실적을 견인한 반면, 유럽에서는 인프라 확충과 보조금 혜택을 등에 업은 전기차가 수출길을 주도했다. 다만 홍해 사태 등 중동 분쟁 장기화와 지난해 중고차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가 맞물리면서 아시아와 중동 지역 수출액은 각각 13.7%, 11.4%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친환경차의 가파른 성장세다. 6월 한 달간 친환경차 수출량은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월 기준 10만 대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에 따른 친환경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1.3% 폭등한 29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자동차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내수 시장에서도 친환경차 판매량은 9.4만 대에 달해 전체 판매 차량 10대 중 6대(59%)에 육박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를 불식시키듯 내수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2.1% 폭증한 3.9만 대를 기록하며 국내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반적으로 견고한 보합 안정세를 이어가는 흐름이다. 상반기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동기와 유사한 수준인 211.1만 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내 내수 판매는 84.8만 대, 해외 수출 물량은 144.1만 대를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와 2.1%씩 완만하게 성장했다. 다만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여파와 중고차 수출 둔화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1% 소폭 감소한 359.5억 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선방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자동차 업계가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각 기업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결과에 따른 노사 관계 변수가 남아있는 데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계 전기차 브랜드들의 영토 확장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조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디지털 전환 속도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민관 합동 점검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부품사들의 미래차 부품 전환 지원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