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시위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지되는 큰 혼란이 빚어지자 대기하던 유권자에게 마감시간 후 대기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이슈2026-06-08
경찰, ‘투표지 부족’ 수사 속도전…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나흘째

경찰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8일 나흘째 이어지며 크고 작은 충돌이 잇따랐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공지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못한 시민과 당시 선거 사무에 동원됐던 공무원들을 주말 사이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 투표지가 모자랐던 지역 선거 종사자들이 메신저 대화방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확보했으며, 투표용지를 공급한 인쇄 업체도 특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를 소환해 약 2시간 30분 동안 고발 경위를 청취했다. 통상 고발인 조사보다 앞서 참고인 조사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수사 순서와는 반대 방향이다. 기초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경찰은 조만간 선관위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과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도 조만간 구성된다. 경찰은 하루 이틀 내 검찰과 협의해 합수본 파견 인력을 확정할 예정이며, 그 전까지 최대한 수사를 진척시킨다는 방침이다.

시위 현장에서는 이날 오전 세계여자주니어 핸드볼 선수권대회(U20) 출전을 앞두고 훈련 기구를 꺼내러 온 국가대표 유소년 선수 6명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가로막히는 소동이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선수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입장을 막았고, 선수들이 훈련용품을 들고 나올 때는 투표용지가 섞였는지 확인하겠다며 소지품 검사를 강행했다. 한 참가자가 “양말도 벗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 규모는 전날 오후 6시 최대 2만 명까지 불어났다가 밤이 되면서 줄었고, 8일 오전 11시 35분 기준으로는 경찰 비공식 추산 1,600여 명이 집결해 있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오전 11시 15분 기준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9,500~1만명이었으며, 주말 내내 최다를 기록했던 20대 비중이 줄고 60대 이상(26.2%)이 가장 많은 연령대를 차지했다.

시위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주말 동안 ‘재선거’ 구호로 통일됐던 현장에는 강성 보수 성향의 ‘부정선거’ 주장이 뒤섞이며 참가자 사이에서 노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벽보에 붙었던 “재선거만 외쳐 달라”는 문구 위에 굵은 펜으로 “부정선거 구호 가능”, “성조기 가능” 등의 문구가 덧씌워졌다. 경찰은 현장에 기동대 350여 명을 배치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선관위 견제를 위한 법령 개정과 개헌까지 거론하는 원내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보다 특검이 우선이고,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특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취재진 폭행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 접수 시 채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JTBC 지부는 앞서 취재 중이던 자사 기자가 폭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경찰은 현장 기동대원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차별적 언어폭력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진 사건과, 지난 4일 투표함 반출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접수된 선거범죄는 총 2,694건이다. 경찰은 연루된 4,402명 중 289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8명은 구속됐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 등 온라인 흑색선전으로 적발된 인원은 56명(35건)이다. 박 본부장은 공소시효 만료 3개월 전인 9월 2일까지 본청과 시도청 주관으로 1차 현장 점검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