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라이프2026-07-15
간밤 수도권 물폭탄…습도 오른 15일, 주말께 장맛비 재개

인천 강화와 경기 파주 등 수도권을 강타한 물폭탄에 이어 15일에는 전국에 궂은 날씨가 겹겹이 이어진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체감온도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시속 70㎞ 안팎의 강풍, 남해안·제주 일대 폭풍해일 위험까지 뒤섞이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연합뉴스)

간밤 수도권과 강원 곳곳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인천 강화군 양도면에는 전날 오후 8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56.5㎜,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는 오후 9시 34분부터 1시간 동안 51.0㎜의 비가 각각 내렸다. 비는 다소 약해진 상태로 이날 오후까지 전국에 오락가락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15일 오전 5시를 기준으로 전북과 울릉도·독도에 5~40㎜, 대구·경북에 5~30㎜, 수도권과 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에 5~20㎜,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제주에 5~10㎜, 강원동해안에는 5㎜ 미만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16일부터는 충청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정체전선에 의한 장맛비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비는 주말을 지나 다음 주 초까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

비가 내리면서 그동안 평년보다 높았던 기온은 이날 낮부터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주요 도시 기온은 대구 31.5도, 울산 29.8도, 광주 26.7도, 대전 25.7도, 부산 25.2도, 서울 24.0도, 인천 23.6도로 집계됐다. 낮 최고기온은 27~36도로 예보됐다.

다만 습도가 높아 강원동해안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는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북은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기온에 습도를 반영해 산출하는 체감온도는 습도가 55%일 때 기온과 일치하며, 이후 습도가 10% 오를 때마다 1도가량 높아진다.

강풍특보가 발효된 서해안(전남 제외)과 충남내륙, 경남해안, 경북동해안·북동산지, 강원산지에는 이날 오후까지 순간풍속 시속 70㎞(산지는 90㎞) 이상의 강풍이 불겠다. 나머지 지역도 순간풍속이 시속 55㎞(초속 15m) 안팎에 달할 정도로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은 비를 몰고 온 저기압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점차 잦아들 전망이다.

달의 인력이 강해져 바닷물 높이가 평소보다 높아진 가운데, 제주해안과 전남해안, 경남해안에는 16일까지 너울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물결이 해안도로를 넘어 들이칠 정도로 거세질 수 있어 저지대는 침수 위험에 대비한 대피가 필요하다. 특히 이날 밤부터 16일 새벽 사이에는 전남서해안과 경남서부남해안, 제주해안에 폭풍해일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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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라이프2026-07-14
수도권 새벽부터 비 시작…낮 최고 37도 찜통더위 겹쳐

14일 화요일 수도권과 충남을 시작으로 전국에 비가 순차적으로 확대되며,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과 충남 지역에는 오전부터, 중부지방과 전라권에는 오후부터, 경상권에는 밤부터 비가 차례로 시작돼 15일 오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과 충남권, 광주·전남 서부에는 이날 오전 9시까지, 강원 내륙·산지와 전북에는 정오까지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겠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 5도가 30∼100㎜로, 경기 북부에는 많은 곳에서 120㎜ 이상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원 내륙·산지는 30∼80㎜(강원 북부 내륙 많은 곳 100㎜ 이상), 강원 동해안은 5∼40㎜가 예상된다.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전북은 30∼80㎜, 광주·전남은 20∼60㎜,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은 5∼40㎜, 제주도는 20∼6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낮 기온은 28∼37도로 예보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대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는 33도 안팎까지 오르고, 강원 동해안과 경북권은 35도 안팎으로 치솟는 등 매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수분 섭취 등 건강 관리에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기온은 서울 28.1도, 인천 26.9도, 수원 27.7도, 춘천 25.6도, 강릉 29.3도, 청주 28.5도, 대전 26.9도, 전주 27.6도, 광주 27.0도, 제주 27.1도, 대구 27.2도, 부산 26.6도, 울산 26.6도, 창원 26.4도 등으로 나타났다.

해상에서는 동해와 남해 앞바다의 물결이 0.5∼3.0m, 서해 앞바다는 1.0∼3.5m로 일 것으로 예보됐다.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안쪽 먼바다는 동해 0.5∼3.5m, 서해 2.0∼5.0m, 남해 1.0∼3.5m의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 특히 제주도 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너울에 의한 높은 물결이 백사장으로 강하게 밀려오거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여 해상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도현 기자
라이프2026-07-09
[지금, 다시 읽는 책] 빗소리에 다시 펼치는 책들… 장마철에 읽는 다섯 편의 문학
  • 축축한 계절, 책 속의 비는 기억과 상처, 위로를 데려온다
  • 황정은부터 손창섭, 서머싯 몸까지, 비를 통과해 인간을 읽는 작품들
  • 비 오는 날의 우산, 전후의 거리, 낯선 섬과 상점, 그리고 비 온 뒤의 침묵
(이미지=AI로 생성)

하루 종일 지루할 만큼 비가 내리는 장마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 덕분에 옷깃도, 바닥도, 마음 한구석도 축축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이다. 그러나 빗길 속에서, 혹은 비 오는 날 카페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 보면 잊고 지내던 기억들이 조용히 되살아나곤 한다. 빗소리는 부유하는 물방울처럼 오래전 얼굴을 떠오르게 하고, 젖은 거리는 묻어둔 생각에 다시금 감정이 스며들게 한다. 비는 그렇게, 우리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계절의 언어다.

문학 속 비도 다르지 않다. 어떤 이에게 비는 상처를 가려주는 장막이고, 어떤 이에게는 견뎌야 할 현실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낯선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다. 비를 막으려고 펼친 우산이 뜻밖에 곁을 내어주는 몸짓이 되고, 그치지 않는 폭우가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드러내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비가 그친 뒤의 풍경은 지나간 사랑과 삶의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비춘다.

이번 ‘지금, 다시 읽는 책’에서는 장마철에 어울리는 다섯 권을 골랐다.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 손창섭의 ‘비 오는 날’, 서머싯 몸의 ‘비’가 실린 ‘서머싯 몸 단편선 1’, 유영광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윌리엄 트레버의 ‘비 온 뒤’다. 결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비라는 감각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그 시대의 풍경을 비춘다.

황정은 ‘디디의 우산’_ 우산은 비를 막는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를 혼자 젖게 두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황정은, 창비, 2019)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에서 우산은 제목이 가리키는 사물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비를 피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온전히 혼자 젖게 두지 않겠다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장마철 책장에 올려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디디의 우산’은 비 내리는 풍경을 낭만으로 소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를 맞으며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서로에게 무엇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묻는 소설에 가깝다.

이 책은 연작의 성격을 지닌 중편 두 편을 묶었다. 시대상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하는 이 연작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20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으로 일상 속 ‘혁명’의 의미를 되짚는다. 작품은 2019년 제34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거대한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이 지나간 뒤에도 삶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황정은의 문장은 크게 외치지 않고, 낮은 자리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남겨진 사람들,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 그럼에도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시간을 소설은 조용히 따라간다. 그래서 이 책의 우산은 보호막이라기보다 관계의 은유에 가깝다.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잠시 함께 맞아줄 수는 있다는 감각이다.

장마철에 ‘디디의 우산’을 다시 펴는 일은 비를 피하는 법을 찾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비 앞에서,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돌볼 수 있는지를 묻는 일에 가깝다. 축축한 계절이 이따금 불편한 감정을 데려온다 해도, 이 책은 그 감정을 억지로 닦아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젖은 마음 그대로, 누군가의 곁으로 걸어갈 수 있다고 나직이 말한다.

손창섭 ‘비 오는 날’_ 낭만이 걷힌 자리, 전후의 폐허가 젖어 있다

(손창섭, 사피엔스21, 2012)

비는 흔히 추억과 감상의 소재로 다뤄지지만, 손창섭의 ‘비 오는 날’에서 비는 낭만이 아니다. 이 소설의 비는 축축하고 무겁다. 몸을 식히고 거리를 침울하게 만들며, 전쟁이 남긴 가난과 무기력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목은 단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비 오는 날’은 손창섭 전후문학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6·25 전쟁으로 월남해 피난지 부산에서 만난 고향 친구 원구와 동욱, 그리고 동욱의 여동생 동옥을 통해 전쟁의 피폐함을 그린 단편이다. 손창섭은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전쟁과 그 이후의 비일상을 근원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남겼다.

손창섭 소설의 인물들은 대개 세계를 적극적으로 바꾸는 이들이 아니다. 무너진 현실 속에서 그저 버티거나 체념하거나,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문다. ‘비 오는 날’의 비가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는 사건을 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장치가 아니라, 이미 무너진 세계의 습기를 독자에게 고스란히 건네는 배경이다. 마른 곳 하나 없는 풍경은 전쟁 이후 개인의 삶이 얼마나 깊이 젖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장마철에 읽는다면, 비는 더 이상 감상의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가 남긴 상처의 질감이다. 눅눅한 방, 가난한 이들의 거리, 벗어나기 어려운 무기력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비 오는 날’은 비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 그리고 문학이 때로 그 불편한 축축함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서머싯 몸 ‘비’_ 그치지 않는 폭우가 인간의 위선을 드러낼 때

(서머싯 몸, 민음사, 2021)

서머싯 몸의 ‘비’는 비가 인물들을 가두는 이야기다. 남태평양의 낯선 공간, 그치지 않는 비, 피할 수 없는 동행. 이 단편에서 비는 인물들을 바깥세상과 갈라놓고, 그들이 감춰온 욕망과 위선을 서서히 드러낸다. 장마철 독자가 이 작품에서 마주하는 것은 시원한 빗소리가 아니라, 빠져나갈 수 없는 습기와 팽팽한 긴장이다.

민음사 ‘서머싯 몸 단편선 1’에는 ‘비’를 비롯해 ‘에드워드 버나드의 몰락’, ‘호놀룰루’, ‘점심’, ‘개미와 베짱이’ 등이 실려 있다. ‘비’는 비로 인해 우연히 정박한 마을에서 자유분방한 여성과 도덕적 확신에 찬 선교사 부부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긴장과 파국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은, 비가 자연현상이면서 동시에 윤리적 압박처럼 작동한다는 데 있다. 비가 그치지 않으니 인물들은 한정된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종교적 확신과 도덕적 우월감, 욕망, 혐오, 연민이 뒤섞인다.

서머싯 몸은 인물을 손쉽게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스스로 믿는 도덕이 얼마나 쉽게 타인을 재단하는 도구가 되는지, 그 확신이 어떤 균열을 낳는지를 차갑게 짚어낸다.

‘비’를 장마철에 읽는 일은 ‘비 오는 날의 고전’을 읽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인간이 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지 묻는다. 선의일까, 위선일까, 욕망일까. 창밖의 비가 길어질수록 작품 속 비 또한 점점 무거워진다. 독자는 그 습한 공기 속에서 인간 내면의 어두운 결을 마주하게 된다.

유영광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_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상처 입은 마음이 판타지를 통과할 때

(유영광, 클레이하우스, 2023)

유영광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앞선 작품들과 달리 훨씬 밝고 대중적인 결을 지녔다. 이 책에서 비는 우울한 배경만이 아니라 낯선 세계로 이어지는 입구다. 제목 그대로 비가 오는 날에만 열리는 수상한 상점이 있고, 그곳에 초대된 인물이 있다. 장마철 독서가 늘 무겁고 가라앉는 방향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이번 추천 목록에 균형을 더한다.

이 소설은 비가 오면 열리는 수상한 상점에 초대된 여고생 세린이 안내묘 잇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도깨비들과 함께 펼치는 감동 모험 판타지다. 출간 전 해외 6개국에 판권을 수출했고, 텀블벅 펀딩과 런던도서전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21개국에서 출간됐고 한국은 물론 미국과 독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스페인 템플리스상 최고 외국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의 핵심은 ‘불행을 파는 대신 원하는 행복을 살 수 있는 가게’라는 설정이다. 판타지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상처와 결핍, 위로와 성장의 감정이 놓여 있다. 비 오는 날에만 열린다는 설정은 현실의 우중충한 기분을 다른 세계로 옮겨놓는 장치다. 비는 여기서 무거운 기억을 소환하는 동시에, 상처 입은 마음이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드는 문이 된다.

장마철에는 몸도 마음도 쉽게 가라앉는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그런 계절에 비교적 가볍게 집어 들 수 있는 책이다. 문학적 고전의 무게보다는 이야기의 흡인력과 위로의 정서가 두드러진다. 비가 계속되는 날, 잠시 현실의 습기를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위로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상점의 문을 통과하는 일은, 결국 자신의 불행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트레버 ‘비 온 뒤’_ 비가 그친 뒤에야 보이는 마음의 잔상

(윌리엄 트레버, 한겨레출판, 2017)

윌리엄 트레버의 ‘비 온 뒤’는 제목에서부터 장마의 끝을 떠올리게 한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있다. 비가 그친 뒤에야 드러나는 풍경, 젖은 돌길, 식은 공기,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다. 트레버의 단편들은 바로 그런 순간을 섬세하게 붙잡는다. 감정의 격랑이 지나가고 나면 삶은  조용해지지만,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 소설집은 단편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였던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집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특별한 이야기로 길어 올리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트레버는 여러 장편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호손든상(Hawthornden Prize)과 휫브레드 올해의 책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데이비드 코언 문학상을 받았다.

‘비 온 뒤’의 세계는 극적인 사건보다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에 가깝다. 트레버는 인물의 삶을 큰 소리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후회와 미련, 사랑의 잔상, 뒤늦은 깨달음 같은 감정을 조용히 펼쳐놓는다. 그래서 이 책의 ‘비 온 뒤’는 단순히 날이 갠 상태가 아니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도 마음속에 남는 습기, 완전히 마르지 않은 감정의 상태에 가깝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공기는 눅눅하다. 햇빛이 비쳐도 길모퉁이에는 물웅덩이가 남고, 젖은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비 온 뒤’를 읽는 감각도 다르지 않다. 책을 덮고 난 뒤에야 인물들이 남긴 침묵을 더 오래 생각하게 된다. 비가 오는 동안 읽는 책이 있고, 비가 그친 뒤에야 비로소 다가오는 책이 있다면 ‘비 온 뒤’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장마철 독서는 계절의 불편함을 잠시 잊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책은 비를 잊게 하기보다 비를 다르게 느끼게 한다. ‘디디의 우산’은 비 속에서 함께 견디는 법을 묻고, ‘비 오는 날’은 전후의 젖은 현실을 응시하게 한다. ‘비’는 폭우 속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들추고,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비를 새로운 세계로 이어지는 문으로 바꾼다. ‘비 온 뒤’는 비가 지나간 자리에서 마음의 잔상을 오래 바라보게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책장이 조금 더 천천히 넘어간다. 바깥의 빗소리와 종이 위의 문장이 겹치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 들게 된다. 장마가 불편한 계절임은 분명하지만, 이 축축한 시간 속에서만 비로소 다시 읽히는 문장들도 있다. 오늘 창밖의 비가 쉽게 그치지 않는다면, 그 빗소리를 배경 삼아 한 권의 책을 펼쳐보아도 좋겠다.

황주영 기자
라이프2026-07-01
[지금, 다시 읽는 책] 여름은 왜 오래 남는가…장마, 바닷가, 야구장으로 다시 읽는 문학
(이미지=AI로 생성)

7월이 왔다. 달력은 어느새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고, 도시는 장마와 폭염 사이를 오가며 느릿한 계절의 숨을 고른다. 여름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처럼 다가오지만, 묘하게도 가장 자주 과거를 함께 데리고 오는 계절이다. 방학의 공기, 바닷가의 비린 바람, 비에 젖은 골목, 늦은 오후 텅 빈 운동장, 오래전 여행지에서 스쳤던 누군가의 얼굴이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이제 여름은 단순한 휴가의 계절만은 아니다. 일과 관계, 가족과 돌봄, 회복과 번아웃 사이를 오가며 사는 이들에게 여름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자 ‘한 번쯤 다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의 다른 이름이 된다.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 다시 읽는 책’은 장마, 바닷가, 섬, 야구장, 오래된 영국 시골과 남프랑스의 햇빛 속에서 저마다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들을 골랐다.

한국문학이 기억한 여름…장마와 빌라, 뒤늦게 이해되는 관계
-‘장마'(윤흥길, 민음사, 2005)
-‘여름의 빌라'(백수린, 문학동네, 2020)

여름을 떠올릴 때 많은 문학은 먼저 빛을 이야기하지만, 한국문학 속 여름은 종종 비를 앞세우고 찾아온다. 윤흥길의 ‘장마’가 그려내는 여름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눅눅한 공기, 팽팽하게 당겨진 가족의 신경, 한국 현대사가 남긴 상처가 한데 뒤엉킨 시간이다. 1973년 발표된 이 중편소설은 한국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이념의 균열과 핏줄의 정을 한 아이의 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본다. 제목의 장마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치지 않는 빗줄기는 가족 안에 고여 있는 침묵과 미움, 아이로서는 가 닿을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를 살갗으로 느껴지게 한다.

‘장마’는 부모 세대가 건너온 시간을 다시 읽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로 스쳐 지나갔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펼치면 가족 안에 말하지 못한 채 묻혀 있던 상처, 시대가 한 개인의 삶에 새긴 흔적, 화해라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여름이 언제나 환한 계절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장마’는 이번 목록의 묵직한 중심을 잡아준다. 장마철 습기처럼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감정, 다 끝났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집 안 어딘가에 스며 있는 기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다.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는 또 다른 결로 여름을 기억하는 소설집이다. 이 책 속 여름은 어떤 뚜렷한 사건보다 관계가 남기고 간 잔상을 비추는 계절에 가깝다. 누군가와 함께 머물렀던 장소, 여행지에서 슬며시 어긋나 버린 마음,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장면들이 ‘여름의 빌라’라는 제목 안에 조용히 깃들어 있다. 제5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집은 현대 한국문학 특유의 섬세한 결로 관계의 거리감과 기억의 윤리를 더듬어 간다.

이 작품이 지금의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여름을 더 이상 ‘처음’의 계절로만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여름은 첫사랑이나 방학보다, 오히려 지나가 버린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에 더 가깝다. 친구와 멀어진 이유, 한때 가까웠던 사람에게 끝내 건네지 못한 말, 누군가의 삶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순간들이 여름의 빛 아래 다시 떠오른다. ‘여름의 빌라’는 화려한 사건보다 뒤늦게 찾아오는 감정의 온도에 더 오래 머무른다. 그래서 이 책 속 여름은 뜨겁다기보다 은근하고, 들뜨기보다 길게 남는다.

바닷가와 섬, 마지막 여름…돌아갈 수 없는 장소의 감각
-‘티티새'(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2003)
-‘여름의 책'(토베 얀손, 민음사, 2019)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는 바닷가 마을과 마지막 여름의 정서를 고스란히 품은 소설이다. 원제는 ‘TUGUMI’, 병약하지만 거칠고 제멋대로인 소녀 츠구미, 그와 함께 보낸 시간, 떠나야 할 장소와 그 자리에 남겨지는 기억이 작품 전체를 흐른다. 1989년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은 이 소설은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간결하고 투명한 문장이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맞물리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티티새’의 여름은 여행지의 낭만이라기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장소를 통과해 가는 시간에 가깝다. 바닷가 마을은 겉으로는 휴가지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별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의 친구, 가족처럼 곁에 있던 사람, 고향이나 다름없던 장소와 헤어지는 감각이 작품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몇 번이고 ‘마지막 여름’을 통과한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 방학, 첫 직장을 떠나기 전 마주한 계절, 결혼을 전후로 달라진 생활, 부모와 함께한 여름이 더는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들이 바로 그것이다.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은 여름을 한층 더 조용하고 깊은 결로 다룬다. 핀란드의 작은 섬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보내는 여름을 그린 이 작품은 커다란 사건 대신 대화와 침묵, 자연, 그리고 애도의 감각에 오래 머무른다. 아이는 세계를 하나씩 배워 가고, 삶의 끝자락에 가까이 선 노인은 그런 아이를 가만히 지켜본다. 둘 사이를 흐르는 여름은 세대를 건넌 돌봄과 거리, 사랑과 상실이 함께 교차하는 시간이다.

‘여름의 책’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느린 여름’에 대한 갈망을 건드린다.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업무용 메신저, 휴가 중에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 일, 돌봄과 생계 사이에서 자꾸만 쉼을 미루는 생활 속에서 이 책 속 섬은 거의 다른 세계처럼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느리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일이 얼마나 사소하면서도 근본적인 회복인지를 가만히 보여줄 뿐이다. ‘티티새’가 바닷가에서 맞는 마지막 여름이라면, ‘여름의 책’은 섬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여름이다. 두 작품 모두 여름이 한 장소의 기억과 단단히 결합할 때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보여준다.

청춘과 야구장, 여름의 몸짓…실패와 다시 시작하는 감각
-‘민들레 와인'(레이 브래드버리, 황금가지, 2009)
-‘수비의 기술'(채드 하바크, 시공사, 2012·전 2권, 현재 새책 구매 제한)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은 여름이 남기는 향수를 가장 순도 높게 증류해 낸 작품이다. 1928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가상 마을 그린타운을 배경으로, 소년 더글러스 스폴딩이 한여름 동안 겪는 감각과 사건들을 따라간다. 제목인 민들레 와인은 여름을 병에 담아 두고두고 꺼내 마시려는 마음처럼 읽힌다. 햇빛과 잔디, 마을 사람들, 어린 시절의 발견과 두려움이 단 한 계절 안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이 작품이 지금 다시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어린 시절을 단순히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들레 와인’ 속 여름은 설렘만큼이나 죽음과 불안, 성장의 통증을 함께 끌어안고 있다. 어릴 때는 이 여름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모든 여름이 결국 지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차이를 아는 독자에게 이 소설은 그저 추억담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조심스레 다시 꺼내 보는 책이 된다. 스마트폰 사진첩 속에는 수많은 여름이 저장돼 있지만, 정작 몸으로 기억하는 여름은 점점 줄어든다. ‘민들레 와인’은 그렇게 잊혀 가던 감각을 문장으로 되살려 낸다.

채드 하바크의 ‘수비의 기술’은 이번 목록에서 가장 신선한 변주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미국 중서부의 가상 리버럴아츠 칼리지, 웨스티시 칼리지 야구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천재 유격수 헨리 스크림샌더가 단 한 번의 실수 이후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2011년 원서가 출간된 이 작품은 가디언 퍼스트 북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야구는 여름의 스포츠다. 흙먼지, 잔디, 글러브, 오후의 햇살, 관중석을 채운 소음이 한 계절의 몸짓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하지만 ‘수비의 기술’이 흥미로운 이유는 승패보다 ‘무너진 감각’을 다루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늘 잘해 오던 일이 손에 익지 않고, 자신을 지탱하던 루틴이 흔들리며, 단 한 번의 실패가 커리어 전체를 뒤흔드는 경험은 경기장 밖 삶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된다. 이 소설 속 야구장은 청춘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깨어지는 자리다. 그래서 ‘수비의 기술’은 여름의 활력만이 아니라, 실패 이후 다시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법을 묻는 작품으로 읽힌다. 다만 현재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는 새책 구매가 제한적이어서, 중고 서점이나 보유 서점의 재고를 확인해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민들레 와인’과 ‘수비의 기술’을 나란히 읽으면, 여름은 어린 시절의 감각에서 청춘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한층 넓게 펼쳐진다. 한 작품은 마을의 여름을 기억하고, 다른 한 작품은 야구장의 여름을 통과해 간다. 두 작품 모두 지나간 여름을 마냥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여름은 살아 있다는 감각을 가장 또렷하게 일깨우는 동시에, 자신이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가장 선명하게 알려 주는 계절이다.

지나간 한 달, 돌이킬 수 없는 여름…회복과 파국 사이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J. L. 카, 뮤진트리, 2022)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아르테, 2019)

J. L. 카의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은 회복의 여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제는 ‘A Month in the Country’, 제1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처를 안은 인물이 1920년 영국 시골 마을에 머물며 교회 벽화를 복원하는 한 달을 그린다. 1980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가디언 픽션상을 받은 이 소설은, 짧지만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여름의 정서를 압축해 담고 있다.

이 소설 속 여름은 요란하지 않다. 주인공은 거창한 결심을 하지도, 인생을 극적으로 새로 시작하지도 않는다. 그저 시골 마을에 머물며 손끝으로 오래된 벽화를 한 겹씩 복원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천천히 자기 안의 균열을 들여다볼 뿐이다. 바로 그 점이 오늘의 독자에게 더 깊이 와닿는다. 회복이란 대개 극적인 전환이 아니라 조용한 복원에 더 가깝다. 망가진 생활의 리듬을 다시 세우고, 지친 마음을 천천히 돌보고, 오래도록 외면해 온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은 여름휴가가 단순한 소비나 이동이 아니라, 삶을 복원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여름의 빛 아래 숨겨진 파국을 비춘다.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의 별장, 젊은 세실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로 들어온 인물들이 빚어내는 욕망과 질투, 권태와 조작의 이야기는 뜨거운 햇빛만큼이나 위태롭다. 사강은 열여덟 살에 이 작품을 발표해 당대 프랑스 문단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이 소설은 1954년 프리 데 크리티크를 수상했다.

‘슬픔이여 안녕’의 여름은 아름답지만 불안하다. 휴양지의 자유, 젊음의 방종, 관계의 균열이 한 계절 안에서 빠르게 달아오른다. 이 작품은 한때 자신이 지나왔던 젊음의 무모함을 다시 비춰 보게 한다. 그때는 자유라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을 수 있고, 한순간의 감정으로 밀어붙인 선택이 오래도록 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여름을 향수의 계절로만 남겨 두지 않는다. 여름은 때로 가장 눈부신 얼굴을 하고서 가장 위험한 선택을 가만히 감추기도 한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과 ‘슬픔이여 안녕’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여름을 보여준다. 하나는 상처 이후의 회복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젊음이 만든 균열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두 작품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여름의 의미가 선명해진다는 지점에서 다시 만난다. 여름은 지나가는 동안보다 지나간 뒤에 더 깊이, 더 강하게 남는다. 그래서 7월에 다시 펼쳐 보는 여름의 문학은 단순한 휴가철 독서 목록을 넘어, 저마다 지나온 계절을 가만히 정리해 보는 작은 의식이 될 수 있다.

황주영 기자
라이프2026-06-05
“장마전선만이 장마 아니다”…기상학회, ‘장마’ 60년 만에 손질

한국기상학회가 2년여간의 학계 논의 끝에 ‘장마’의 학술적 정의를 새로 확정했다.

장맛비가 정체전선(장마전선)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기후 현실을 반영하고, 그간 교과서에서 장마 발생 원인의 하나로 명시됐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을 정의에서 배제한 것이 핵심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기상학회는 5일 기상청 장마특화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한 내부 논의와 일반 국민 설문조사를 거쳐 마련한 장마 정의안을 대기과학용어심의위원회 검토 이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의는 장마, 장마철, 장맛비를 각각 별도로 규정했다. 장마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기술을 따라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로 정했다.

장마철은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북상하는 시기에 남쪽의 온난습윤한 기단과 북쪽의 한랭한 기단 사이에서 다양한 기작에 의해 다량의 강수가 한반도에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으로 규정했다. 장맛비는 ‘장마철에 내리는 비’로 정의했다.

학회가 이번 개정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장마를 정체전선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장마철 강수는 정체전선성 강수 외에도 중위도 저기압성 강수, 대류성 강수 등 다양한 원인과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는 날도 장마철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태풍으로 인한 강수는 장맛비에서 제외했다.

오호츠크해 고기압도 정의에서 빠졌다. 그간 기상 교과서에서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북쪽 한랭 기단의 축을 담당하며 장마전선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학회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해 이를 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장마철’ 대신 ‘우기(雨期)’로 표현을 바꾸자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석우 장마특화연구센터장은 학계 논의 결과 우기로의 대체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김철희 한국기상학회장은 국립기상과학원 등 관계기관과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정의를 확정했으며,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장마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