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슈2026-05-26
“5·18 생각 못 하고 AI에 물었다”… 정용진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 고개 숙였다
  •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결재라인 무력화… 핵심 직원 스마트폰 포렌식 거부 속 고의성 규명 난항
  • 이재명 대통령 이례적 비판 후 불매운동 직격탄… 신세계그룹, 본부장 등 책임자 전원 대기발령
신세계그룹의 핵심 유통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역사 왜곡과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을 촉발한 마케팅 이벤트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자극적인 문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응용 과정의 검증 부실과 임직원들의 안이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그룹 총수가 직접 대국민 사죄에 나서며 진화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의 핵심 유통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역사 왜곡과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을 촉발한 마케팅 이벤트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자극적인 문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응용 과정의 검증 부실과 임직원들의 안이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그룹 총수가 직접 대국민 사죄에 나서며 진화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공식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로 깊은 상처와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느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1987년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신세계그룹의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를 숙여 사죄한다며 깊은 용서를 구했다. 이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스타벅스 파트너들과 매장 직원들은 고객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성실하게 일하는 직장인일 뿐이라며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부탁했다. 정 회장은 이번 참사의 모든 근본적 책임과 잘못은 기업 조직 구조와 자신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에게 있다며 철저한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일인 지난 18일에 하필 군부 계엄군의 진압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라는 명칭의 프로모션을 가동해 공분을 샀다. 더욱이 홍보 문구에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까지 무분별하게 혼용하면서, 1987년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공안 당국의 고문 은폐 조작 발언인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고의로 연상시켰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정 회장은 사태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와 마케팅 담당 임원을 즉각 경질하고 이튿날 1차 사과를 공표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공적 석상에서 해당 사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시민사회의 불매운동 텐션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그룹 전체로 타격이 확산됐다.

신세계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구체적인 내부 마케팅 수립 경위에 따르면, 이번 기획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 마케팅팀의 실무 제안에서 시작되어 팀장과 본부장, 대표이사에 이르는 공식 결재라인을 거쳐 최종 확정 통과됐다. 사정당국과 신세계는 즉각 관련자들의 업무용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검증 및 대면 교차 심문을 전격 단행했다. 조사 결과, 실무진은 기존의 텀블러 판촉 문구였던 ‘가방에 쏙’이라는 문장과 운율을 맞추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던 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쿼리를 입력해 추천받은 키워드를 여과 없이 채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조사 과정에서 5·18이나 민주화 역사적 맥락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 통제 기능이 완벽하게 마비되었음을 보여주는 부적절한 정황도 추가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사태 직후 논란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내부 메신저 등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주고받은 직원을 적발해 직무에서 배제했다. 특히 핵심 결재라인에 있던 실무자 및 중간 관리자 3명이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끝내 휴대전화 제출과 디지털 포렌식을 완강히 거부함에 따라, 실질적인 업무 공모 여부나 삭제된 데이터의 세부 대화 내용은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한계를 남겼다. 신세계그룹은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해 마케팅 관여 직원 5명을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결재를 방조한 총괄 본부장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적 책임과 중징계를 부과할 방침이다.

김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