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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조정에 물가 부담까지…8월 체감경기 다시 꺾였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5월부터 석 달간 이어지던 상승세가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다만 하락 폭은 중동전쟁 여파로 크게 떨어졌던 지난 4월(-7.8포인트)보다는 작았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의 장기평균과 비교해 100을 웃돌면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세부 지수 중에서는 현재경기판단(79, -5포인트)이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전월(84, -2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하며 중동전쟁 초기였던 지난 4월(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향후경기전망(89, -3포인트)과 취업기회전망(86, -3포인트) 역시 4월(각각 -10포인트, -7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생활형편전망(97), 현재생활형편(92), 가계수입전망(100), 소비지출전망(109)도 일제히 1포인트씩 내렸다.

한은은 실물경제 흐름 자체는 양호했지만 국내 증시 조정과 그동안 누적된 물가 상승 부담이 겹치면서 체감경기가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졌음에도 그간 생활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이어온 여파가 누적돼 체감 경기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증시 조정이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내 경기 상황이 나빠서 증시가 하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기 자체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긍정적 파급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 재정 인식도 나빠졌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가계저축지수는 94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 지난해 5월(93)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저축에 예적금뿐 아니라 주식·펀드도 포함되는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이 지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반면 현재가계부채지수는 100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는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우세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5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과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이후 7월까지 넉 달 연속 오르며 2021년 9월(12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가 이달 들어 하락으로 돌아섰다. 다만 지수는 4월부터 다섯 달째 100을 웃돌아,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여전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예상하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5로 전월보다 1포인트 내렸다. 지난 6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반영되며 12포인트 급등했다가 7월엔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이달 소폭 조정됐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과 동일했다. 한은은 중동전쟁 교착 상태 지속 등 물가 상승 요인과, 예상되는 금리 인상 기조·원/달러 환율 하락세 등 하락 요인이 서로 맞물리며 전망치가 유지된 것으로 설명했다.

체감경기 지표는 위축됐지만 여름철 계절 소비는 이어지는 분위기다. 야구장 먹거리와 말복 보양식, 계절가전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증시 변동성과 물가 부담이 겹치며 소비자들이 전반적인 지출에는 더 신중해지는 모습이라는 게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지점이다.

김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