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리티법’ 미 상원 은행위 통과…가상자산 제도화 분수령
미국 은행권의 강한 반대로 난항을 겪던 가상화폐 규제 체계 법안이 상원 은행위원회 문턱을 넘으며 디지털 자산 제도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법(클래리티법)’을 공화당 의원 전원과 민주당 의원 2명의 찬성으로 15대 9 가결하고 상원 본회의로 넘겼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2명으로, 자금세탁방지 조항 강화와 정치인의 가상화폐 영리행위 금지 등이 보완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반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규제 공백을 법으로 해소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각자 관할권을 주장하며 가상자산 기업들을 소송과 제재로 규율해 왔다.
특히 게리 겐슬러 전 SEC 위원장 재임 시절 SEC는 대부분의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하며 코인베이스·바이낸스·리플 등에 잇따라 제재를 가했다. 클래리티법은 가상화폐 토큰의 법적 성격을 증권·디지털 상품·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하고 SEC와 CFTC의 관할 범위를 명문화한다.
법안이 발효되면 개발사와 거래소는 처음으로 어느 기관의 감독을 받는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된다. 업계에서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계기로 기관투자가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디지털 자산 시장 성장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법 과정은 업계와 은행권의 첨예한 이해 충돌 속에 진행됐다. 코인베이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지급 허용을 강하게 요구한 반면, 미국은행가협회(ABA)는 예금 잠식 우려를 내세워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막판 로비를 벌였다.
가상화폐 업계는 2024년 선거에서 친(親) 가상화폐 후보 지원에 1억 3,300만 달러(약 1,830억 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입법 압박을 이어왔다.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는 결국 은행 예금형 이자 지급은 금지하되 실제 결제·송금 시 제공하는 보상은 허용하는 초당적 절충안으로 봉합됐다.
법안이 발효되려면 상원 본회의와 하원 재승인이라는 두 관문이 남아 있다. 하원은 이미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상원 본회의에서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은 민주당에서 추가로 표를 더 확보해야 한다. 정치인의 가상화폐 영리행위 금지를 담은 윤리 조항이 최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화폐 사업 연루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민주당은 해당 조항 보완 없이는 본회의 지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원 조율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발효된다. 예측 시장 폴리마켓에서 클래리티법의 연내 통과 확률은 위원회 표결 직전 73%까지 올랐으나 현재 68~69% 수준으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