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501조 돌파, 운용법 따라 수익률 38배 벌어졌다
작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최대 38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고용노동부는 20일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 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연간 수익률은 6.47%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증시 호황 속에 19.9%의 수익률을 올린 국민연금 및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수익률 격차는 운용 방식에 따라 갈렸다. 주식·펀드 등 시장 성과에 연동되는 실적배당형은 연간 수익률 16.80%를 기록한 반면,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원리금보장형은 3.09%에 그쳤다.
제도 유형별로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은 확정급여형(DB)이 3.53%에 머문 반면,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는 확정기여형(DC)은 8.47%, 개인형퇴직연금(IRP)은 9.4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상·하위 10% 간 격차는 더욱 극명했다. 수익률 상위 10%(19.5%)는 적립금의 84%를 실적배당형에 투자한 반면, 하위 10%(0.5%)는 74%를 원리금보장형에 집중해 납입금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품별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펀드)가 13.7%를 기록했으나, 별도 지시 없이 자동 운용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안정형 비중이 85.4%에 달해 수익률이 3.7%에 그쳤다.
금융권역별 성과 차이도 두드러졌다. 증권사는 9.79%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은행 5.70%, 생명보험 4.53%, 손해보험 3.81% 순으로 뒤를 이었다. DC·IRP 기준으로 은행·보험 가입자의 80%는 전체 평균(6.47%)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증권사 가입자의 42.5%는 수익률 10% 이상을 달성했다.
제도별 적립금 구성도 변화하는 양상이다. DC(141조 6천억 원, 28.2%)와 IRP(130조 9천억 원, 26.1%)의 합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반면, DB형은 228조 9천억 원(45.7%)으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가팔랐다. ETF 투자금액은 48조 7천억 원으로 3년 연속 100%대 증가율을 유지하며 실적배당형 전체의 약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그럼에도 전체 적립금의 75.4%인 378조 1천억 원은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 있다. 현재 전체 가입자의 절반은 수익률이 2%대로, 물가상승률을 겨우 방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금감원과 노동부는 “직장인들도 전문가 수준의 운용 성과를 통해 연금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적극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자신의 연금 현황 진단, 투자 상품 및 사업자별 수수료 비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다양한 운용 사례와 노하우를 담은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