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선관위 전격 압수수색…’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 본격화
경찰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11일 중앙선관위와 서울 5개 구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와 투표용지 부족이 집중된 서울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선관위 사무실 등 6곳을 대상으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직선거관리법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으며, 사태 발생 이후 8일 만에 이뤄진 강제 수사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 국가수사본부 인력, 서울청 디지털포렌식 요원 등 100여 명이 투입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소속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여 명도 합류해 증거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국민의 참정권 침해를 야기한 원인 규명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도 본회의를 열어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식 보고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8일 각각 내용을 달리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정조사는 본회의 보고 이후 조사계획서 성안과 본회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실시된다. 여야는 이날 이후 국정조사 범위와 방식 등을 두고 세부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경찰 수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중앙선관위가 이번 선거에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 대비 60%에서 50%로 낮춘 경위다. 국민의힘 김승수·김민전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별도 회의 없이 사무총장 전결만으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의 투표용지 인쇄 하한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24일에도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을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했으며, 이 역시 공식 회의 없이 처리됐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2009년 80%, 2016년 70%, 2021년 60%로 단계적으로 낮아져 왔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율 상승, 인쇄소 확보 어려움, 잔여 투표용지 분실 우려 등이 조정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투표율 대비 과도한 투표용지 인쇄가 부정선거 의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50% 기준이 적용된 서울 송파구의 실제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 63.6%보다 2.2%포인트 높았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였음에도, 잠실3·4동을 제외한 나머지 25개 동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은 50%로 설정됐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상황 발생 시 업무 처리 절차와 역할 분담 등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점도 인정했다. 일련번호 기재 방식, 추가 교부 기준, 배부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신속 대응이 지연됐으며, 소수 인원이 투표관리·우편투표 접수·개표관리 등 복수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면서 상황 보고도 늦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부족 투표지 수도 당초 발표와 달랐다. 최초 선관위 보고에서는 4,726장으로 집계됐으나,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에 새로 제출된 자료에서는 7,194장으로 수정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는 전국 91곳으로 집계됐으며, 지역별로는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울산·경남·전남 각 2곳, 충북·전북 각 1곳이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최대 105분간 투표가 중단됐고, 송파구 내 투표소 3곳은 정확한 투표 중단 시간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이 선관위의 구속력 없는 50% 지침에 있다며, 투표용지 수량 하한 기준과 부족 사태 발생 시 선관위의 신속 대응 체계 구축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참정권 침해 방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