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소했더니 현금 대신 쿠폰?”… 공정위, 배짱 영업 트립닷컴에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철퇴
- 8년간 통신판매업 신고 없이 무허가 영업… 항공사 규정 핑계로 결제 대금 환불 방해
-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과태료 부과… 개별 항공사 약관보다 국내 소비자 보호법이 우선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국내에서 수년간 정부 신고 없이 무허가 영업을 지속하고, 항공권 취소 고객들에게 결제 수단이 아닌 항공사 쿠폰으로 대금을 돌려주는 등 횡포를 부리다 정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트립닷컴 트래블 싱가포르 프라이빗 리미티드와 주식회사 트립닷컴코리아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무더기로 위반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보고명령과 함께 총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립닷컴의 위법 행위는 국경을 넘어 장기간 광범위하게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내 유통업의 기본 요건인 통신판매업 신고를 전면 누락한 채 배짱 영업을 이어왔다. 국내 법인인 트립닷컴 코리아 역시 2020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별도의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항공권 청약 접수 및 판매 관련 업무를 불법으로 수행해 온 사실이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명백히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정당한 환불 권리를 제한한 대금 환급 의무 불이행 조항이다. 트립닷컴 양 법인은 2020년 2월부터 2025년 7월 말까지 소비자가 구매한 항공권을 취소하거나 철회했을 때, 고객이 본래 결제했던 카드나 현금 등으로 대금을 돌려주지 않고 해당 항공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쿠폰) 형태로 환불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화면에 ‘항공사 규정에 의거해 환불 금액이 바우처로만 제공될 수 있다’는 고지문을 상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정당한 현금 환불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부의 이번 전격적인 제재 조치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이 단순한 거래 중개자를 넘어, 자체 사이버몰을 통해 판매 정보를 제공하고 결제를 유도하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엄격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특히 해외 국적의 항공사나 글로벌 플랫폼이 자체 약관 및 개별 항공사 시스템 규정을 우선시하더라도, 해당 지침이 대한민국의 전자상거래법이 규정한 소비자 권익보다 불리할 경우 예외 없이 국내법 원칙에 따라 처벌된다는 법리적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법적 공방과 조사가 본격화되자 트립닷컴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양 법인은 각각 2025년 1월과 9월에 이르러서야 관계 당국에 통신판매업 공식 신고를 완료했으며, 기존에 바우처로 강제 환급되었던 피해 거래 건에 대해 현금 환불 처리를 진행하는 등 소급적 피해 구제 조치를 이행했다. 아울러 대금 환급 시스템을 개편해 2025년 7월 31일부터는 바우처 환불 방식만을 고집하는 특정 항공사의 티켓은 국내 플랫폼에서 아예 퇴출해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이 같은 온라인 여행사들의 청약철회권 보장 여부를 향후에도 집중 모니터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