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닉 자산 차단

“해외에 숨긴 돈, 더는 안 통한다” 국세청, 5억 초과 금융계좌에 ‘금액 불문’ 해외신탁까지 싹 훑는다
  • 역외자산 은닉 차단 위해 외국 설정 신탁자산 첫 의무화, 미신고 시 최대 10% 과태료 폭탄
  • 주식·가상자산 열풍에 작년 신고액 94조 원 돌파, 미신고 제보 포상금 최대 40억 원 지급

대한민국 과세당국이 해외금융계좌 잔액 추적을 넘어 외국에 은밀하게 설정해 둔 신탁 자산까지 역외자산 관리망의 감시 스펙트럼을 대폭 확장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했거나 해외신탁을 설정 및 유지한 거주자와 내국법인을 대상으로 오는 6월 30일까지 관련 자산 정보를 자진 신고해야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상자산과 해외주식 투자 활성화로 역외 자산 규모가 가파르게 팽창함에 따라, 정부가 조세 회피처나 외국 금융기관을 활용한 불법 자금 은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세원 관리체계를 한층 촘촘하게 재정비한 결과다.

올해 신고 의무의 핵심 지표가 되는 해외금융계좌의 기준은 지난 2025년 말일을 기준으로 거주자 혹은 내국법인이 해외에 개설한 금융계좌 잔액의 합계액이 지난해 매월 말일 중 단 하루라도 5억 원을 초과한 경우다. 신고 대상이 되는 자산의 범위는 단순히 은행에 예치한 예·적금에 국한되지 않고 주식, 채권, 펀드와 같은 수익증권, 보험 상품은 물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까지 금융 성격을 지닌 모든 형태의 투자 자산이 포함된다. 특히 계좌의 표면적인 명의자와 실제 자금을 굴리는 실질적 소유주가 서로 다를 때는 명의자와 소유주 모두에게 각각 신고 의무가 부여되므로 납세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서학개미 운동과 가상자산 시장 급성장 여파로 해외금융계좌 신고 실적은 이미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5년 기준 신고 인원은 6,858명, 전체 신고 금액은 94조 5,000억 원에 달해 직전 연도와 비교했을 때 신고 인원은 38.3%, 신고 금액은 무려 45.6%나 수직 상승했다. 과거 자산가들의 고액 예금 중심이었던 역외 자산 신고 트렌드가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및 디지털 자산 전반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특히 이번 신고 기간부터 사상 처음으로 적용되는 해외신탁 신고 제도는 자산가들의 새로운 감시망이 될 전망이다. 국내 신탁법과 유사하게 외국 법령에 따라 해외에 신탁을 설정했거나 재산을 이전한 경우, 금액 조건 없이 무조건 해외신탁명세를 제출해야 한다. 최소 면제 기준액(5억 원)이 존재하는 금융계좌와 달리 해외신탁은 단돈 1원이라도 하루 이상 유지했다면 무조건 신고 대상에 귀속된다. 개인 거주자는 지난해 중 하루라도 신탁을 유지했을 때, 내국법인은 직전 사업연도 중 보유 이력이 있다면 신고해야 하며, 법인의 경우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만약 해외신탁을 거쳐 해외금융계좌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위탁자가 해당 계좌의 실질 소유주로 판명된다면, 금융계좌와 해외신탁 신고 의무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간혹 금융계좌 신고를 완료했다는 이유로 해외신탁 신고를 누락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두 제도는 별개의 의무 법령이므로 어느 하나도 자동으로 면제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신고 누락 가능성이 큰 고액 자산가 및 법인 2만 7,000명을 선별해 모바일 알림톡과 우편을 통한 개별 안내문 발송을 시작했다. 다만 안내문을 받지 못한 납세자라 하더라도 스스로 법적 요건을 확인해 기한 내에 자진 신고를 마쳐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법정 기한 내에 자산 신고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해 제출할 경우 무거운 금전적·형사적 처벌이 뒤따른다. 해외금융계좌 및 해외신탁 미신고 혹은 과소·거짓 신고가 적발되면 해당 금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태료가 전격 부과된다. 특히 금융계좌 누락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중대 위반 행위의 경우, 단순 과태료 처분을 넘어 형사 고발 처치와 함께 명단이 대중에 공개되는 사회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 국세청은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협정자료와 유관 기관 수집 정보, 현장 제보 등을 총동원해 미신고 혐의자를 정밀 검증할 예정이며, 금융계좌 제보자에게는 최대 20억 원, 해외신탁 탈루 정보 제공자에게는 최대 40억 원의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하며 사후 단속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정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