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민정음 28자에 다시 묻다…이현준 신간 ‘가나다라’ 출간
- 현대 한글에서 사라진 네 글자 통해 소리 표현 가능성 조명
- 외래어 표기의 한계에서 훈민정음 활용 가능성 탐색
- 신라부터 K콘텐츠까지…한글·한국어의 확장 가능성으로 논의 넓혀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은 모두 28자였다. 오늘날 사용하는 한글의 기본 자모는 24자다.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 등 네 글자는 현대 한글의 기본 자모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이 글자들은 왜 만들어졌으며, 지금의 한글은 훈민정음이 지녔던 소리 표현 능력을 얼마나 이어받고 있을까.
이현준 저자의 신간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는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와 외국어 표기, 한국어의 확장 가능성을 함께 살펴본다. 책은 9월 28일부터 전국 서점에 배본되며 공식 출간일은 한글날인 10월 9일이다.
현대 한글에서 사라진 네 글자, 외국어 표기에서 다시 주목
이현준 저자는 약 25년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 활동해 온 교육 사업가다. 중국어 교육 과정에서 한어병음을 이용하는 방식과 한글로 중국어 발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비교하면서 훈민정음의 소리 표기 체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훈민정음을 단순히 우리말을 쉽게 적기 위해 만든 문자로만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저자는 발음기관과 소리의 성질을 바탕으로 글자를 설계한 훈민정음의 구조를 살펴보며 다양한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체계로서 가능성을 탐색한다.
현재 한글의 외래어 표기에서는 서로 다른 외국어 발음을 같은 문자로 적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 ‘Fashion’과 ‘Passion’이 모두 ‘패션’으로 표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b와 v, f와 p, l과 r처럼 외국어에서는 구별되는 소리를 한글만으로 일대일 대응해 나타내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훈민정음 글자와 옛 표기 방식을 다시 살펴본다. 이를 그대로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훈민정음의 문자 설계 원리를 활용하면 외국어의 세밀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자는 접근이다.
국회에서도 논의된 ‘사라진 글자’ 활용 가능성
훈민정음의 옛글자를 외국어 표기에 활용하는 문제는 제도권 논의로도 이어졌다.
2025년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종배 국회의원이 초청한 ‘한글의 미래, 훈민정음에서 찾다-정확한 외국어 표기를 위한 제도 개선 간담회’가 열렸다. 현행 외래어 표기 방식의 한계를 살펴보고 현재 쓰지 않는 훈민정음 글자를 외국어 표기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현준 저자도 세종국어문화원 원장과 함께 토론 연사로 참여해 ‘훈민정음의 사라진 글자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외국어의 소리를 보다 세밀하게 문자로 옮기기 위해 훈민정음의 원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가나다라’는 이런 문제의식을 옛한글 자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책은 약 1200년 전 아랍·페르시아 문헌에 등장하는 신라에 관한 기록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인류 문자사의 흐름, 훈민정음 창제 원리와 해례본의 역사로 논의를 확장한다.
외부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켜 온 한국 문화의 흐름을 살펴본 뒤에는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와 한국어 학습 수요로 시선을 옮긴다.
‘Ganadara’라는 이름으로 한글을 바라본다면
책 제목인 ‘가나다라’에는 한글을 하나의 독립적인 문자 체계로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구상도 담겼다.
저자는 알파벳(Alphabet), 아브자드(Abjad), 아부기다(Abugida) 등 세계의 문자 체계가 각각의 이름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한글 역시 언젠가 ‘Ganadara’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에게 인식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책 출간에 앞서 영상 콘텐츠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유튜브에 공개된 ‘훈민정음으로 풀리는 중국어 | 사라진 한글로 중국어가 풀린다’와 ‘중국어 특강 | 이현준 대표가 말하는 훈민정음과 중국어의 비밀’은 각각 211만 회와 179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관련 영상을 접한 시청자들이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 달라는 의견을 내놓고 연구자와 전문가들의 관심도 이어지면서 출간으로 연결됐다.
이현준 저자는 “‘가나다라’는 사라진 옛글자를 복원하자는 주장에만 머무는 책이 아니라 훈민정음이 가진 소리 표기의 가능성을 다시 살펴보고 이를 오늘날의 한국어와 한류의 미래까지 연결해 보는 책”이라며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한글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는 훈민정음 28자가 지녔던 소리 표현 체계에서 출발해 외국어 표기와 K콘텐츠 확산, 한국어 학습까지 논의를 확장한 인문교양서다. 전국 서점 배본은 9월 28일부터 시작되며 공식 출간일은 10월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