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ADR 공모가 149달러 확정…40조원 조달 ‘역대급 나스닥 데뷔’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최종 확정하며 40조원(약 265억7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1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 공모 물량은 ADR 1억7790만주로, 공모가 149달러를 적용한 총 조달액은 265억700만달러에 이른다. ADR 1주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한 주당 가치는 전날 한국 증시 종가인 218만6천원(약 1445달러)보다 약 3.1% 높은 수준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정정공시를 통해 ADR 발행 한도를 당초 45조원대에서 43조원대로 낮춘 바 있는데, 이는 등록서류상 최대 발행 한도이며 이번에 확정된 실제 조달액은 최종 공모가 149달러를 기준으로 한 40조원이다.
대규모 기업공개에서는 투자자 확보를 위해 기존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를 성사시키는 ‘프리미엄 프라이싱’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기업공개 역사상 유일한 프리미엄 프라이싱 사례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조달 규모는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14년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조달한 250억달러였다. ADR 방식 공모로 한정하면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규모를 새로 썼다.
수요 예측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으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총수요는 2000억달러(약 301조원)에 달했다. 발행 물량의 절반가량은 상위 10개 계좌에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장기 투자펀드와 기술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전문 기관투자자 등 대형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기준 ‘SKHYV’ 종목코드로 조건부 거래를 시작하며, 오는 13일부터는 정식 종목코드 ‘SKHY’로 나스닥에서 정규 거래된다. 공모 절차는 1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모 주관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맡았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시설 확충에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에 31조원, 충북 청주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P&T7’에 19조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비용을 포함해 총 61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용인 1기 팹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차세대 HBM, 1c나노급 이상 선단 D램 생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며, 청주 P&T7은 TSV(실리콘관통전극)와 다이 적층 등 HBM 후공정에 특화된 시설이다.
SK하이닉스는 10일 오전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벨 행사를 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