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설

라이프2026-08-18
일본 신인 문학상, AI 소설 응모 폭주에 몸살…한국은 “AI 응모 원천 차단”

일본 문학상 공모전에 인공지능(AI)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설 응모가 급증하면서 심사 비용 부담이 커져 신인 문학상 존속이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7일 보도했다.

(출처=AI 생성 이미지)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출판사 하야카와쇼보가 올해 3월 말 응모를 마감한 ‘제14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의 응모작은 1,012편으로 집계됐다. 예년 400편대 수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실제 AI 사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응모작 10편 가운데 2∼3편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I 사용이 의심되는 작품은 초반부에 단락과 단락 사이 한 줄씩 공백이 있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문체가 갑자기 매끄러워지며 공백이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단락 사이의 불필요한 공백은 AI가 생성한 문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으로 꼽힌다.

다른 출판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다카라지마샤가 주관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응모작은 전년 대비 60% 늘어난 731편으로 집계됐다. 가도카와의 라이트노벨 공모전 ‘전격소설대상’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5,088편이 접수됐고, 신초샤의 ‘신초신인상’도 30% 증가하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응모 편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앞서 올해 1월 중순 열린 SF 단편 공모전 ‘호시 신이치상’ 최종 심사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심사위원 6명은 일반 부문 수상작 4편 가운데 3편이 인간의 작품인지 AI의 작품인지 전혀 구별할 수 없다며 놀라움과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후 이 상의 사무국에서는 인간이 집필한 작품만 따로 심사하는 ‘인력(人力) 소설 부문’ 신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신인 문학상이 출판사의 미래 수익원이 될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생명선과 같은 존재이지만, 응모 건수가 늘어날수록 선정에 드는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 문학상은 문예평론가와 신인 작가, 편집자 등이 맡는 1∼3차 심사를 거친 뒤 유명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최종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결정하는데, 매년 응모작이 늘어나면 연간 수백만엔씩 심사 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문학평론가는 잡지 산업의 불황 속에 경제적 부담이 커져 향후 신인 문학상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며,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AI 작품을 걸러내는 판별 도구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야카와 SF 콘테스트 측은 다음 회차부터 생성형 AI 사용 내역 명시를 의무화하고 복수 응모를 금지하는 규정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문학계는 이와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창비는 창비신인문학상과 창비어린이청소년문학상 공모 요강에 AI가 제작한 작품은 응모할 수 없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국내 대표 SF 문학상인 한국과학문학상과 장르 소설 공모전인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등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AI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주요 신문사의 신춘문예 역시 지난해부터 비슷한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최 측은 AI 학습 과정의 불투명성에 따른 향후 저작권 분쟁 우려를 규제 배경으로 들고 있다.

AI 창작물을 둘러싼 논란은 문학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2006년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시 공모전 ‘요괴 센류 콘테스트’는 AI와 사람이 쓴 작품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폐지됐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사진 공모전 ‘하셀블라드 마스터스 2026’ 최종 후보작 70점 가운데 생성형 AI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미지가 발견돼 주최 측이 해당 작품을 후보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정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