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테크/IT2026-06-16
KPMG, ‘AI 예찬’ 보고서가 AI 환각 범벅…45개 인용 중 진본은 단 5개

세계 4대 회계·컨설팅 법인 중 하나인 KPMG가 인공지능(AI)의 기업 도입 사례를 정리해 발간한 공식 보고서가 정작 AI 환각(hallucination)으로 얼룩진 허위 정보 묶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I 콘텐츠 탐지 전문업체 GPTZero의 분석 결과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하면서 KPMG가 2025년 10월 발간한 ‘에이전틱 AI 시대의 탁월함 재정의(Total Experience: Redefining Excellence in the Age of Agentic AI)’ 보고서의 심각한 사실 오류가 지난 12일(현지시간) 공론화됐다.

GPTZero의 정밀 분석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 내 45개의 각주 및 인용 출처 가운데 실제 원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진본은 단 5개에 그쳤다. 28개는 실존 자료의 제목과 저자명을 뒤섞어 만들어낸 가짜 구성물이었으며, 일부는 출처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이른바 ‘바이브 사이팅(분위기 맞춤형 허위 인용)’으로 분류됐다.

바이브 사이팅이란 생성형 AI가 실재하는 문헌의 파편들을 임의로 이어붙이거나 제목을 변형해 그럴듯한 출처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더욱이 해당 보고서는 KPMG 자체 조사 결과와도 모순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최고경영자(CEO)의 55%가 AI를 최우선 투자 항목으로 꼽는다고 명시했으나, 동월에 KPMG가 별도로 발표한 ‘2025 CEO 아웃룩’에는 같은 수치가 71%로 기재돼 있었다.

(AI 생성 이미지)

당사자들 일제히 반박…허위 사례 잇따라 확인

보고서에 등장하는 기업들의 AI 도입 사례도 전면 부정됐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투자 자문·리스크 관리·준법 감시 업무에 통합 운용 중이라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FT에 공식 부인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스위스 연방철도(SBB), 런던교통공사(Transport for London)도 각자의 AI 도입 관련 서술이 허위이거나 잘못 전달됐다고 동일하게 반박했다.

보고서 철회 후 KPMG 대변인은 “당사는 발간 콘텐츠의 정확성과 무결성을 중시한다”며 “AI의 책임 있는 활용 지침에 따라 인간의 검토를 통한 콘텐츠 검증과 독립 출처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의 경위를 내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Y·딜로이트·에어캐나다…글로벌 기업 AI 환각 피해 잇따라

이번 사태는 KPMG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전문직 서비스 기업들의 AI 환각 피해가 잇따르며 업계 신뢰성 위기로 번지고 있다.

EY 캐나다는 2025년 말 발간한 사이버 보안 보고서에서 27개 인용 중 16개가 AI에 의해 완전히 조작된 사실이 2026년 5월 GPTZero 조사 발표를 통해 드러나 해당 보고서를 철회했다. 딜로이트는 2025년 7월 호주 정부가 발주한 44만 호주달러(약 3억 9,000만 원) 규모의 복지 준수 검토 용역 보고서에 애저 오픈AI GPT-4o가 생성한 허위 학술 참고문헌과 가짜 법원 판결 인용문이 포함된 사실이 시드니대학교 연구자에 의해 발각되면서 계약금 일부를 환불하는 조치를 취했다.

법조계 피해도 현실화됐다. 캐나다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AI 고객서비스 챗봇이 존재하지 않는 할인 환불 정책을 안내해 이를 믿은 승객에게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캐나다 법원은 “챗봇 역시 회사 웹사이트의 일부”라며 에어캐나다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을 명령했다.

미국에서는 뉴욕 남부연방법원이 2023년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허위 판례를 검증 없이 법정에 제출한 변호사에게 5,000달러(약 69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AI가 생성한 가짜 판례가 법원 서면에 인용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법원행정처는 2026년 2월 가짜 사건번호 확인 서비스를 도입하고 AI 허위 인용에 대한 제재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보 생태계 오염 경고…규제 논의 본격화

GPTZero는 공신력 있는 컨설팅 기업의 보고서가 다른 언론과 기관에 재인용되면서 AI 환각 정보가 정보 생태계 전반에 확산되고, 이것이 다시 다른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KPMG 보고서의 내용 일부는 철회 전 체코 언론을 통해 이미 재보도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AI 생성 보고서에 대한 의무 공시 및 독립 검증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국 규제 당국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도윤 기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진=연합뉴스)
테크/IT2026-06-11
앤트로픽 CEO “투명성만으론 부족”…AI 규제·노동 대책 동시 요구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해 정부 차원의 구속력 있는 규제와 노동시장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앤트로픽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AI 위험을 다루는 엄격한 연방 법률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는 한 주 정부의 AI 규제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울러 의회가 AI 기업의 최상위 모델에 대해 독립적인 안전성 테스트를 의무화해야 하며, AI로 인한 실업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진=연합뉴스)

“1~2년 내 데이터센터 속 천재들의 나라 수준 도달”…연방 차원 구속력 있는 입법 촉구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날 개인 블로그에 ‘기하급수적 AI 발전에 대한 정책(Policy on the AI Exponential)’이라는 에세이를 게재하며 이 같은 주장을 구체화했다.

그는 에세이에서 AI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팔라지고 있어 1~2년 안에 AI가 ‘데이터센터 속 천재들의 나라’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제는 과거의 ‘투명성’ 중심 접근만으로는 충분한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모데이 CEO는 “투명성을 넘어 AI에 더 엄격하고 구속력 있는 규제를 도입해야 할 때”라며, 항공기에 기술 테스트와 안전 감사를 실시하는 연방항공청(FAA)을 모델로 삼아 AI를 감독하는 독립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세이에는 앤트로픽이 작성한 프런티어 모델 테스트 관련 입법 제안서와 일자리 대체 문제 대응을 위한 경제 정책 프레임워크도 함께 공개됐으며, 앤트로픽은 이 정책 프레임워크에 상당한 재정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I로 인한 대규모 실업 문제도 짚었다. 아모데이 CEO는 “장기적인 일자리 대체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며 고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와 임금 보험, 보편적 자본 계좌 등 소득 지원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완전 자율무기 체계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책임 규정 마련과 미국 내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클로드, 이란 여학생 초등학교 공습에 사용됐나…”인간이 최종 결정” 원칙 강조

아모데이 CEO는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의 인터뷰 프로그램 ‘더 서킷’에도 출연해 AI의 군사적 활용과 관련한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 소재 여학생 초등학교에 미사일이 투하돼 어린이 최소 120명 이상이 사망한 공습에 클로드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습에는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사용된 정황이 다수 확인됐으나, 미 당국은 아직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모데이 CEO는 그러면서도 “우리가 확립한 원칙이자 이번 사건에서도 준수된 원칙은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라며, 해당 공습이 AI 보조 하에 인간의 통제권이 유지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민세관단속국(ICE)·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집행하는 이민 단속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서는 클로드가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미 국방부의 군사 작전에 클로드가 활용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군사 정책은 결국 군 의사결정권자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와 함께, 자신은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더 강력한 행위자가 되기를 바라는 애국자라고 밝혔다.

사이버 과제 73% 해결하는 ‘미토스’ 공개 지연 배경도 공개…”상업적 손실 감수했다”

한편 아모데이 CEO는 전문가 수준의 사이버 보안 과제를 73%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최상위 모델 ‘미토스’의 일반 공개를 미뤄온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모델들의 취약점 탐지 능력은 꾸준히 향상됐지만 이번에는 도약 폭이 특히 컸다”며 “초기 사용 기업들 가운데 ‘이건 초강력 무기다. 총기 허가증이 필요할 정도다. 제발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반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개를 늦추면서 상업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현재 선도적 위치에 있어 이를 감내할 여유가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진행자가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와의 공통점을 묻자 아모데이 CEO는 “오펜하이머는 실패 사례, 있어서는 안 될 사례로 본다”며 “좋은 결말을 맺으려면 모든 곳에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도윤 기자
트럼프 “오픈AI 지분 확보해 미국인을 파트너로”…AI 기업 전체 대상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오픈AI 등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지분을 정부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직접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주 가까운 미래”에 AI 기업들과 만나 지분 참여를 포함한 잠재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대상 기업은 “전부”라고 밝혔다.

그는 “AI 기업들의 규모가 크고 돈이 많기 때문에 지분 일부를 미국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미국인들이 본질적으로 기업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는 1년 이상 진행돼 왔으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2025년 트럼프 행정부에 처음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뉴스 매체 노터스가 지난 4일 익명의 소식통 3인을 인용해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처음 보도했으며, CNBC는 5일 이를 자체 확인했다고 전했다.

논의에 따르면 오픈AI는 자사가 4월 제안한 ‘공공자산 펀드(Public Wealth Fund)’ 정책문서를 토대로 정부에 지분을 기부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해당 문서는 오픈AI가 공개한 13쪽 분량의 정책 제안서로, 미국 정부가 자동화 노동에 세금을 부과하고 AI 기업들이 출자한 국공공자산 펀드를 조성해 국민 전체에 경제적 혜택을 분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인텔을 선례로 언급하며, 반도체법(칩스법) 보조금 대가로 취득한 인텔 지분을 통해 5,000만 달러(약 68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9개 양자컴퓨팅 기업에서 합계 20억 달러(약 2조7,2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취득하기로 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정부 지분 제공 문제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노터스에 밝혔다. 클로드 AI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지난 1일 미국 기업공개(IPO)를 비공개로 신청한 상태다.

다만 이번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정부에 이전하는 절차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데다, 연방 정부가 AI 기업의 주주이자 동시에 규제 기관이 되는 구조적 이해충돌 문제도 제기된다. 백악관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케빈 워시 의장이 결정하도록 하겠다”면서도 “금리가 더 낮아지기를 바란다. 금리 1%포인트마다 6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도윤 기자
이슈2026-05-27
연휴 하루 3만대 몰리는 강릉 안목사거리, AI가 신호 바꿨더니 정체 풀렸다

강원 강릉시가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반 실시간 신호 운영을 관광지 혼잡구간까지 확대 적용해 교통 정체 완화에 성과를 거뒀다.

강릉시는 ITS(지능형교통체계) 기반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해 교통량과 차량 대기행렬 길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신호 시간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올해 초 강릉아산병원 사거리 시범 도입을 통해 차량 소통 개선 효과를 확인한 데 이어, 이번에는 관광객 차량이 집중되는 안목사거리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안목사거리는 강릉 대표 관광지 진·출입 구간으로 평시 일평균 약 1만7천400대가 통행하는 주요 교차로다. 그러나 지난 1∼5일 황금연휴와 23∼25일 석가탄신일 연휴 기간에는 하루 최대 2만9천600대에 육박하는 차량이 몰리며 현장 인력이 직접 신호를 제어해야 하는 대표적 혼잡 지점으로 꼽혀왔다.

강릉시는 이 구간에 AI 영상분석을 적용해 안목에서 시내 방향으로 차량이 집중될 경우 해당 방향 녹색신호 시간을 기존 평시 35초 수준에서 최대 80초까지 연장 운영했다. 이를 통해 차량 흐름을 분산시키고 한 신호주기 안에 대기행렬이 해소될 수 있도록 조정해 연휴 집중 시간대의 교차로 정체를 효과적으로 완화했다는 평가다.

임신혁 ITS추진과장은 “강릉경찰서와 긴밀히 협력해 주요 관광지와 혼잡 교차로까지 실시간 신호 운영을 확대하고,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시는 향후 주요 관광지 및 상습 정체 교차로를 중심으로 실시간 신호 운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오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에서 이번 사례를 스마트 교통운영의 대표 성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김도현 기자
테크/IT2026-05-26
“인터넷 사용 시간 5% 줄었고 AI는 빠른 성장세”

글로벌 웹 트래픽이 2025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생성형 AI 플랫폼만이 이 흐름을 거슬렀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최근 발표한 첫 ‘2026 웹 현황’ 리포트는 56개국 데이터를 근거로 이 같은 변화를 진단하며, 웹 이용 행태 전반에서 AI 중심의 구조적 재편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2025년 데스크톱·모바일을 합산한 글로벌 웹 방문 수는 약 8조 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8% 줄어든 수치다. 사용 시간 감소는 더 가팔랐다. 한 해 총 웹 이용 시간은 약 1조6000억 시간으로 5% 줄었다.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이른바 성숙 시장에서 위축이 두드러졌다. 팬데믹 기간 급증했던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 일상 회복과 함께 되돌아오고, 모바일 앱이 디지털 시간 소비의 중심으로 올라선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성장한 시장은 신흥국에 집중됐다. 인도는 세션 수가 전년 대비 7% 늘어 방문 성장률 1위를 기록했고, 베트남은 사용 시간이 6.3% 증가해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나타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한국은 뚜렷한 방향 없이 보합에 머물렀다.

기기별로는 모바일의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26년 1분기 기준 전체 웹 방문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했다. 2024년 1분기 44%에서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다만 이용 시간에서는 여전히 데스크톱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장시간 탐색이나 몰입형 콘텐츠 소비에서는 큰 화면을 선호하는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웹이 주춤하는 동안 생성형 AI 플랫폼은 전혀 다른 방향을 걸었다. AI 어시스턴트 카테고리의 2025년 방문 수는 전년보다 86% 급증하며 모든 웹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오픈AI의 챗GPT가 그 중심에 있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방문 수가 약 600억 건 늘어나며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찾은 웹사이트로 올라섰다. 사용 시간 증가량은 217억 시간으로 전체 웹사이트 가운데 가장 컸고, 총 사용 시간 기준 순위도 글로벌 3위를 기록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같은 기간 방문 수가 142% 뛰었고, 챗GPT도 73% 증가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xAI의 그록, 딥시크, 퍼플렉시티 등도 방문 성장 상위 10개 웹사이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알파벳 계열 플랫폼은 여전히 글로벌 상위권을 지켰다. 구글닷컴과 유튜브닷컴은 2025년 합산 1조6000억 건 이상의 방문을 기록하며 트래픽 1·2위를 유지했다. 사용 시간 기준으로도 유튜브 2830억 시간, 구글 검색 1990억 시간으로 최상위권에 머물렀다.

센서타워가 앱·웹을 통합해 실제 이용자 수를 산정하는 ‘실제 오디언스 지표에서는 구글이 월평균 29억 명으로 글로벌 최대 디지털 플랫폼 자리를 지켰다. 유튜브(25억 명), 구글 크롬(24억 명)이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이 지표 기준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는 야후! 재팬이 2위를 기록하며 로컬 플랫폼 강세가 지속됐다.

대한민국 2025년 사용자 기준 순위(출처=센서타워 홈페이지)

AI의 부상은 기존 카테고리의 쇠퇴와 맞물렸다. 교육·트레이닝 카테고리 방문 수는 7%, 뉴스 카테고리는 6% 각각 줄었다. 검색과 소셜 미디어 트래픽도 성장이 멈췄다. 사용자들이 정보를 찾는 방식이 직접 검색에서 AI 요약·해석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리포트는 분석했다.

챗GPT가 답변을 생성할 때 인용하는 정보 출처 분포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직업·교육(16%)과 소프트웨어(15%) 분야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뉴스(10%), 법률·정부(9%), 블로그(7%), 쇼핑(6%), 금융 서비스(5%) 순이었다.

정도윤 기자
테크/IT2026-05-21
글로벌 AI 지출 47% 폭증…가트너 “올해 일반기업 AI 도입 확산이 진짜 변곡점”

올해 전 세계 AI 지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47% 급증한 약 3,886조원(2조5,957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수치는 AI 거품론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설비투자 사이클이 시장의 우려보다 훨씬 길게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로 주목된다.

2025~2027년 전 세계 AI 지출 규모 (출처=가트너 보고서 캡쳐)

가트너는 2027년에는 이 규모가 약 5,230조원(3조4,934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문별로는 AI 인프라가 전체 AI 지출의 45%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할 전망이다. AI 최적화 서버, 네트워킹 패브릭, AI 프로세싱 반도체가 이 부문의 핵심 성장축으로 꼽힌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생성형 AI 모델과 에이전트형 워크플로 수요에 대비해 서버 용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따른 결과다. 가트너는 AI 최적화 서버 부문의 지출이 향후 5년간 3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속도가 가장 가파른 부문은 AI 모델로 나타났다. 올해 지출 규모가 약 48조8,000억원(326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110% 폭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AI 사이버보안 부문도 약 76조8,000억원(513억 달러)으로 98% 급성장이 전망된다.

AI 서비스는 약 876조원(5,855억 달러)으로 34%, AI 소프트웨어는 약 678조원(4,532억 달러)으로 60% 각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의 존 데이비드 러브록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AI 지출은 주로 기술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가 이끌어왔다”면서 “일반 기업들의 지출 잠재력은 아직 본격적으로 발휘되지 않았으며, 2026년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이퍼스케일러 주도의 현재 투자 사이클이 일반 기업의 AI 도입 확산이라는 다음 수요 사이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등 AI 인프라 기업들의 중장기 수요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도윤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전북 대혁신TF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슈2026-05-19
새만금에 AI데이터센터·수소시티 들어선다…정부, 5대 분야 종합지원계획 공개

정부가 새만금을 인공지능·로봇·수소 산업이 융합된 미래산업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월 27일 새만금에 9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약 80일 만에 나온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19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종합지원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담았다.

정부의 지원 방향은 AI로봇, AI데이터센터, 수소에너지, 태양광발전, AI수소시티 등 5개 분야로 구성된다.

AI로봇 분야에서는 국가 로봇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로봇산업정책심의회를 운영하고, 핵심부품 국산화 및 기술 자립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로봇 실증테스트를 위한 시설물 설계기준과 인허가 제도를 정비하고, 종합보세구역 지정 및 투자보조금 확대를 통해 수출입 활성화도 뒷받침한다.

AI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분류해 세액 공제를 대폭 우대하고 지방투자 보조금 지원을 검토한다. 수소에너지 분야에서는 새만금 수변도시에 청정수소 에너지를 공급해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자립을 추진한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발전 생산 단가 절감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육상태양광 발전 부지를 제공하고, 발전소 부지의 공유수면 점용 허가 기간도 연장한다. 아울러 새만금 현대차 투자지구를 기회발전 특구로 지정하고 재생에너지자립도시(RE100 시범단지)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기업 수요에 맞춰 AI마이스터고 지정 및 특성화대학 운영을 추진하고, AI인력 양성을 위한 AX대학원(인공지능혁신대학원) 선정 과정도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정부는 투자·대출·인프라 투융자에 국민성장펀드 활용을 포함한 종합적 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 국부펀드 유치도 추진하는데, 현대차의 사업계획을 공유받는 대로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투자 적격 여부를 검토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측에 투자 제안 검토를 요청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27일 새만금 112만 4,000㎡(약 34만 평) 부지에 2026년부터 총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내용의 협약을 정부·전북특별자치도와 체결했다.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AI 데이터센터·수전해 플랜트·1GW급 태양광 발전·AI 수소 시티 등 5개 사업으로 구성되며, 2025년 11월 발표한 125조 2,000억원 규모 국내 중장기 투자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다.

정부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으로 불균형이 심화하고 국가 전체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의 투자를 성공모델로 만들기 위해 산업 생태계 구축·규제혁신·인센티브 제공·인프라 구축 등 범정부 차원의 계획을 파격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현 기자
테크/IT2026-05-14
“AI 해킹 일상화까지 3~5개월”…팰로앨토 네트워크, 미토스 충격 경고

AI 모델을 악용한 사이버 공격이 수개월 안에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사이버 보안기업 팰로앨토 네트워크의 리 클라리치 CTO는 13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보고서 ‘사이버 보안에 대한 프런티어 AI 영향 방어자 가이드: 2026년 5월 업데이트’를 통해 “AI 주도 취약점 공격이 새로운 일상이 되기까지 조직에게 남은 시간은 3~5개월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팰로앨토 네트워크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와 ‘클로드 오퍼스 4.7’, 오픈AI의 ‘GPT-5.5-사이버’ 등 최신 AI 모델을 자사 130개 이상 제품에 적용해 보안 취약점을 탐색한 결과, 이번 달에만 총 26건의 공통취약점노출(CVE)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앤트로픽 미토스 연합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출처=앤트로픽 홈페이지 캡쳐)

이는 실제 식별된 취약점 75건을 바탕으로 한 수치로, 통상 월 5건 미만이었던 기존 발견 건수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취약점이 실제로 악용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팰로앨토 네트워크는 설명했다.

클라리치 CTO는 “몇 주 전만 해도 AI 모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광범위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 과대평가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처음 예상보다 취약점 발견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신 AI 모델들이 개별 결함을 단순 탐지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취약점을 연결해 실제 공격 경로로 전환하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이 이번 테스트에서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미 국방부는 법적으로 거래를 제한한 앤트로픽의 제품을 사용 중단하는 방침을 추진하는 동시에, 에밀 마이클 국방부 최고기술책임자가 12일 워싱턴 D.C. 콘퍼런스에서 미토스를 정부 인프라 방어 목적으로 배치했다고 공개 확인했다.

같은 날 앤트로픽은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와 비공개 브리핑을 진행했으며, 논의는 미토스의 능력·국가안보 함의·정책 과제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토스 사태를 계기로 신규 AI 모델 출시에 대한 정부 감독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외교부·국가정보원·금융위원회·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한국인터넷진흥원(KISA)·금융보안원 등과 함께 11일 앤트로픽 측과 AI·사이버보안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 정부는 앤트로픽에 취약점 정보의 사전 공유를 요청하고, 미토스 접근 연합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가능성도 타진했다.

앞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전문가 긴급 간담회를 열어 AI 보안 특화 모델 자체 개발 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임종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이날 좌담회에서 “글래스윙에 포함되지 않으면 90일 후 수천 건의 취약점이 공개될 때까지 한국은 정보 공백 상태에 놓인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전문가급 소프트웨어 취약점 탐지 능력을 갖춘 클로드 미토스를 개발했으나, 보안 위협을 고려해 팰로앨토 네트워크·크라우드스트라이크·아마존·애플·JP모건 등 5개 주요 기업에 한해 우선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픈AI도 지난주 GPT-5.5-사이버 모델을 공개하고 사이버 보안 이니셔티브 ‘데이브레이크’를 출범했다.

팰로앨토 네트워크는 공격자들이 이 같은 AI 기반 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기 전에 기업들이 선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AI를 활용한 취약점 선제 식별, 공격 경로 축소, 방어 체계 구축, 실시간 보안 운영 등 4가지 즉각 조치를 권고했다.

정도윤 기자
메모리 공급난이 증시를 갈랐다…수혜주 ‘질주’ vs 하드웨어는 ‘직격탄’

AI 수요 폭발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면서 글로벌 증시가 수혜 진영과 피해 진영으로 선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칩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칩 생산 기업군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8배 불어났다. 이를 발판으로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조 달러 문턱을 넘어서며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이른바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플래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들도 온기를 나눠 가졌다. 미국 샌디스크는 올해 들어 주가가 500% 이상 치솟았고, 일본 키옥시아도 같은 기간 360% 넘게 올랐다.

칩을 사다 써야 하는 하드웨어 기업들은 정반대 처지로 내몰렸다. 게임기 제조사 일본 닌텐도는 메모리칩 가격 급등이 수익성을 옥죌 것이라는 관측이 쌓이며 올 초 이후 주가가 30% 넘게 무너졌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만드는 중국 샤오미와 광학기기 업체 일본 캐논 주가는 각각 20%, 10% 뒷걸음질쳤다. PC 제조사 HP도 연초 이후 4.7% 내리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메모리칩의 산업적 위상 전환으로 해석했다. 오랫동안 경기 사이클을 타는 저부가가치 품목으로 여겨졌던 메모리칩이 AI 투자 흐름 전체를 좌우하는 핵심 ‘병목’ 자원으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기업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칩 가격 이슈를 언급한 사례는 550건을 웃돌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다.

공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페퍼스톤그룹의 마이클 브라운 수석 리서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급 불균형이 당초 우려를 뚜렷이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AI 수요 확대 흐름을 감안하면 이 상황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50~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확대도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신규 생산 설비 가동 시점이 2027년으로 점쳐지는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도 2026년에 이어 2027년 수급 상황이 한층 더 빡빡해질 것이라고 직접 경고한 상태다.

김희빈 기자
라이프2026-05-13
“AI·영상 시대, ‘직접 읽는 능력’이 희소한 권력이 된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글을 읽고 요약해주는 시대, 한국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지난 1년간 책 한 권도 손에 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3월 공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성인 독서율이 38.5%로 떨어지며 1994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2년 전 조사보다 4.5%포인트 내려앉은 수치로, 연간 평균 독서량도 2.4권에 그쳐 직전 조사 대비 1.5권 줄었다. 전 연령대가 일제히 뒷걸음질친 가운데, 20대(만 19~29세)만 75.3%로 유일하게 소폭 반등하며 눈길을 끌었다.

수치 이면의 현실은 더 복잡하다. 소득 계층 간 독서 격차가 뚜렷하게 갈렸다.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 계층의 독서율은 13.4%에 머문 반면, 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은 56.1%로 네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60세 이상 고령층 독서율도 14.4%에 불과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이미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현상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 나왔다. 독일 미디어학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은 신간 ‘읽기의 위기’에서 텍스트와 독서가 이중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생성형 AI가 방대한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압축해 전달하고, 유튜버들이 직접 읽고 이해한 내용을 영상으로 가공해 제공하는 사이, 스스로 읽는 독서 계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독서의 ‘위임’ 현상으로 규정한다. 소셜미디어와 영상 플랫폼이 정보 습득의 주요 경로로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은 텍스트를 직접 읽는 대신 타인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결과물만 영상으로 소비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아나운서·배우 등이 책을 요약하고 낭독하고 해설하는 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흐름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하고 있으며, OTT 콘텐츠 가운데 숏폼 이용률은 78.9%에 달했다. 텍스트를 직접 읽는 대신 짧고 압축된 영상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엥게만은 이 현실을 단순히 비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설적 기회를 강조한다. AI와 유튜버가 대신 읽어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희소하고 가치 있는 역량이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저자는 중세 유럽의 라틴어 사례를 든다. 소수 성직자와 지배층만이 라틴어를 구사하며 지식 권력을 독점했듯, 오늘날에는 ‘스스로 읽는 능력’이 새로운 형태의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누구나 텍스트에 접근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로 읽는 사람은 소수다. 그 소수가 이른바 ‘텍스트 노동자’라는 새로운 전문가 계층을 형성하며, 중세 성직자처럼 차별화된 위치를 점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엥게만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AI 시대에도 왜 스스로 읽어야 하는가. 그 답 역시 단순하다. 읽는 행위 자체가 희소해질수록,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가치는 올라간다. ‘읽기의 위기’는 동시에 ‘읽는 자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도현 기자
AI·바이오에 쏠린 5조 원, 대한민국 신산업 지도 바꾼다
  • 2025년 벤처투자 76%가 12대 신산업에 집중… 인공지능(AI) 1.3조 원 유치하며 부동의 1위
  • 생명신약 투자 35% 폭증하며 반등 성공… 수도권 80% 쏠림 속 대전·경남은 지역 거점 우뚝

대한민국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2대 신산업 분야에 투입된 자금은 총 5.2조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 규모인 6.8조 원 중 약 76%에 육박하는 수치로, 사실상 국내 투자 생태계의 중심축이 전통 산업에서 첨단 기술 기반의 신산업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인공지능(AI) 모델 및 인프라 분야가 1.3조 원을 끌어모으며 전체 신산업 투자의 약 20%를 차지해 가장 뜨거운 감자임을 입증했다. 생성형 AI 열풍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맞물리며 자본의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이어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분야가 1.2조 원, 고령화 시대 필수 기술로 꼽히는 헬스케어가 1.1조 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생명신약 분야의 화려한 부활이다.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에서 35.4%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성장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같은 고도화된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투심을 회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국방 기술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방산·우주항공·해양 분야 역시 19.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투자의 질적 측면에서도 신산업 분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10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자를 유치한 158개 기업 중 83%인 131개사가 신산업 분야였으며, 5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를 받은 6개사는 모두 신산업 관련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당 평균 투자액 역시 33.9억 원으로 일반 분야보다 1.7배가량 높아, 기술력을 갖춘 유망 기업에 자금이 두텁게 지원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이 전체 투자의 79.1%를 차지하며 여전한 집중 현상을 보였으나, 비수도권 지역의 약진도 눈에 띈다. 대전은 생명신약 인프라를 바탕으로 약 3,900억 원을 유치하며 지방 거점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고, 경남은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의 특화된 산업군을 중심으로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기 위해 차세대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와 지역성장펀드 조성 등을 통해 신산업 기업들에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재정적 토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정도윤 기자
테크/IT2026-04-14
“AI 강국 청신호”…한국, 주목할 AI 모델 글로벌 3위·인구 대비 특허 세계 최다

한국이 세계적 권위의 인공지능(AI) 평가 보고서에서 AI 모델 경쟁력 세계 3위, 인구 대비 AI 특허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며 주요 AI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사람 중심 AI 연구소(HAI)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AI 인덱스 2026’의 주요 평가 결과를 인용해 국내 AI 경쟁력 현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출시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 미국(50개), 중국(30개)에 이어 5개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전년도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결과로, 각 1개 모델로 공동 4위를 기록한 캐나다·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앞질렀다. 5개 모델 중 4개는 LG AI 연구원 개발 모델로 확인됐다.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도 한국은 14.31개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룩셈부르크(12.25개), 중국(6.95개), 미국(4.68개)이 그 뒤를 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 한국은 2년 연속 세계 1위 (출처=’AI 인덱스 2026′ 보고서 캡쳐)

AI 도입률 순위는 상하반기 기준으로 25위에서 18위로 올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산업용 로봇 도입 수는 3만600대로 세계 4위에 안착했다.

법·제도 측면에서도 한국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20개국(G20) 중 AI 관련 법안 통과 건수 17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AI기본법’을 국가 차원의 AI 산업 육성과 신뢰 기반 조성의 선도적 사례로 소개했으며, 한국의 AI 관련 혁신과 규제 비중을 7대 3으로 평가했다. 또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미국 마이크론과 함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조명했다.

다만, 선도국 대비 부족한 AI 분야 민간 투자와 AI 인재 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점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김희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