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 방어막’ 무너진 애플… D램값 폭등에 결국 손들었다
- 비축한 메모리 소진에 공급난 심화… 다음 분기 아이폰·맥 생산 차질 경고
- 美 의회 중국산 반도체 채택 압박 속 삼성·SK·마이크론 의존 지속 전망

글로벌 IT 공룡 애플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치솟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를 기존 재고로 방어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애플은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으며, 다가오는 4분기에는 관련 비용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과거 저렴한 가격에 확보해 둔 메모리 및 비메모리 부품 재고를 제품 생산에 적극 투입했으나, 부품 가격의 가파른 폭등세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애플의 주력 제품군 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D램 공급업체가 시장 내 3곳에 불과한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수급 안정을 위한 신규 공급처 확보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부품 선제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다음 분기 아이폰과 맥북, 아이패드 등 주요 라인업 전반에서 공급 제약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애플은 보급형 노트북인 ‘맥북 네오’에 아이폰용 A18 프로 칩을 탑재하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원가 압박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다만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대응 역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압박으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최근 미국 상원은 애플 측에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등재된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안보 정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애플이 공급망을 확장하더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 구성된 과점 공급 체제에 당분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부품난 속에서도 애플은 호실적을 달성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애플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1,094억 2,000만 달러(약 156조 원)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7.1% 늘어난 357억 달러(약 51조 원)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아이폰과 맥 라인업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애플은 시리(Siri) AI 중심의 온디바이스 AI 경쟁력과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서비스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콜을 끝으로 팀 쿡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다음 분기부터는 존 터너스 부사장이 후임으로 수장 역할을 맡아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