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2배에 판 국가 핵심기술…400억 날릴 판
- 프로브카드 도면 훔쳐 해외 법인 설립한 전직 직원 일당 덜미
- 국정원·기술경찰·공소청 공조, 해외 유출 사범 첫 구속 기소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책임져 온 핵심 검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기업 전직 임직원들이 연봉 2배 인상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기술 자료를 무단 탈취한 뒤 해외에 직접 제조 법인까지 세워 시제품을 생산해 온 사실이 수사 당국에 적발됐다.
지식재산처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방공소청 중대범죄기소2부는 반도체 검사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공급한 혐의로 피해 기업 전직 직원 A씨를 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함께 가담한 전직 직원 B씨와 C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해외로 도주한 피해 기업 전직 임원 D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D씨는 기존 연봉의 2배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으로 A씨 등을 포섭해 해외로 이직시켰으며, 해외 현지 유통 기업과 결탁해 새로운 제조 법인을 직접 설립했다. 이후 피해 기업의 반도체 검사 핵심 기술 도면과 관련 자료를 불법으로 활용해 해외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망을 구축했다.
유출된 기술은 반도체 칩의 불량 여부를 웨이퍼 단계에서 정밀 검사하는 프로브카드 관련 기술이다. 오랜 기간 해외 기업들이 독점해 오던 시장에서 피해 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 고대역폭 메모리 검사 장비까지 개발해 국내외 주요 반도체 대기업에 공급해 온 국가적 핵심 자산이다. 수사 당국은 이번 기술 유출로 인해 피해 기업이 해외 시장을 상실할 경우 연간 약 4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사 과정 역시 녹록지 않았다. 피의자들이 해외에 머물며 수사를 회피하려 했으나, 국가정보원과 기술경찰의 집요한 추적으로 덜미가 잡혔다. 기술경찰은 피의자들이 해외 법인의 조달과 설계를 위해 국내 공급망을 이용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국내 설계 업체를 압수수색해 관련 기술 자료를 확보했다. 피의자들은 회사명 등 출처를 삭제하고 자료를 재편집해 정체를 숨기려 했으나, 반도체 연구·개발 경험이 풍부한 전문 수사관들이 정밀 분석을 거쳐 피해 기업의 기술임을 밝혀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주범 D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요청된 상태이며,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즉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식재산처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해외 기술 유출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범행에 가담한 해외 기업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