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10월 소비자물가 2.8%…가공식품 11개월 만에 최고, 석유류 넉 달째 15% 안팎

10월 소비자물가가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의 오름폭 확대 속에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석유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먹거리 물가까지 오름세를 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3% 안팎을 맴돌았다.

국가데이터처가 3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2020년=100)이었다. 상승률은 중동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치솟은 5~6월 3%대까지 올랐다가 7월 2.8%로 꺾였고, 8월 3.1%로 반등한 뒤 9월 2.9%, 10월 2.8%로 2%대 후반을 유지했다. 지난해 10월(2.4%)보다 0.4%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10월 상승률을 3% 내외로 전망한 바 있다.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먹거리였다. 가공식품은 2.9% 올라 전월(2.1%)보다 오름폭이 0.8%p 확대됐다. 지난해 11월(3.3%)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이어진 출고가 인상과 9월 추석 명절 기간 할인가의 정상가 환원이 영향을 미쳤다. 외식 물가도 2.9% 올라 올해 2월(2.9%)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42%p였다. 데이터처는 여름철 고온으로 생선 출하량이 줄면서 생선회(5.9%)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류는 14.9% 뛰어 전체 물가를 0.56%p 끌어올렸다. 4~6월 20%대이던 석유류 상승률은 7월 이후 넉 달째 15%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경유(19.7%)와 휘발유(11.6%)도 넉 달째 비슷한 오름폭을 이어갔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인 지난 3월 13일 최고가격제 시행에 들어가 보통휘발유·자동차용 경유·실내등유의 정유사 공급가 상한을 정했으며, 이 제도가 9월 물가 상승률을 0.6%p가량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적용 대상에서 빠진 액화석유가스(LPG)는 국제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며 취사용이 15.2%, 자동차용이 14.5%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은 각각 3.4%p, 4.7%p 커졌다.

농축수산물은 1.7% 내려 전체 물가를 0.14%p 끌어내리며 석 달 연속 하락했다. 농산물이 7.5% 떨어졌고, 이 가운데 채소류 하락률은 11.2%에 달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11.8%)와 열무(-30.6%) 가격이 내렸지만, 무는 출하량 감소로 12.5%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4.8%, 5.4% 상승했으며, 수산물 상승률은 올해 1월(5.9%) 이후 최고치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김장 속재료 가격은 대체로 하락세지만 가공식품이 오름세여서 김장 물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장 양념값도 부담이다. 새우젓은 원료 새우 어획 부진 탓에 지난달 중순 1㎏당 2만269원에 거래돼 지난해보다 32.5% 뛰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6% 상승했고, ‘밥상 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6.2%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8% 올랐다.

정부는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사이의 간극에 주목했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3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누적된 물가 상승 여파로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권 차관은 10월 물가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으로 전월보다 둔화했고,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효과로 주요국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방 압력과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물가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생 밀접 품목 집중 관리, 구조적 물가안정 기반 강화, 정부 지원의 국민 체감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물가를 관리할 방침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생활 밀접 품목을 상시 점검해 이상 징후가 보이면 신속히 대응하고, 유통 구조 효율화와 함께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 할당관세와 할인 지원 등 세제·재정 지원이 실제 소비자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지도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판매대의 배추 (사진=연합뉴스)

김장철을 앞두고는 역대 최대인 약 640억원 규모의 김장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500억원)보다 140억원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440억원을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투입해 주요 김장 재료를 최대 40% 할인하고, 비축·계약재배 물량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한다. 새우젓 등 값이 오른 김장 양념과 주요 수산물은 200억원 규모의 ‘대한민국 수산대전 김장철 특별전’을 열어 최대 50% 할인한다.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전염병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비축 물량 확보와 조기 출하로 엘니뇨·한파 등 기상 변수에도 대비한다.

권 차관은 “물가는 통계가 아니라 장바구니로 평가받는다”며 “정부 지원이 국민의 일상에서 실제 가격 안정으로 확인될 때까지 끝까지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