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순환로

이슈2026-10-19
하루 10만대 달리는 정릉천고가, ‘양호’ 판정 직후 강철 케이블 또 파손

정릉천고가 텐던 파단이 2016년 이후 세 차례나 반복된 가운데, 부식과 손상이 확인된 케이블 25본이 아직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은 19일 서울시와 국토안전관리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릉천고가는 서울 내부순환로의 한 구간으로, 하루 10만 대 이상의 차량이 오가는 핵심 교량이다.

내부순환로 정릉천 인근 전경 (사진=연합뉴스)

텐던(외부긴장재)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깥에서 강하게 당겨 차량 하중을 견디도록 하는 강철 케이블이다. 교량을 지탱하는 핵심 부재여서 파단이 잇따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릉천고가의 텐던 문제는 10년 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서울시는 2016년 2월 17일 해빙기 안전점검에서 텐던 파단을 확인하고 같은 달 22일 0시부터 해당 구간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통행은 약 한 달 뒤인 3월 19일 0시에 재개됐다. 당시 민관 합동 조사단은 텐던 내부에 방청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고 공기구멍 마감도 부실해 염화물이 섞인 수분이 스며들었다고 분석했다. 내부 강연선 부식이 주원인이라는 결론이었다. 시는 이후 손상 케이블 32본을 교체하고 누수 차단과 분기별 점검을 이어왔다.

그러나 파단은 2024년과 2026년에 다시 발생했다. 두 차례 모두 정밀 점검에서 ‘양호’ 판정이 내려진 직후였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는 2023년 5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정밀안전진단을, 2025년 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했고, 두 번 모두 중대결함이 없다며 B등급을 부여했다. 황 의원은 파단이 재발했는데도 시가 교통통제나 위험 표지 설치, 주민 안내 등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텐던 전수조사를 벌여 부식·손상 텐던 25본을 확인했다. 국토교통부의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세부지침(교량편)’은 케이블 손상과 단면 손실을 동반한 부식을 구조 안전상 중대한 결함, 즉 D등급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시는 이를 자체 기준인 C3등급으로 따로 분류했다. 황 의원은 결함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텐던이 세 차례나 끊어지고도 계속 ‘양호’ 판정을 내리며, 중대손상 케이블 25본을 2년째 방치하는 것은 서울시 안전관리체계의 총체적 실패”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전의식 부재와 안전 예산 투입 지연이 불러온 명백한 행정 부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소문고가 붕괴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릉천고가교 텐던 전체를 국가 세부 지침에 따라 재평가하고, 그 결과와 구체적인 교체 계획을 서울시민께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소문고가에서는 지난 5월 26일 철거 공사 중 안전점검을 하던 과정에서 거더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 기간을 11월 30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서울시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시는 2023년과 2025년 점검 당시 콘크리트 내부는 조사할 수 없어, 텐던을 포함한 시설물 전체를 평가해 B등급을 매겼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시점검에서 외부로 드러난 강연선이 처진 것을 육안으로 확인해 파단을 파악했다고 했다. 2024년 전수조사에서는 교량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내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부식과 손상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C3등급에 대해서는 부식 정도를 나타내는 별도 분류여서 일반 안전등급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파단 이후 교통을 통제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한국콘크리트학회 용역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시가 파단 시 교통통제 기준을 마련하려고 2017년 의뢰한 이 용역은 텐던 4본이 파단될 때까지는 교통통제 없이 교체해도 무방하다고 결론 내렸다. 시는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25본에 과거 파단 지점 인근 텐던 10본을 더해 모두 35본을 2027년 6월까지 교체할 계획이다. 사업비로는 72억 원을 책정했다.

김희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