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는 ‘결제 실패’, 승객은 착석…외국인 버스 무임승차 논란
외국인 버스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통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는데도 외국인 승객이 요금을 따로 내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갔다는 경험담이 서울과 부산,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온라인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버스에서 겪은 일을 적은 한 누리꾼의 게시글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글쓴이 A씨는 외국인 여성 일행 4명이 한 명씩 단말기에 카드를 댔지만 모두 잔액이 모자라 결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행은 현금 등 다른 방법으로 요금을 내지 않았고, 운전기사도 따로 요금을 요구하지 않은 채 버스를 출발시켰다는 것이다. A씨가 내리기 전에 이 문제를 짚자 일행은 사정을 알고 있다는 듯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글에는 비슷한 장면을 봤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이용자는 일주일도 안 돼 같은 일을 두 번 겪었다며, 서양인 여성 2명과 서양인 남성 1명이 여러 장의 카드를 차례로 대 보다가 결제가 끝내 안 되자 그냥 버스를 탔다고 적었다. 광화문 근처에서 여러 차례 이런 장면을 봤다는 이용자는 운전기사가 외국어로 설명하기 어려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울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9일에는 부산 시내버스에서 외국인 가족 중 한 명이 결제 실패 안내를 받고도 그대로 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공항에서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를 팔고, 단말기 안내를 영어·중국어·일본어로도 내보내자고 제안했다. 지난 9월에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성산일출봉 쪽으로 가는 101번 버스에서 정류장마다 결제 실패 안내음이 반복됐고, 외국인 승객 3명이 요금 없이 탔다는 제보가 있었다. 충북 오송역 근처 버스에서는 일행이 카드 5장 정도를 돌아가며 단말기에 댔다는 글이, 부산 서면과 김해공항을 오가는 리무진버스에서는 운전기사가 잔액이 모자란 승객을 태웠다는 글이 올라왔다.
모든 사례를 일부러 요금을 안 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지난 9월 8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에서는 한 외국인 여성이 1만7000원인 요금을 다 내지 못해 버스 출발이 늦어졌다. 운전기사가 현금 1만 원과 카드에 남은 돈으로 나눠 결제하려 했고, 다른 승객이 모자란 돈을 빌려주면서 일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SNS에서 이런 방법이 한국 여행 요령처럼 돌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레딧이나 틱톡에서 운전기사가 눈감아 주거나 다른 승객이 대신 내 준다는 이야기가 공유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실제 게시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타는 것은 제도상 분명한 부정승차다.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의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 제13조는 요금을 내지 않고 탄 승객에게 원래 요금과 함께 그 30배를 부가금으로 물리도록 정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 1500원으로 계산하면 모두 4만6500원이다. 처음부터 요금을 낼 생각 없이 탔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운전기사 한 사람이 이 문제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차 시간을 지키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승객과 요금 문제로 다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타는 노선에 여러 언어로 된 요금 안내문을 붙이고, 요금을 내지 않는 승객을 만났을 때 운전기사가 따를 수 있는 통일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온라인 경험담만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조직적으로 요금을 안 내고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버스 운송업체 등 관계 기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